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김연아가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앞두고 워밍업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던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와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구동회 부사장의 얼굴이 함께 굳어졌다.
김연아의 작은 몸짓에도 아이스링크에 운집한 관중들이 폭발적 환호를 보내는 것은 물론, 관중석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등 김연아의 집중력 유지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
경기가 시작되고 네 번째로 연기에 나선 김연아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을 지적받은 것 이와에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쳐 자신의 올시즌 최고 점수인 65.38점을 받자 박미희씨와 구동회 부사장의 긴장은 더 커져갔다.
마침내 이날 여자싱글 부문 마지막 출전자인 김연아가 홈 관중의 열화같은 환호를 받으며 아이스링크로 들어섰다. 김연아의 표정은 이전과는 다르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연아는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켜 좋은 출발을 하는가 싶었으나 트리플 러츠 점프를 시도하다 싱글로 처리하는 실수를 범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이후의 연기요소를 모두 실수없이 마쳤지만 경기 직후 김연아는 이전에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김연아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난 것 같다"고 밝혀 내심 얼마나 긴장했었는지를 토로했다.
김연아 어미니는 김연아가 1위에 랭크되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는 김연아의 쇼트 연기 문제점으로 "링크 적응에 문제가 있었다"며 "연아를 만나면 좀 더 링크 분위기에 잘 적응하라고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사장과 어머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을 하는 중에도 김연아가 남은 프리 스케이팅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어머니는 김연아가 연습을 하는 중간에라도 관중들의 환호성을 듣지 못하도록 김연아 귀에 귀마개를 끼우는 방법을 제시했으나 구 부사장은 실전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피겨 스케이팅 갤러리'에는 김연아의 집중력을 방해할 만한 과도한 응원과 행동은 자제하자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 연기 후 팬들이 링크로 던져 넣은 김연아의 선물들이 링크 바닥을 덮고 있다. ⓒ임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