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들이 나라를 결딴내고 있다"
<뷰스칼럼> "강만수의 유일한 일관성은 뒷북치기"
23일 원-환율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대기업 고위임원이 전화를 걸어와 단호하게 한 말이다.
"강만수가 시장을 전혀 모른다는 건 이미 확인이 끝난 얘기다. 시장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연일 갈팡질팡하며 시장을 공황사태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나라 환율이 1,400원이 됐다는 건 나라경제가 완전 결딴날 벼랑끝에 몰렸다는 얘기다. IMF사태때 일선현장에서 위기를 수습한 경험이 있는 이헌재든 김석동이든 '유경험자'의 조언이 절실하다. 지금 아마추어들 갖고는 안된다. 아마추어들이 이 나라를 결딴내고 있다."
"나라가 망조가 든 게 아닌지"
시중은행 임원도 전화로 마찬가지 탄식을 했다.
"시장에서 정부 말을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완전 무정부 상태다. 공포만 지배하고 있다. 시장이 정부를 불신하는 건 황당한 대책만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은행만 해도 예금은 110조원인데 대출은 140조원이나 해줬다. 우리가 미친 짓을 한 거다. 욕을 먹어도 싸다. 그러나 문제는 나중에 나를 포함해 책임자들을 다 짜르더라도 일단 지금 상황을 어떻게 풀 것인가이다. 그런데 정부는 10.21 부동산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으면서 은행 보고 건설사와 가계에 추가대출을 해주라고 한다. 환장할 소리다. 당장 돌아올 은행채도 갚지 못해 파산직전인 은행들에게 추가대출을 해주라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이러니 시장이 점점 무정부 공황 상태로 빠져드는 거다."
공기업의 한 간부도 같은 얘기를 했다.
"최근 강남 사는 친구들과 식사를 했는데 정권에 대한 불만이 대단했다. 실망을 넘어서 완전 포기했다는 얘기들도 서슴치 않고 했다. 없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있는 사람들조차 정부의 무능에 완전히 등을 돌린 분위기다. 시중 분위기가 이런데 재정부가 기껏 한다는 게 강만수 부총리 만들기다. 그것도 인자한 모습으로 비치게 만들겠다니...나라가 완전히 망조가 든 게 아닌가 싶다."
사회지도층에서 이 정도 얘기가 나올 정도면 시중 여론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태다.
증권맨들의 잇딴 자살 "살아남은 우리도..."
22일 미래에셋생명의 지점장이 사체로 발견됐다. 고향 뒷산에서 발견된 그의 시신 옆에는 농약병과 소주병만 덩그란히 놓여 있었다. 그는 주가가 폭락하자 가족들에게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깨쳐 매우 미안하다"는 얘기를 가족들에게 했다 한다.
그는 생전에 변액보험 등 주가연계상품을 취급해왔다. 그가 취급해온 주가연계상품 RCF펀드는 주가지수가 30% 이상 하락하지 않는 이상 연간 수익률 8%를 보장받는 안정적인 펀드였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큰 손실이 발생하자 고심을 거듭하다 자살을 택한 것이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같은 이유로 교보증권의 한 영업직원이 자살하는 등, 증권가 분위기는 말 그대로 연이은 자살로 쇼크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불과 한달여 사이에 이렇게 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져들다니 지금도 도통 믿기지 않는다"며 "도대체 누가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살한 동료들의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며 "살아남은 우리도 곧 차가운 길거리로 내쫓겨나지 않겠냐"고 탄식했다.
강만수 팀의 유일한 일관성은 '뒷북치기'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며 세계가 패닉적 상황에 빠져들 때 정부는 "우리는 물린 게 거의 없다. 우리는 안전하다. 보수적인 우리 금융감독체계 덕이다"라고 자화자찬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그러다가 외신들이 시중은행들의 천문학적 단기외채를 문제삼고, 예금보다 많은 대출을 문제삼으며 부동산거품 파열에 따른 금융부실 위험을 지적하자 정부는 "동기가 의심스러운 악의적 보도"라고 핏발을 세웠다.
그러다가 시중은행들이 달러 가뭄, 원화 가뭄에 비명을 지르고 무디스, S&P 등이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고 한국 국가신용등급 하향까지 경고하자 정부는 서둘러 외환보유고를 시중은행들의 외채 지급보증을 해주겠다고 하고,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에 은행채를 사들이라고 닥달하고 있다. 또 부동산거품이 터지려 하자, 돈이 씨가 마른 은행들에게 건설사와 가계에 신규대출을 해주라고 난리다.
한결같은 '뒷북치기'이자 '헛방'의 연속이다. "강만수의 유일한 일관성은 뒷북치기"라는 냉소가 시장에 파다한 것도 다 이래서다.
강 장관은 이미 시장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야당들은 물론, 집권여당에서도 "당장 바꾸라"고 아우성이다. 교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문제는 누가 '후임'이 되느냐다. 제2, 제3의 강만수를 뽑으면 시장은 더 끝없는 패닉 상태로 빠져들 것이다. 거시와 미시를 알고 뚝심있게 위기를 돌파해내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 다음 개각이 어쩌면 잃어버린 국내외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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