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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TA 12년, 멕시코의 꿈은 사라졌다"

<세미나>우스캉카 교수 “NAFTA 승자는 美정부와 초국적자본”

“더 나은 개발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수순이다”

“미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게 되면, 세계 수출 시장도 열릴 것이고 해외직접투자(FDI)도 증가해 고용을 증진시키는 윈-윈 정책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위해 37억 원의 홍보예산을 책정한 정부 측 주장처럼 보이지만 이는 지난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앞두고 멕시코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장밋빛 환상’이다.

당시 멕시코 국민들의 80~90%는 멕시코와 미국정부의 장밋빛 환상을 쫓아 나프타를 지지했지만 12년이 지난 멕시코는 체결 2년 만에 농촌사회의 붕괴, 치솟은 실업률, 빈곤층의 증가라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칼로스 우스캉가 멕시코 국립 자율대학교 교수는 11일 민교협과 FTA저지 학술공대위 주관으로 서강대학교 이그나시요 강당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를 위한 특별세미나’에서 “NAFTA는 제1세계 선진국 대열에 끼기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스캉가 교수 “FTA는 이기고도 지는 게임”

12년 전 NAFTA를 앞둔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한미 FTA협정 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내놓은 ‘장밋빛 미래’에 대한 우회적인 경고의 메시지다.

칼로스 우스캉가 멕시코 국립 자율대학교 교수.ⓒ최병성 기자


실제 우리 사회에서 ‘NAFTA’는 찬반 양 진영에서 상반된 목적으로 이용되는 특이한 사례이다.

멕시코는 지난 1994년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3국이 관세와 무역장벽을 폐지하고 자유무역권을 형성한 이래 GDP 성장률, 외국인 투자 및 교역량 등 거시경제 지표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득격차 심화에 따른 극빈층 증가, 불법이민자의 기하급수적 증가, 농촌사업의 붕괴로 인한 도시빈민 양산 등 서민사회의 붕괴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자국의 경쟁력을 육성하지 않은 채 경제개방을 선택, 90년대 후반 6%대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최근 1%대로 추락하는 등 성장률의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자유무역협정의 한계를 보여줬다는게 반대 진영 인사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 멕시코는 한미 FTA협정 찬반진영에 각각 ‘성공’과 ‘실패’의 실증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우스캉가 교수는 “FTA는 이기고도 지는 게임”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국가와 국가간 무역장벽 철폐는 그 사회의 소수 기득권층에게는 이윤을 가져다주지만 나머지 대다수 서민들을 삶의 질 저하, 생존권 위협 등의 절박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는 것.

우스캉가 교수는 “당시 살리나스 행정부는 수출증대, 해외직접투자 증가로 NAFTA는 멕시코에게 윈-윈 정책이라고 공언했지만 남동부 지의 가난한 멕시코 농부들이 보여주든 인구의 40% 이상을 덮친 빈곤이야말로 멕시코의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예전의 보호제도는 소멸하고 멕시코 기업들은 경쟁성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길을 보여줬다”며 국내 대부분의 사업을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멕시코 은행 시스템의 99%를 미국, 스페인, 캐나다 등 해외 기업이 운영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농업붕괴로 2백만 실업자가 도시빈민-불법체류자로 전락”

그는 “특히 NAFTA의 가장 큰 패자는 농업 부문으로 전통적 방식의 농업은 낡은 것으로 치부됐고 농민들은 싼 값으로 들어오는 수입품과 경쟁할 수 없었다”며 “결국 멕시코는 더 이상 기초식품을 자급자족할 수 없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멕시코의 주요 곡물 수입량은 NAFTA 체결 이후 쌀(244%), 옥수수(112%), 밀가루(84%) 등 급격히 증가했고 지난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농업부문에서 2백만에 달하는 고용이 사라졌다.

또한 농업분야의 붕괴는 많은 농민들을 도시 빈민으로 전락시켰고 이는 다시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돼 멕시코의 미국 체류 불법이민자는 천1백만에 달한다.

이는 멕시코 총인구 1억5백만명에 10%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처럼 NAFTA 이후 무너진 서민 경제는 멕시코 국내의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쳤고 특히 정치 분야에서는 최근 좌파정당의 급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스캉가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12년이 지난 지금 NAFTA는 멕시코 국민들에게는 낡은 메커니즘이 되어가고 있다”며 “현재 멕시코에서는 전면적인 재협상을 촉구하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한미FTA저지 교수학술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서강대 이그나시오 강당과 다산관에서 특별세미나 및 국제회의를 열었다.ⓒ최병성 기자


이날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남섭 한일 장신대 교수는 “1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볼 때 나프타가 약속한 청사진은 거의 신화 수준에 가까운 불확실한 것으로 평가되며 사회적 불안과 갈등으로 인해 사회적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나프타의 약속과 현실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점을 미국과의 FTA에서 제일 먼저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영 교수 “개방과 경쟁으로 무장한 재경부, 외교부 관료들이 FTA의 주범”

한편, 토론자로 나선 이혜영 한신대 교수는 “오직 개방과 경쟁이라는 하나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재경부와 외통부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이 졸속 FTA 추진에 주범”이라며 “이번 기회에 이들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도 비전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살리나스가 10년 전에 한 NAFTA의 과장된 미래를 동일하게도 말하면서도 당당한 게 그들”이라며 “이들 외교부, 재경부 관료들은 차라리 정부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신자유주의 정파로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0 0
    노란불빛

    https://youtu.be/xMrz078PGX0
    지금은 확인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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