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김대중 "한국인 반미, 피해의식 때문"
미국인 "그럼 우리도 무섭게 하면 되겠군", 주한미군 철수 경고
김대중 "속으론 미국 좋아하면서 입으론 욕해"
김대중 고문은 19일자 <'반미'의 해법>이란 칼럼을 통해 주한 미국인이 최근 자신에게 "올림픽 성화봉송이 미국과 관련돼 한국내 미국인이 지난번 중국인이 했던 것처럼 난동을 부리고 폭력을 행사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라고 질문했다며 "아마도 한국은 '촛불'로 뒤덮였을 것이고 곳곳에서 보복행위가 없었으리라고 장담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김 고문은 이어 "다른 나라가 했더라면 그냥 넘어갈 것도 '미국'이 관련됐다 하면 좌파가 걸고넘어지고 마치 그것이 '리버럴한' 사고 방식의 발로인 양 그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곤 했다"며 미국 쇠고기 전면개방에 반대하는 압도적 다수 국민에 불만을 토로한 뒤, "그런데 한국사회는 '미국'을 빼놓고는 말하기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민도 미국으로 가고, 공부도 미국에 가서 하고, 사업도 미국과 하며, 놀기도 미국에 가서 한다. 아마도 두 집 걸러 한 집씩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미국과 얽혀 있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다. 속으로는 미국을 좋아하면서 입으로는 욕하고, 개인적으로는 미국과 친하면서 나라 전체로서는 미국을 못마땅해한다.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며 국민 심리를 이율배반으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런 정서의 뿌리는 무엇인가"라고 물은 뒤, "우리는 매일이다시피 '미국'과 접하면서 미국이 우리에게 갖는 우월적 지위 내지 정서를 너무 많이 알게 됐다. 그러면서 우리가 약소국이고 동맹수혜국이라는 사실에 스스로 피해의식을 갖게 된 측면도 있다"며 이를 '대미 컴플렉스'로 해석하기까지 했다.
미국인 "그럼 우리도 무섭게 하면 되겠군"
김 고문은 이어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하며 "(주한미군이) 우리의 필요성 때문에 주둔하는 것으로 인정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미국을 '동네북' 취급하듯 하는 좌파세력의 선동에 떠밀려 다니기 전에 미국과의 관계에서 받을 것과 줄 것의 순위를 인정하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 미군은 미군대로 그냥 놔두고, 반미감정은 감정대로 표출하는 것은 너무 이중적이고 자기위주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문제는 결코 정권차원에서, 한 대통령의 이념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안보의 문제고 나라의 근간의 문제"라며 "따라서 우리 모두도 '정서'나 '감정'으로 다루기보다 우리 실익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우리의 '정서'를 정리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글의 모두에 소개한 "미국인들이 난동 부렸더라면…" 하는 미국인 질문에 자신은 "우리는 중국이 무섭다. 중국은 우리 4000년 역사에 노상 우리를 깔고 앉아 우리를 괴롭혔다. 그러나 미국은 무섭지 않다. 미국은 미국인들이 난동자로 몰려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우리 유학생을 쫓아내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쳐들어와 점령할 나라도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주한 미국인은 "그럼 우리도 무섭게 하면 되겠군"이라고 말다며, 김 고문은 "그 말의 속뜻이 '철군'으로 느껴졌다"고 미국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미국과 접촉이 잦은 <조선일보>의 논객들이 앞다퉈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이 계속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미국의 위압적 목소리를 대변하고 나선 양상이어서,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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