이부영 열린우리당 전의장이 10일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을 맹비난하며 "이번 정기국회가 지나면 당청의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거의 소진될 것이라고 본다"며 연말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결별을 전망,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이 감히 국민대표인 의원들을 공격하다니..."

열린우리당 원로인 이 전의장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열린우리당 재비판과 관련, "노 대통령은 선거나 정권재창출 보다는 자신이 수행해온 정책의 일관성에 더 집착하는 듯하다"고 꼬집은 뒤, "그러나 17대 총선 이후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는 내년 대선이나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발등의 불이 떨어진 형국"이라며 당-청 갈등의 불가피성을 지적했다.

이 전의장은 이어 홍보수석실의 전날 재비판과 관련, "청와대 비서진이 나서서 당 지도부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일종의 국민의 대표들을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진이 공격한다, 이것은 앞뒤가 뒤바뀐 일이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맹비난했다.

"盧 설익은 말 앞세워, 그렇지 않으면서도 친북좌익으로 몰려"

이 전의장은 보수진영이 노대통령을 '친북좌파'로 공격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중도보수 성격의 김대중 정권이 친북용공정권으로 매도당했던 그 사실을 노무현 정부는 등장하면서 좀 깊이 생각하고 주목했어야 됐다"며 "김대중 정권보다도 정권기반이 노무현 정권은 취약하지 않느냐. 그래서 노무현 정권은 초기부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주의 입장을 충실히 견지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노대통령에 대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설익은 말을 앞세워서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도 친북좌익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며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깊이 곱씹어볼 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盧 탈당한다고 위협하더니 말바꿔"

이 전의장은 이어 노대통령의 탈당 여부와 관련,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에는 대통령 자신의 대연정 제의나 개각인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여당에게 자신이 탈당할 수도 있다고 위협을 가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은 '탈당은 없다, 나갈 테면 당신들이 나가라'고 이야기한다"고 노대통령의 '말뒤집기'를 맹성토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하반기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탈당을 언급한 대목과, 지난 1월11일 이 전의장도 참가했던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때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탈당 가능성을 언급했던 대목을 예로 들며, "탈당은 없다. 나갈 테면 당신들이 나가라"고 한 발언을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정기국회 끝나면 당청 서로에 대한 필요성 소진될 것"

이 전의장은 결론적으로 "이번 정기국회가 지나면 당청의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거의 소진될 것이라고 본다"며 연말연초께 당-청 결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서 민심의 인정을 받고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면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개약진이나 지리멸렬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그런데 노 대통령은 여당의 이런 절박한 사정을 거의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그 책임이 노대통령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2002년 기적 반복될 수 있다는 盧의 말 믿는 여당의원 없어"

이 전의장은 또 8.6 청와대 회동때 노대통령이 "내 지지율이 20%라고 무시하냐. 다시 뜬다"고 호언한 대목과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등장하던 선거과정의 의외의 기적 같은 일들, 이런 일들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보는 여당의원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살길과 관련, "차분하게 벽돌 쌓듯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쌓는 일 뿐"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김근태 의장의 최근의 행보는 그런 시간이 없다는 거, 떠나버린 민심을 다시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결단의 모습"이라고 김의장의 최근 행보를 감쌌다.

이 전의장은 "이번 정기국회 과정, 그 진행과정은 아마 여당이 점차 노 대통령과 거리두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구체적으로는 재계나 노동계와 국민대타협을 만들기 위해서 김의장이 걷고 있는 뉴딜행보, 예를 들면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은 것을 없애고 재계 인사들을 대사면시키라든지, 이런 것은 노 대통령과 실제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노대통령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재반격 성격이 짙어 앞으로 당-청 갈등이 한층 치열한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