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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평택범대위, 3차 범국민대회 평화적 마무리

월드컵 대 프랑스전을 앞두고 사전행사가 한참이던 18일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서는 ‘미군기지 확장 반대, 평화농사 실현 3차 범국민대회’가 경찰의 끈질긴 원천봉쇄 시도를 뚫고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비록 지난 5월 14일 열린 2차 범국민대회와 마찬가지로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주민들과 함께 치러내지는 못했지만 대회 참가자들은 봉쇄망을 뚫고 도두2리까지 진입해 군부대 철조망에 평화농사를 염원하는 소지천을 묶고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날 평택 범대위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군경 합동작전으로 철저히 봉쇄된 지난 2차 범국민대회와 달리 군시설에 접근해 평화 기원 퍼포먼스를 가지는 등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다는 자체평가와 함께 고무된 표정이었다.

2천5백여 참가자, 대추리 진입 농로 곳곳서 산개 진입 시도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평택 범대위 소속단체 회원 2천5백여명은 오후 1시 평택 본정리를 넘어 충남 둔포 농협에 집결해 대추리 진입을 위한 산개투쟁에 돌입했다.

노동자.농민.시민사회단체 소속 2천5백여명의 참석자들은 본정리와 계양리를 우회해 도두2리 진입에 성공했다.ⓒ최병성


본정리, 계양리 일대 거의 대부분의 농로에서 경찰과 참가자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두 시간 넘게 이어졌고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등 간간히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범대위는 2차 대회와 마찬가지로 평화집회를 예고했고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어떤 자위도구도 없는 맨 몸으로 대추리 우회진입 투쟁을 계속했다.

결국 경찰은 참가자들의 끈질긴 진입 투쟁을 막지 못하고 대추리 진입만을 불허하고 인근지역인 도두2리까지의 진입을 사실상 허용했고 참가자들은 오후3시 30분경 철조망이 둘러쳐진 도두2리 마을회관에 집결해 ‘평화농사 보장’, ‘미군기지 확장 반대’ 등의 요구가 담긴 현수막과 리본을 다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가졌다.

이들의 대추리 진입투쟁은 수로를 통해서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 40분경 13명의 청년과 학생들이 고무 보트를 타고 안성천에서 3시간가량 수상시위를 전개한 것.

이들은 앞서 오후1시 40분경 평택시 군문교 지역에서 안성천을 타고 수상시위와 함께 대추리 지역 상륙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이날 오후 1시40분경 대학생 13명은 2인용 보트 10대에 나눠타고 안성천에서 출발, 대추리 진입을 시도했다.ⓒ최병성


대추리 바깥에서 격렬한 진입투쟁이 벌어지던 시각, 대추리 안에서는 주민들을 비롯해 2~3일전부터 미리 들어와 농활을 함께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경기지역 회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2백여명이 참가한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청와대 앞에서 13일째 곡기를 끊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문정현 신부는 전화로 연결한 대회사를 통해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대추리 주민들 “우리는 평생 일궈온 땅에서 농사 지을 것”

대추리 범국민대회에는 오종렬 범대위 상임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참가했고 대회가 끝난 후 외부 참가자들이 집결한 도두2리 마을행진까지 행진해 반대편에서 인간 띠 잇기 행사를 개최했다.

대추리, 도두2리의 ‘미군기지 확장이전, 평화농사 실현’ 구호는 평택역 앞에서도 계속됐다. 대추리, 도두2리 주민들을 비롯한 범국민대회 참가자 1천여명은 오후 7시경 평택역 앞에 재집결해 ‘평택 시민 한마당’ 촛불문화제를 열고 평택시민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문화제 말미에는 도두2리 이상렬 이장을 비롯한 대추리, 도두2리 주민 40여명이 무대에 올라 1천여 참가자들의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그동안 비행기 뜨는 소리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평생 일구어온 땅을 빼앗기면서도 우리나라를 위한 것이라는 말에 꾹꾹 참아왔다”며 “하지만 더 이상은 우리가 부모.조상때부터 일궈온 땅을 다시 빼앗아 새로운 전쟁기지를 만드려는 시도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7시부터 평택역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최병성


이들은 “우리는 법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묵묵히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면 그 땅에서 우리 국민들이 먹을거리가 나오는 것은 안다”며 “더 이상 우리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 없다. 여러분들이 도와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범국민대회는 ▲미군기지 확장 이전 전면 재협상 ▲군경 병력 철수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철회 ▲김지태 대추리 이장 등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고, 올해 농사짓기와 7월로 예정된 빈집 철거 저지 등을 거듭 강조하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문화제를 끝으로 오후 8시 30분경 마무리됐다.

경찰 과잉진압 여전, 군 3미터 죽봉 들고 경계

한편 경찰은 이날도 160개 중대 1만 6천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본정리, 안정리, 신대리, 계양리 등 집회 장소인 대추리로 들어가는 진입 길목을 차단했고 기자들에게 자체 제작한 완장을 착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과잉 검문검색으로 물의를 빚었다.

경찰은 범국민대회 전날인 17일 저녁부터 검문검색을 강화해 주민을 제외하고는 대추리 진입을 불허했고 당일에는 시내버스마저 되돌려 보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특히 오후 1시경에는 평택에서 대회 참가자들의 집결지인 둔포 농협으로 향하는 시내버스에 전경 30여명이 올라타 버스를 되돌리게 하는 상식밖의 통제행위를 보여주기도 했다.

대추리, 도두2리로 통하는 모든 농로를 차단한 경찰.ⓒ최병성


경찰의 방패에 후두부를 가격당한 한 학생이 실신한 채 응급차를 기다리고 있다.ⓒ최병성


또한 대추리로 향하는 농로를 포함한 모든 길목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 농사가 한창인 본정리, 계양리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진입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 계양리에서 대추리 방향으로 우회하던 학생 참가자 중 한명이 부상을 입어 응급차에 후송되기도 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학생은 경찰의 봉쇄에 항의하면서 벌어진 몸싸움 과정에서 후두부와 상반신을 방패로 가격당한 후 실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학생은 바닥에 엎드린 채 10여분간 의식을 차리지 못했고 후두부와 상반신 곳곳에 타박상 자국이 선명했다. 결국 이 학생은 30여분을 더 기다린 끝에 대추리에 대기하던 응급차로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밖에도 대추리, 도두2리 철조망 설치 지역 일대에는 1천여명의 군병력이 3미터 길이의 죽봉을 들고 경계근무를 섰다.

길이 3미터의 단단한 죽봉은 국방부가 공개했던 방어용 장비와는 거리가 멀고 만약 충돌이 벌어질 경우 방어도구를 갖고 있지 않은 민간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7월 빈집 철거방침, 범대위 격렬한 저항 예고

한편 정부가 7월 초부터 생가를 제외한 대추리, 도두2리 일대의 모든 공가에 대한 단계적 철거방침을 밝힘에 따라 정부와 범대위의 격렬한 충돌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평택 범대위 언론담당 박래군 활동가는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철조망에 접근해 인간 띠 잇기 행사를 한 것은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대구민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군 당국의 빈집 철거와 주민들에 대한 강제퇴거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주민들은 이번 주부터 보리를 수확하고 논에 모내기 등 영농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라며 정부의 기지 이전 전면 재협상을 거듭 촉구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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