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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기자, <조선> 부장기자 구해줘"

<조선>기자 "버스 탈취했다" 통화에 시민들 발끈

<경향신문>의 초년병 여기자가 촛불집회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인 <조선일보> 부장 기자를 구해주는 촌극이 발생했다.

26일 CBS에 따르면,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5일 밤 11시 30분께 <조선일보> 이 모 부장기자(인터넷뉴스부장)는 서울 신문로 금강제화 앞에서 본사에 전화를 걸어 "시위대가 전경버스를 탈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몇 명의 시민들이 즉각 "전경버스 끌어내는 게 왜 탈취냐"며 "혹시 경찰 프락치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 부장기자가 "기자"라고 말했자, 시민들은 "어느 신문기자냐", "혹시 조중동 아니냐"며 순식간에 이 부장을 에워쌌다. 이 부장 기자가 이에 "<조선일보>"라고 답하자, 시민들은 "직접 보니 우리가 빨갱이냐?"며 항의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현장에 있던 민변의 한택근 변호사가 이에 "경찰이 신분증을 요청할 때도 근거를 대야 하는데 촛불 집회 참가자가 이 부장에게 정확한 신원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근거가 뭐냐"고 묻자, 한 시민은 "조선일보 식으로 말하겠다. 저기 서 있는 사람은 기자가 아니라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일지 모르니 신분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부장 기자는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한 변호사에 말했고, 한 변호사는 "<조선일보> 기자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니 길을 열어주자"고 해 일단 풀려나왔다.

그러나 그가 자리를 뜨려고 하자 시민 1백여명이 뒤따라가며 "그냥 보낼 수 없다", "돌아가면 폭도들이 폭행했다고 할 것 아니냐"며 욕설을 내뱉었다. 결국 그는 얼마 못가 인근의 한 호프집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시위대 1백여명이 호프집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통에 그는 오도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경향신문> 임 모 기자가 나타나 "나는 경향신문 기자"라며 시위대들에 신분증을 보여준 뒤, 이제 "조선일보 기자를 돌려보내주자"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저 사람 신분증도 못봤다"고 했고, 또 다른 시민들은 "혼을 내주겠다"고 거부했고, 임 기자는 이에 "조선일보 기자가 지금 신분증을 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일보 측에 전화해 신분을 확인보증하겠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실제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조선일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부장 기자의 신원을 확인해줬다. 임 기자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시민들에게 "이러면 안 된다. 신문 논조가 마음에 안 든다고 기자를 때리면 촛불집회에도 손해"라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결국 민변 관계자들까지 나서면서, 이 부장은 시위대에 둘러싸인 지 1시간여 만에 회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조선일보>도 26일 <시위대, 본사 기자 1시간 억류·폭행>이란 제목으로 이 날 상황을 기사화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민변 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시위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만 밝혔을 뿐, <경향신문> 기자의 노고(?)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50 18
    실명은

    이름은 이광회 라고 조보에서 밝혔는데
    구지 여기서 익명으로 처리하는 이유는 무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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