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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만 정규직, 여성은 비정규직이라니..."

[KTX농성 현장] “민주화운동 한 이철 사장이 이럴 줄이야”

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에게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한국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점거 농성에 들어간 KTX 승무지부(서울지부장 민세원) 파업에 여성단체들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민주화운동 했다는 이철 사장이 이럴 줄 몰랐다"

13일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7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TX 여승무원들의 대량 계약해지 철회와 ▲여승무원 의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나지영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민주화 운동했다는 이철 사장이 설마 이렇게 할 줄 몰랐다”며 여승무원들과의 면담을 거절하고 있는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비난했다.

나 위원장은 “설마 이철 사장이 그렇게 방치해 둘까, 설마 그럴까 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도저히 여성단체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승무원은 철도공사에 직고용된 정규직인데 여자 승무원만 왜 비정규직이냐”고 반문했다.

"남성은 정규직, 여성은 비정규직? KTX는 뒤로 가는 고철덩어리"

김지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04년, 땅 위의 스튜어디스라는 화려함을 안고 시작한 KTX가 겉은 21세기 기술로 포장되어있지만 속은 비정규직 고철로 꽉 차있다"고 철도공사의 행태를 비판했다.

민세원 KTX 승무지부 서울지부장은 “처음 입사했을 때 죽을때까지 비정규직을 할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면서 “KTX를 타고 시베리아, 유럽까지 횡단하는 꿈을 갖고 승무원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쓰고나면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면서 “철도공사가 우리를 당장 정규직으로 고용시키는 게 부담스럽다면 일단 계약직이라도 직접 고용해서 교섭해 줄 것”을 당부했다.

KTX 여승무원들의 이러한 주장은 승무원 채용시 남성 승무원과 여성 승무원간의 고용형태가 다른 데에서 비롯되고 있다. KTX 열차 운행시에 1명의 남자 승무원(팀장)과 2~3명의 여승 승무원이 함께 탑승하는데 이 중 남자 승무원의 경우 철도공사 소속으로 정규직인 반면 여성 승무원은 철도공사가 위탁관리를 맡긴 한국철도유통 소속 계약직인 것이다.

민 지부장은 “우리의 주장은 간단하다. 이철 사장과의 면담이다. 그런데도 공사측에서는 위탁관리를 맡긴 철도유통쪽과 협의하라며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모른 채 하고있다”고 주장했다.

“아줌마가 승무원하면 보기 흉하잖아”

한편 철도유통 측은 지난 10일 오후6시까지 복귀하지 않은 여승무원에 대해 직위해제와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여승무원은 70여명 선으로 철도유통 측은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 지부장은 “어제(12일)부터 철도유통은 물론 공사 직원까지 나서 복귀를 회유하고 있다”면서 “특히 함께 일했던 남성 승무원 일부도 우리에게 전화로 복귀를 종용하는 등 철도공사, 철도유통이 똘똘뭉쳐 조직을 와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지부장은 “그동안 함께 열차에 탑승했던 남성 승무원에게 조차 ‘아줌마되서도 계속 열차에 타면 보기 흉하잖냐’는 말을 공공연히 들어야 했다”면서 “함께 근무했던 남자 승무원 조차 자신들과 같은 노동자라는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민세원 KTX 승무지부 서울지부장 ⓒ김동현 기자


철도유통, 승무원 근무표 조차 제대로 못 짜...

아울러 여승무원들은 “그동안 위탁관리를 맡은 철도유통은 승무원을 제대로 교육하고 관리 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04년 KTX 개통 당시 위탁관리를 맡은 철도유통쪽이 여승무원들에 대한 근무편성표조차 짜지 못해 개통 당일 새벽이 돼서야 뒤늦게 근무표를 겨우 짰다는 여 승무원들의 증언이 이 날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났다.

특히 5년간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민 지부장은 “승무원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근무표 조차 짜지 못해 (철도유통이) 우왕좌왕 했다”면서 “철도유통은 도저히 위탁관리를 할 수준이 못되기 때문에 철도공사의 직고용을 바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04년 1월 KTX 여 승무원 1기 공채 당시, 철도유통 측은 ▲서울 ▲부산 ▲광주 ▲목포 등 전국 4개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승무원 채용계획을 발표했으나 개통 한 달 전인 2004년 3월들어 갑자기 서울, 부산 등 2개 거점으로만 활용하는 변경안을 정해 지방출신 승무원들이 서울로 이사해야 했던 사실도 발생했다.

민 지부장은 “월급이라 해봤자 1백20~1백30만원 대인데 그 월급으로 어떻게 비싼 서울의 집값을 감당했겠냐”면서 “살 곳이 마땅찮아 고시원 같은 쪽방에서 생활해야 했던 승무원들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승무원 채용과 관련해서도 그는 “개통때 보다 KTX 열차가 1.5배나 늘었는데 승무원 수는 1기를 뽑았을 때의 3백50명선 수준 그대로다”면서 “결국 업무부담은 우리가 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작년 11월부터는 승무원 수가 모자라 한 열차에 3명씩 탑승하는 여승무원을 ▲경부선의 경우 3명을 유지한 반면 ▲호남선의 경우 2명만 탑승하도록 철도유통쪽이 방침을 변경했다고 민 지부장은 말했다.

3월말 대량해고 사태 우려

한편 오는 4월, 도급계약이 만료되는 철도유통 쪽을 대신해 철도공사는 KTX관광레져측에 위탁사업을 새롭게 맡기고 3월말까지 여 승무원 공채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점거농성 중인 2백50여명의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대량해고 사태는 불가피 할 전망이다.

현재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측은 지난 9일로 여승무원들에 대한 최종 복귀 시점이 지남에 따라 법 절차대로 여 승무원들에 대해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세 철도유통 승무본부 대리는 <뷰스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KTX관광레져 쪽과 현재 승무원들을 그대로 승계하는 문제를 최대한 협의하고 있으나 자기들(승무원들)이 그걸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며 미복귀 인원에 대한 해고 통지는 불가피 함을 시사했다.

철도공사 측도 "일단 파업을 풀고 복귀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여 승무원들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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