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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인권위, 이벤트 대신 행동으로 보여라”

인권위 비전선포식에 쓴 소리, "인권침해 늦장대응 말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천행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에 나선 반면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폐쇄성과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등 인권위와 시민단체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권단체들은 인권위가 사법부의 눈치를 보거나 인권침해 사례의 중대성을 깨닫지 못하는 등 인권의식이 부족하다며 인권위가 그동안 보여준 폐쇄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인권 보호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비전선포식 갖고 3대 사명 등 의욕에 찬 행동계획 발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13일 비전선포식을 갖고 앞으로 3년간 실천할 <국가인권위원회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출범 5년째를 맡는 인권위가 제2기 출항을 선포한 셈이다.

인권위는 이날 비전선포식을 통해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권력 감시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는 인권의 원칙과 기준 실현 ▲인권존중의 문화적 토대 구축 등 ‘3대 사명’을 설정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향후 3개년간의 인권증진 행동계획으로 5대 목표와 44개 세부과제도 발표했다. 5대 목표로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인권보호 강화 ▲국제적 수준의 인권제도 마련 ▲권리구제의 실효성 제고 ▲인권교육 강화 ▲위원회 역량 강화 등이 설정됐다.

인권단체들, “필요할 때만 불러 들러리 세우지 말라”

그러나 이날 인권위의 비전선포식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등 전국 36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뼈아픈 각성과 함께 환골탈태에 나서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성명을 통해 “인권위가 지난해 9월 인권단체 활동가와 개인전문가가 외부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발전기획단’을 꾸렸으나 이후 인권위원들은 발전기획단의 존재를 무시하고 워크숍마저 사무처 차원의 실무 워크숍으로 격하시켜버렸다”며 인권위 조직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그같은 일방적인 발전기획단 운영이 결국 5인의 인권위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로 이어졌고 이같은 폐쇄적 조직단위에서 잉태된 것이 13일 발표 된 ‘인권증진 행동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때만 인권단체를 들러리 세우는 태도야말로 가장 먼저 개선돼야야 할 인권위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최근 인권위 판결과 관련, 인권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최근 군부대 내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심각한 인권침해를 시달리다 자살까지 결심한 A모 장병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A씨가 휴가를 나와 인권위에 긴급 구제 신청을 내렸으나 인권위가 외면했다며 인권위가 대대적인 개선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 작년 여의도 농민 집회 당시 사망한 고 전용철, 고 홍덕표씨 사건에 대해서도 인권단체들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으나, 인권위가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사후 대응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권한강화는 필요하나 현재 있는 권한이라도 잘 행사해야”

이와 관련, 인권 전문가들은 "인권위의 전면적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권위는 인권단체에도 외면받고 인권위 자체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래군 인권사랑운동방 상임활동가는 “인권위가 헌법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위상 및 권한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그에 앞서 현재 인권위에게 주어진 권한이라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상임활동가는 사법부와 관련되는 사례마다 인권위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인권위는 그동안 법원 판결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며 “이는 사법부 눈치보기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손상열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인권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인권위원들의 ‘인권 감수성 부족’을 꼽았다.

손 상임활동가는 “인권위원들의 인권 감수성 부족은 인권위 전체의 소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인권위원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인권위가 어떤 이벤트를 벌여도 달라질 것은 전혀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 그는 “최근 (국회의원과 교도관이 벌인) 성추행 문제로 소란스러운데 인권위는 기업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성희롱과 같은 인권침해 문제에 있어서는 나몰라라 한다”고 꼬집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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