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김대중 "박근혜 옹졸, 위기의 MB 도와야"
"MB, 좌파 역공으로 발목 잡혀" "박근혜, '심통공주' 돼선 안돼"
김대중 "박근혜는 이명박 조수일뿐. 박근혜 옹졸"
김대중 고문은 이날자 칼럼 '박근혜 공주론'을 통해 최근 친박 복당을 둘러싼 한나라당 갈등을 거론한 뒤, "그(박근혜)와 그의 추종세력이 전하는 '사유'와 '이유'들은 전혀 근거가 없지 않았다"며 "총선에서 나타난 '박근혜 지지표(13%)'를 왜 인정해주지 않느냐는 것이었고, 그 점에 관한 한 이명박 대통령과 이른바 '친이' 세력의 소아적(小兒的) '잔머리'에 유죄성(有罪性)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일단 이명박 대통령측을 힐난했다.
김 고문은 그러나 곧 화살을 박 전대표에게 돌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상황이 아니고 자신의 말처럼 더불어 경쟁할 여·야 정치인이 없는 처지인 반면, 박근혜씨는 5년 후를 기약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정권의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대통령 이명박"이라며 "박씨가 딴살림을 차릴 요량이라면 모를까 박씨는 조수석에 앉을 수밖에 없다"며, 박 전대표는 국정동반자가 아닌 보조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친박'을 안 받아주겠다는 '친이'에 대한 정치적 도덕적 비난과, 그렇다고 '저 사람들 안 받아주면…' 운운하며 당선자 모임과 청와대 만찬까지 불참하는 박씨답지 않은 옹졸함에 대한 실망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단언컨대 그것을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친박' 중에도 없을 성싶다"고 주장하며, 박 전대표의 최근 행위를 '옹졸함'으로 규정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시대를 보는 안목, 세계의 흐름을 보는 거시적 감각 그리고 무엇을 도와 어떻게 성취하겠다는 공동체의식―이런 것들이 보태져야 한다"며 "지금 박근혜씨에게 그런 것들의 징후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당 파벌의 수뇌, 선거기술자, 사람을 끄는 인간적 마술 등으로 그의 존재가 폄하돼서는 안 되는데도 그는 지금 엉뚱한(?) 곳에서 격(格) 낮은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거듭 박 전대표를 힐난했다.
"박근혜, 좌파 역공으로 발목 잡힌 이명박 도와야"
김 고문이 이처럼 박 전대표를 힐난한 진짜 속내는 곧 드러났다.
김 고문은 "그의 대승적 자세가 더욱 요구되는 것은 10년의 좌파정권을 교체해서 들어선 '박씨의 정당'(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출범 3개월도 안 돼 좌파의 역공(逆攻)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 정권의 '친기업'은 일단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출발했으나 노조세력은 철도·항공·전기·가스 등 총파업을 경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으로 일방적 대북 퍼주기에 제동을 걸었으나 북한은 온갖 욕설과 함께 일체의 남북교섭을 끊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한미관계의 복원도 순조롭게 출발하는가 하더니 쇠고기수입 협상과 FTA 비준처리로 좌파세력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라며, 쇠고기 문제로 한미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진정 한나라당의 리더이며 정당의 실질적 주인으로 자처한다면, 그는 지금 우파정권의 노선과 당면과제에 자신의 힘을 보태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는 쇠고기문제, 여성과 범죄의 문제, FTA문제, 올림픽 성화봉송과 관련된 중국학생들의 폭력 문제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열심히 토해내야 옳다"며, 박 전대표가 쇠고기 문제로 위기에 직면한 이 대통령을 적극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심통공주로 비쳐져선 곤란"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러지 않고 오늘도 여전히 삼성동 자택에 '칩거'하며 나라의 문제, 사회의 문제 등은 외면한 채 또다시 어떤 '조건'과 '요구'를 내세울까 세싸움에만 골몰하는 것으로 비친다면 그것은 엄청난 이미지 손실"이라며 "그는 더 이상 '공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냥 '공주'도 아니고 '불만·불평 공주', '심통 공주'로 비쳐져서는 더 더욱 곤란하다"며 우회적으로 최근 박 전대표 행보를 '심통 공주'로 비유하며 박 전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국민들은 이제 친이, 친박 등의 용어에 대해서조차 역겨워한다"며 "대선 후부터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자고 깨면 친이·친박이니 신물이 날 때도 됐다. 눈치 빠른 정치인들이라면 이쯤에서 그 놀음을 거둘 줄도 알아야 한다"며 거듭 박 전대표에게 '무조건적 이명박 지원'을 압박했다.
상반된 압력 직면한 박근혜의 최종 선택은?
김 고문의 이같은 주장은 광우병 촛불집회를 좌파 선동의 산물로 규정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내심 얼마나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대중적 영향력이 큰 박 전대표를 통해 최근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같은 김 고문 주장과는 정반대로, 박사모 등 박 전대표 지지자중 일부와 인터넷 상에서는 박 전대표가 쇠고기 전면개방에 적극 반대하고 나서야 한다는 상반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사실상 차기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박 전대표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작금의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어, 향후 박 전대표 선택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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