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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한국, 드골이나 대처 원해"

盧정권의 교육.부동산.경제, ‘총체적 실패’로 규정

오는 19일 4년간의 총장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정운찬 서울대총장이 교육, 부동산, 경제 현안 등 노무현 정권의 전반적 통치방식에 대해 총제적 비판을 가하며, "한국 정치는 지금 드골이나 대처 같은 사람을 원한다"고 말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盧 부동산정책, 오늘은 이 생각, 내일은 저 생각"

정 총장은 재임 4년 동안 본의 아니게 참여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했다. 참여정부 탄생 초기만 해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정 총장은 참여정부 출범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노무현 당선자의 조언 요청에 따라 김종인 의원의 입각을 조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후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정부 여권 일각에서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고 정 총장이 도입한 '통합논술형 시험'을 둘러싼 갈등이 전개되면서, 정 총장은 본의 아니게 '반노(反盧) 인사'의 대열에 끼게 됐다.

퇴임을 앞둔 정 총징은 언론의 빗발치는 인터뷰 요청에 따라, 서울대에 출입하는 언론사들을 상대로 릴레이 인터뷰 중이다. 경제석학인 정 총장이 지난달 30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정책 중 가장 날카롭게 비판한 것은 바로 부동산 정책.

정 총장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마음만 급하고 현실 파악이 안 된 것 같다”며 “현실을 알아도 분석할 능력이 없는 아마추어들이 정책을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오늘 이 생각하고 내일은 저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잘된 정책이라는 믿음이 없고, 믿음이 있더라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정 총장은 “이것은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위기의 징후”라며 “또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1%의 투기꾼을 잡으려고 99%의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는 정책이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은 역사는 없다.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정 총장은 평소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세제뿐 아니라, 통화정책 등 근원적 대책을 함께 동원해 일관되게 펼칠 때에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정 총장의 이날 질타는 말로는 부동산을 잡겠다면서 금리 등을 내려 부동산경기 부양을 해온 참여정부의 이중적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질타였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1997년 경제 위기로 투자가 부진해져 미래의 생산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그런데 정부의 경제정책은 투자의욕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한국 정치는 드골이나 대처를 원한다"고 말해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정운찬 서울대총장. ⓒ연합뉴스


“노대통령은 좋은 방향으로 변화 못 가져와”

정 총장의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도 싸늘했다.

정 총장은 “첫째 경제가 엉망이다. 둘째 보수 우파는 노무현 정부를 위험한 좌파로 보고, 좌파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말 했다, 저 말 했다 하니까 신뢰를 접은 것 같다”며 “민심은 천심이다. 지도자는 민심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또 “5.31 지방선거 결과를 지도자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들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거칠지는 모르지만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이어 “이회창 당시 후보는 안정적일지는 몰라도 정체할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하지만 노 대통령은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못 가져왔다”고 노 정권의 지난 3년 반 집권기간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했다.

정 총장은 이어 “현 정부가 역사 얘기를 많이 하는데 과거 역사에서 지혜를 얻는 것은 좋지만 너무 과거에 얽매인다. 또한 입맛에 맞는 역사만 선택하는 것 같다"고 꼬집은 뒤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주적으로 성숙되어야 하는데, 현재 경제는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나쁘고 장기적으로는 투자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정 총장은 “노무현 정부는 이런 것들을 아직까지 잘 못했지만 남은 시간이라도 이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었으면 한다”고, 노대통령이 민심의 소리에 귀를 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보수는 지키고, 진보는 바꾸려 하는 것"

정 총장은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 갈등에 대해서도 "별 차이가 없으면서 싸우고 있다"고 양측 모두를 질타했다.

정 총장은 "조지 스티글러 시카고대 교수는 보수는 지키고 진보는 바꾸려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며 "한 사람을 보수, 진보로 나누기보다는 사안을 두고 보수, 진보로 이해해야 한다"고 자신의 보수-진보관을 정의했다.

그는 이같은 잣대에서 볼 때 "걱정스러운 것은 실제로는 차이도 없으면서 구호만 외치다가 서로 의만 상하는 게 아닌가 한다"며 "별 차이도 없으면서 싸운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진보진영에 대해 "진보측 사람들이 갖는 잘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은 왜곡된 평등주의가 아니겠는가"라며 "폐쇄 시스템일 때는 평등주의가 먹힐 수 있지만 개방경제에서는 아니다. 외국과의 경쟁을 받아들여야 하며 경쟁할 인재를 키워야 한다. 평준화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해야 한다"고, 예의 평준화 교육 재고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한국사회, 드골이나 대처 같은 사람 원해"

정 총장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끈 대목은 '지도자론'이었다.

정 총장은 한국사회에 필요한 리더와 관련, “한국 사회는 수퍼 스타를 원한다”며 “수퍼 스타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고, 스타를 칭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평등주의로는 될 수 없다”며 “정치 분야에서 한국은 1958년 드골과 1979년 대처 같은 사람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드골이나 대처는 프랑스-영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출현했던 '미지의 다크호스'였다. 작금의 '위기의 한국'에 확고한 소신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묘한 여운이 남는 발언이었다.

정 총장은 그러나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신의 ‘대권 출마론’에 대해선 “지금까지 정치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인터뷰어가 '앞으로는 생각할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고 질문하자, 그는 “선배들이 내게 한 말이 있다”며 “‘내일 무엇을 한다고 말하는 것만큼 가벼운 말이 없다’. 서울대 총장은 내 일생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이 자리를 어느 자리에 비교하겠나”고 즉답을 피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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