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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중앙일보> 주필의 숙연한 '양심고백'

"나도 30여년전 사진연출했었다. <중앙> 연출은 과오 답습"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이 15일 원로 언론인으로서는 좀처럼 하기 힘든 '양심 고백'을 해, 보는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중앙일보>의 미국 쇠고기 식당 사진 연출을 꾸짖으며 자신도 기자 초년병 시절 사진 연출을 한 전력이 있음을 고백한 것. 아울러 우리나라 언론사에 만연했던 연출 사례들까지 공개하며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문창극 주필은 이날자 사설 '쇠고기와 언론의 위기'를 통해 "미국 쇠고기를 파는 식당에서 손님들이 사진 찍히기를 거부했다고, 기자가 앉아 있는 사진을 대신 신문에 실은 것은 중대한 실수"라며 "언론이 진실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후배 <중앙일보> 기자들을 준엄히 꾸짖었다.

문 주필은 이어 "30여년 전 올챙이 기자 시절 때 일"이라며 자신의 과거 연출 사실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파트 문화가 처음으로 생겨나던 당시, 아파트 주민의 행태는 언론의 관심이었다. 당시는 아이들이 방과 후 혼자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는것이 낯선 일이었다. 시중에서 '아파트 아이들은 목에 열쇠를 걸고 다닌다더라'는 말이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이런 아파트 키즈(kids)를 찾아 사진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여의도 아파트 단지를 아무리 돌아 보아도 그런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데스크는 사진을 찍어 오라고 성화고 아이는 없고…. 할 수 없이 조카아이 목에 아파트 열쇠를 걸고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연출했다"며 "중앙일보의 이번 쇠고기 식당 사진은 나 같은 선배들이 저질렀던 과오를 답습한 것"이라고 자신을 질타했다.

문 주필은 이어 언론계에 회자돼온 연출 사례들도 소개했다.

그는 "워싱턴 한국특파원 사회에 내려오는 전설적인 얘기가 있다"며 "전두환 대통령 시절 지금의 두 공영방송에 충성 경쟁이 붙었다. 전 대통령이 남남(南南) 외교를 명분으로 동남아·아프리카를 순방할 계획이었다. 서울 본사에서는 남남외교를 극찬하는 인터뷰를 하라고 성화를 부렸다. 광주 유혈사태로 이미지가 극도로 나쁜 한국 대통령이 무슨 외교를 하든 미국인들이 관심이 있겠는가. 인터뷰할 사람이 없었다. 한 방송특파원이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빌딩의 나이 지긋한 그럴 듯하게 생긴 수위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다. 자막에 그 수위는 워싱턴 모 연구소 박사라고 소개됐다"고 낯뜨거운 언론계의 치부를 드러냈다.

그는 또 "자유당 말기인 1960년 3·15 부정선거 후 마산에서 저항 데모가 일어났다. 당시 반독재 투쟁에 앞장선 신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대단했다. 경찰도 숨어 지내던 마산에 신문사 깃발을 단 지프가 들어가면 인파가 박수를 치며 맞았다. 그런데 진주 지방은 조용했다. 기자가 지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진주는 가만 있을 겁니까? 내일 몇 시에 사진기자랑 진주에 들어갈 예정이니 사람을 모으시오.' 그래서 ‘진주에서도 데모의 불길이…’라는 기사가 전송됐다. 지금 팔십이 넘은 선배 언론인의 증언"이라며 "독재를 찬양하기 위해서든, 저항하기 위해서든 연출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주필은 이어 <중앙일보> 사진 연출을 초래한 쇠고기 사태에 대해서도 자성적 접근을 했다.

그는 "한국 언론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한쪽 언론은 쇠고기는 안전한데 폭력시위는 지나친 것이라 하고, 다른 쪽은 쇠고기도 불안하고 폭력시위도 정당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언론은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인가?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시민 저널리즘, 인터넷 저널리즘이 만연한 가운데 직업언론인이 살 수 있는 길은 철저한 직업의식"이라며 "직업의식으로 단련된 언론인의 상식과 양심에 의해 진실 혹은 진실에 접근한 것을 밝힐 수 있다. 몇억 분의 일이라는 쇠고기의 위험성이 과연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는가도 판단해야 하고, 그 안전성을 보도하면서 정직의 의무를 다했느냐도 중요한 기준이다. 진실은 열린 마음과 겸손을 통해 더 드러난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산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며, 열린 마음이다. 나는 믿어도, 이를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이 겸손이다. 이번 쇠고기 보도과정에서 나 스스로를 반성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언론이 병든 민주주의를 살리고, 분열된 공동체를 통합하는 언론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자성의 글을 끝맺었다.

문창극 주필은 소신이 대단히 뚜렷한 보수논객으로 그의 글은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 주필은 그러나 자신이 속한 신문사와, 더 나아가 자신의 수십년전 동일한 과오까지 고백함으로써 진정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과거 사진 연출 사실을 고백한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 ⓒ연합뉴스
박태견 기자

댓글이 3 개 있습니다.

  • 13 32
    떡값하네

    그래서 용서해달라고??????
    큰집도 떡집 작은집도 떡집, 잘~들 논다.

  • 26 18
    mx

    태견야 씨방새야 문창극이 양심고백한 이유가 뭐라고 보니?
    스스로의 과오를 밝혀 진정한 보수? 지랄하고는... 사진조작이 중앙뿐만이 아니고 한국언론 전체의 문제라고 물타기 하는 뻔한 수작인줄 독자는 다 알고 있는데, 큰개 태견이 니놈은 왠 진정한 보수 타령이냐? 이건 반성이 아닌 물귀신 작전에 불과하잖아, 안 그래?

  • 15 30
    배상용

    웃기고 있네
    문창극씨 당신은 인생이 연출이야.진실되게 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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