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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군 동성애자 차별은 인권침해”

국방부에 시정권고, 시민단체 “미온적 권고 유감”

지난 2월 동성애자 사병에게 전역심사에 필요하다며 ‘성행위 사진’을 제출토록 해 파문이 일었던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국방부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인권위, "국방부 인권교육시켜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28일 “군대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인권침해와 차별을 당했다”며 김모씨(23)가 진정한 사건에 대해 피진정인에 대한 인권교육을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또한 국방부장관에게는 동성애자 사병에 대한 인권보호 지침 수립과 군내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는 군형법상의 동성애자 차별조항들에 대해서는 법률 개정 사안은 인권위의 권고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군인사법 시행령과 징병신체검사규칙에 포함되어있는 ‘성적 선호장애, 성주체성 장애’ 등 산하부대에서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데 악용된 조항에 대해서도 ‘성적 선호대상은 피학, 가학, 관음 등 변태적 성벽을 규정할 뿐 동성애자는 포함 안된다’는 국방부의 공식입장을 받아들여 권고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권위 겨우 미온적 시정권고냐"

이같은 인권위의 이번 시정권고에 대해 인권위가 군대 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실태를 조사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데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최현숙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인권위가 오랜 시간을 끌어 권고한 내용이 겨우 개별사안에 대한 미온적인 시정권고에 그쳤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며 “인권위는 독립기구로서 군형법과 관리지침의 독소조항들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펼쳐야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지금까지 군대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사례를 위해서는 군과 민간이 함께하는 광범위한 인권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방부에 내린 인권위의 이번 권고로 군이 조항의 문구 몇 개만 고쳐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며 거듭 인권위의 권고안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를 비롯해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인권단체들은 이날 오후 모임을 갖고 인권위의 이번 시정권고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권단체 “동성애자 차별 사례에 대한 근본적 예방조치 없어 유감”

인권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진정인 김씨는 2005년 6월 입대 후 7월 모 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이후 부소대장과의 면담에서 군 생활의 고충을 토로하면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하지만 면담 이후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대 내에 알려졌고, 부대 관계자들은 ‘동성애’가 전역심사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역조치를 시도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부대관계자들은 전역심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동성애자임을 입증하는 자료로 키스 사진 제출을 강요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키스 사진 제출을 강요한 부대 책임자들은 “이 정도로는 동성애자를 입증할 수 없다”고 통보하는 등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성행위 동영상 제출하기에 이르렀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이밖에도 부대 관계자들은 진정인의 명시적 동의 없이 후천성면역결핍증 검사와 매독 검사를 받게하는 등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관행적 인식으로 피해자를 처우했다.

결국 진정인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힌 이후 부대의 부당한 처우로 인해 주요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얻어 올해 5월 전역 조치됐다.

인권위는 피해자에 대한 해당부대의 이 같은 처우가 ▲피해자의 프라이버시 및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점 ▲동성애자 사병에 대한 개인정보의 관리가 소홀하게 다뤄진 점 ▲명시적 동의 없는 후천성면역결핍증 검사나 매독검사가 실시된 점 등에서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육군참모총장에게 진정인 김모(23)씨가 복무했던 육군 모 부대 연대장, 의무중대장 등 관계자 4명에 대해 주의조치 및 인권교육, 신병교육대 대대장과 군의관 등 9명에게는 인권교육을 실시토록 권고했다.

또 국방장관에게는 군내 동성애자 사병 실태조사 실시와 함께 4월1일부터 시행 중인 `병영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병영내 동성애자 인권보호지침'으로 변경하고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도록 군내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권고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 정강자 위원은 “이번 권고안은 군이라는 거대조직에서 동성애에 대한 무지로 인해 저질러진 침해와 차별에 대한 예방적 조치”라며 “국방부는 구체적이고 인권친화적인 차별예방조치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지침, 동성애자 차별 조항 여전

국방부는 지난 2월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자 ‘병영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마련,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방부의 관리지침에 포함된 ‘동성애자 병영 내 유입, 확산 차단’, ‘동성애 병역기피 수단 악용 우려’, ‘이성애자 전환 희망시 적극 지원’ 등의 조항이 동성애와 동성애자를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성 지향성 설문조사 등 동성애자 식별 활동 지양’을 강조하면서도 전역할 때까지 대대장 관심사병으로 중점 관리한다‘고 명시해 시민단체로부터 “일반적으로 커밍아웃에 어려움을 겪는 군대 내 풍토에서 식별 활동을 지양하면서 관심사병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모순된 인식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받아왔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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