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한국-일본을 방문 중인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동아태 담당)는 7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중국과 북한이 접촉을 하고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했다”며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고 말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전 중국에 이 사실을 통고했음을 최초로 공개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전에 중국에 통고"

힐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 6자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잇따라 회담한 뒤 한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도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해 모종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음을 강력 시사하며, “북한에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갈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해, 그의 이번 방문이 대북 봉쇄에 중국과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앞서 우다웨이 부부장과 회동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미사일 발사가 중국의 이해에 반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대북제재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해 대북제제를 놓고 미-중간에 이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해선 안돼"

중국 방문을 마치고 7일 밤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힐 차관보는 우리 정부의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 결정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에 뭘 해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고 한국이 그런 차원에서 몇가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한국정부의 식량-비료 지원 중단 조치에 대한 만족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그러면서도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단일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깊이 있는 입장 조율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여, 자신의 이번 방북이 한국의 대북제재 조치 동참을 압박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특히 "우리는 북한에만 특별한 규칙이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왜 발사했는지, 무엇이 탑재돼 있는지 등에 대한 아무런 설명없이 미사일을 쏜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북한을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무모하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나라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을 할 수 없다"고 재차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북한이 지금은 국제사회에 동참할 것인지 아니면 더욱 고립될 것인지를 선택할 시점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8일 오전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오후에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대응책 등에 대해 논의한 뒤 9일 오후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