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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54개 원전 공격' 공포에 日 전율

日정부 "사실상 대책 없다", 지자체들 "북한과 외교노력 병행" 주문

일본은 현재 세계에서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54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이들 54개의 원전이 북한 미사일의 공격대상이 될까 봐 지금 일본인들이 전율하고 있다. 만에 하나 북한이 중거리미사일로 이들 원전을 공격할 경우 일본 열도는 한순간에 '죽음의 땅'으로 변할 것이라는 극한적 위기감에서다.

일본 지자체들 "북한이 미사일로 원전 공격하면 대참사"

지난 5일 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7발 발사후 원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연일 정부에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일본 중부 북서부에 위치한 후쿠이현(福井縣)의 니시가와(西川) 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후쿠이 현에는 현재 15기의 원전이 있어, 만에 하나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에 대해 원전에 대한 테러공격을 상정한 해상 경비의 강화와 중앙정부의 긴급경보를 위성으로 지방공공단체에 전하는 '전국긴급경보시스템(J-Alert)'의 조기 정비 등을 긴급요청했다.

지사는 동시에 정부에 대해 북한에게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도록 하는 외교노력도 병행해줄 것을 주문했다. 강경 제재 일변도로 나가면서 북한을 자극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대응에 대한 우회적 불만 토로였다.

이같은 공포는 후쿠이현만의 것이 아니다. 북한이 기습적으로 7발의 미사일을 연쇄 발사한 지난 5일 동해쪽에 위치한 원전에는 일제히 최고 수위의 비상경계령이 내려졌고, 원전이 있는 지자체들의 중앙정부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가 빗발쳤다.

사카현(佐賀縣)은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6일 긴급소집된 현 의회에서 '원전을 미사일이 직격했을 경우의 피해상황 등 현의 국민보호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사카현의 지사는 "원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상정하지 않아왔다"고 솔직히 '무대책'임을 시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앙정부의 정보 제공이 늦다" "하늘에서의 공격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부재를 질타하는 소리가 쏟아졌으나,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없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결의문만 채택한 뒤 헤어져야 했다.

이밖에 7기의 원전이 있는 니카타현(新瀉縣)의 경우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들이 니카타현 앞바다에 떨어짐으로써 극한 공포에 떨어야 했고, 다른 지자체들도 대동소이했다.

2004년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일본인들을 경악시켰던 일본의 미하마 원전. 지금 일본인들은 일본의 54개 원전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대상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누카가 일본 방위청장관, "북한의 노동 미사일 1백60개 일본 겨냥 중"

일본 정부도 공식적으로 원전 피격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을 뿐, 최악의 상황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일본은 특히 지난 5일 북한이 '대포동 2호'외에 6개의 노동미사일과 스커드미사일을 일본쪽을 향해 발사한 데 대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일본들은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는 미국을 겨냥한 시위이나, 나머지 6개는 북한이 언제든지 일본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고 있는 3발의 노동미사일외에 이번에 함께 발사된 3개의 스커드 미사일도 일본까지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방위청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동해에 배치한 노동 1호 1백60개와 관련, "거리적으로 미국에 도착하지 않고,같은 민족인 한국에는 발사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표적은 일본을 향하여 겨누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정부가 내심 북한의 '미사일 경고'에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카가 방위청장관을 비롯한 일본 각료들이 최근 극단적 '대북 선제공격론'을 펴는 이면에는 차제에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전진시키려는 꼼수인 동시에, 핵무기를 쓰지 않고도 일본의 원전 공격 등으로 일본을 궤멸적 상황으로 몰고갈 수 있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뿌리 깊은 공포가 깔려있다 하겠다.

북한, "일본이 제재하면 파국적 결과 발생할 것" 경고

북한은 아직까지 일본의 원전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의 '원전 피격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지구상의 유일한 피폭 국가다. 때문에 원폭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공포는 가히 신경질적이라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유가 한방울도 나지 않는 일본에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54개의 원전이 지상에 노출돼 있다. 일본 안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지난 7일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담당 대사는 미사일 발사직후 만경봉호 입항 금지 등 대북 제재 조치를 단행한 일본을 향해 “(일본의 대북제재) 그거 안 하는 것이 좋다. 일본을 위해서...어디다 대고 무슨 제재니, 뭐 이따위 결정을 하는지 완전히 언어도단”이라며 “ (제재를 하면) 파국적인 후과(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거친 말로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군사공격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앞장 서 추진하자, 즉각 중거리탄도미사일 '노동' 두발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을 재차 보여 일본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11일 "북한이 일본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노동'(사정거리 1천3백km) 2기의 발사 준비로 보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일본과 미국의 정찰위성에 의한 화상(&#30011;像)과 전파 정보 등의 분석을 통해 10일 판명됐다"며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이 '대포동 2호' 추가발사만 준비중인 것으로 알았던 일본으로서는 허를 찔린 북한의 대응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금 일본에 대해 이렇게 무언의 경고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핵탄두 없이 미사일만 갖고도 일본에게 두번째 피폭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 우리를 붕괴시키려 한다면 최소한 일본도 동시 붕괴시킬 수 있다. 더이상 우리를 자극말라.'

북한이 일본에 대해 경멸에 가까운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르는 일이다.
박태견 기자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9 14
    장군의 아들

    역시 박태견...
    역시 잘 쓴 글.
    북한의 미사일 의도를 잘 알고 쓴 글입니다.
    북한은 일본 자극하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대성공이야요.
    일본이 까불어 봐야 결국 원전땜에 발목잡힐수 밖에 없어요.
    순발력 있게 잘 썼습니다.
    일본 친구들 이 글 보면 뜨끔.
    이글 아베 신조에게 읽어 보라고 하세요.
    자신들의 처지 잘 알게 될 겁니다.

  • 7 17
    김정일이

    똑같은 방식으로
    남한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소? 이웃 나라 걱정하기 전에 내 속곳부터 챙겨야하는 것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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