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9승의 `퍼펙트' 행진으로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은 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야구 결승전에서 쿠바를 3-2로 누르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올림픽 본선에 3차례 진출한 한국 야구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8위, 2000년 시드니대회 동메달에 이어 첫 금메달 위업을 이룩하며 베이징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렸다. 한국이 구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여자 핸드볼 이래 16년 만의 쾌거다.

한국은 이날 저녁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괴물 류현진의 눈부신 호투와 이승엽의 선제 투런 홈런, 정대현의 9회말 극적 마무리로 3-2, 1점차의 승리를 거뒀다.

이날도 한국 승리는 전날에 이어 맏형 이승엽이 견인했다. 이승엽은 1회초 2번 타자 이용규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로 진루한 이후 맞은 2사 2루의 기회에서 쿠바 선발 곤살레스를 상대로 통렬한 우월 투런홈런을 터뜨려 2-0으로 앞서가며 쿠바의 기를 꺾었다.

쿠바는 그러나 역시 쿠바였다. 곧바로 공격에 사넌 쿠바의 엔리케스는 곧바로 솔로홈런을 반격을 가했다.

우리팀의 선발투수 류현진은 그러나 역시 괴물이었다. 류현진은 특유의 배짱 투구와 강속구로 쿠바 강타선을 하나씩 요리해 나갔다.

한국은 7회초 다시 한 번 기회를 맞았고, 마침내 추가점을 뽑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9번 타자 박진만이 2사후 쿠바의 대표 마무리투수 라소에게서 안타를 뽑아낸 데 이어 1번 타자 이종욱이 볼넷을 골라 진루하며 맞이한 2사 1,2루 득점 기회에서 2번 타자 이용규가 우측 펜스 앞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적시 2루타를 터뜨려 2루 주자 박진만이 홈을 밟아 3-1로 달아났다.

쿠바는 그러나 곧바로 7회말 공격에서 5번타자 벨이 류현진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한국을 한 점차로 바짝 추적했다.

한 점 차 아슬아슬한 선두를 지키던 한국은 9회말 결정적 위기를 맞았다.

류현진은 쿠바의 선두타자 올리베라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세페다, 벨에게 연속 볼넷을 내줘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주심에게 볼 판정을 항의하던 강민호 포수가 강제퇴장을 당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제대로 뛸 수 없는 진갑용이 대신 마스크를 쓰는 등 절체 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류현진을 구원해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이 한국팀의 결정적 수호천사 역할을 해냈다. 정대현은 특유의 싱크볼로 쿠바의 병살타를 유도해 극적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정대현의 싱크 볼이 쿠바를 싱크(침몰)시키는 순간, 베이징 우커송 경기장의 한국 관중은 물론, 잠실운동장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던 3만여 한국 관중들도 일제히 환성을 올려 잠실벌이 떠나가는듯 했다.

한국 야구의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올림픽 출전사상 가장 많은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게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성과는 아마 세계 최강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야구 강국들을 예선과 본선 모두에서 침몰시킴으로써 "누구와 붙어도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획득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