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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사관' 이병도 손자, 서울대 총장 논란

진보역사학계 "이장무 교수의 서울대 총장 취임 막겠다" 반발

다음달 16일 4년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후임으로 이장무 전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이 유력한 가운데, 이 교수의 집안 전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병도 손자 이장무 교수가 서울대 총장? 절대 안된다”

역사연구모임인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임’(대표 이종섭)은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달개비(구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장무 교수의 서울대 총장 임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장무 교수의 직계조부는 조선사편수회에서 이마니시 류(今西龍)의 밑에서 수사관보(당시 연구원 직책)로 근무하며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단군조선의 역사를 신화화 시킨 대표적인 친일사학자인 이병도”라고 지적했다.

이병도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이마니시 류는 한국 고대사를 전공한 일본 학자로, 단군조선을 신화로 격하하는 등, "삼국사기 신라본기 상대(上代) 부분을 역사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츠다 쇼우키치(津田左右吉)와 함께 식민사관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이러한 이병도의 일제부역 전력을 문제삼으며 “이병무 교수가 서울대학교의 총장으로 임명되면 자신의 조부인 이병도의 논리를 비판하거나 친일 잔재청산을 위한 객관적인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장무 교수의 조부 이병도를 문제삼으며 이 교수가 서울대 총장에 결코 임명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뷰스앤뉴스


또 이들은 "이병도-이장무로 이어지는 우봉이씨(牛峰李氏) 가문의 윗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정점에는 민족반역의 핵 ‘이완용’이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장무 교수의 조부 이병도는 이완용의 먼 조카뻘로 밝혀지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 2003년 3월 취임한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차관급)이 이장무 교수의 친동생인 사실을 지적하며 “그 때 이건무 관장이 취임할 때도 문제제기를 하려했으나, 이번에 장관급인 서울대 총장자리까지 이장무 교수에게 돌아가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장무 교수의 서울대 총장임명에 적극 반대하며 23일부터 서울대 정문과 교육부에서 1인시위를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장무 교수의 총장 후보 사퇴가 관철될 때까지 전국민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 기관에 임명 반대 진정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도, 10여년간 식민사관 주입기관 조선사편수회 근무

지난 1989년 93세의 천수를 누리고 사망한 이병도는 일제가 식민사관을 우리민족에게 주입하기 위해 만든 친일어용 역사단체인 조선사편찬위원회(이후 조선사편수회)에서 10여년 넘게 수사관보(현재로 말하면 일종의 연구원)와 편수위원을 지냈다.

조선사편수회는 이완용, 박영효 등 친일파의 거두들이 고문으로 대거포진해 있는 등 일제강점기 시절의 대표적인 식민사관 전파 기관이었다.

해방 후 이병도는 '실증사학의 거목'으로 불리며, 조선사편수회에 가담한 신석호와 함께 남한내 역사학계를 지배했다. 이병도의 실증사학이란 “역사적 자료가 있는 것, 고증할 수 있는 사실만 가지고 역사를 서술해야 한다”는 역사기술 방법론으로, 주로 고대사와 중세사 연구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회경제사를 토대로 한 유물사관의 거목인 백남운이 북한 사학계를 주도했다면 남한 사학계는 이병도의 실증주의 사관이 지배했던 셈.

이병도는 서울대 교수, 문교부장관, 학술원 회장 등을 두루 역임했으며, 지금도 이병도의 후학들은 사학계 곳곳에 포진돼 주류사학의 한 분파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해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에 들어갈 1차 친일명단에 이병도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생전의 이병도 박사. ⓒ연합뉴스


이장무 교수 1위로 선출

한편 지난 11일 실시된 제24대 서울대 총장 후보 선정 결선투표에서 이장무 교수와 조동성(경영대) 교수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이 교수는 이 날 투표에서 총 1천4백68표 중 5백24표(35.7%)를 얻어 4백90표(33.4%)에 머문 조 교수를 제치고 1위로 총장 후보에 선정됐다.

서울대는 ‘총장 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결선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이 교수와 조 교수를 교육부 장관에게 신임 총장 후보로 추천하게 되고, 노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이들 가운데 한 명을 총장에 임명한다.

최근 5차례의 총장 후보 선정 투표에서 매번 최다 득표자가 총장에 임명된 전례로 볼 때, 노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장무 교수를 신임 서울대 총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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