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중국유학생 살생부' 유포 파문
10여개 대학 20여명 이름 유포, 네티즌 "이건 아니다"
10여개 대학 20여명 명단 나돌아
중국 유학생 등의 폭력사태에 대한 단호한 외교적 대응과 사법처리는 당연하나, 확인되지 않은 추정에 근거한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는 외교적 분쟁을 초래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국격(國格)도 손상시킬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29일 주요 포탈사이트에는 고려대, 동국대, 광운대,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 경북대, 청주대, 배재대, 동양대, 한국과학기술대 등 국내 10여개 대학에 재직중인 중국유학생 20여명이 이름이 나돌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이들의 실명과 소속대학 및 소속과 뿐 아니라 핸드폰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나이 등 상세한 개인 신상정보까지 나돌고 있다. 일부 유학생들에 대해서는 '조선족'이란 표시까지 돼 있다.
28일 밤에는 이들 중 일부의 사진까지 올려졌으나, 그후 삭제된 상태다.
이들의 신상자료는 재한중국유학생연합회에 올라있는 대학별 유학생 대표 등의 이름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터넷상에 이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확산되자, 유학생연합회측은 서둘러 홈페이지에 올려있던 개인의 사진과 이메일,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삭제하고 있다.
네티즌 "중국에 유학 가 있는 우리 유학생 생각하자"
인터넷상 명단 공개는 재한중국유학생연합회가 홈페이지에 사전공지 등을 통해 집회에 적극 참여할 것을 독려했고, 중국대사관측과도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에 기초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같은 명단 공개를 비판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성숙한 네티즌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ID '마루솔'은 다음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명단 공개의 부당성을 논리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폭력사태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 뒤, "명단공개....하지만 이것 또한 정당화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며 "물론 우리나라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의 분노가 어떤지 안다. 나도 한국사람이기에 폭력사태에 대해 분노하지만...명단공개는 인권침해라는 생각을 왜 못할까....티벳의 상황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인권침해와 평화의 주제로 시위를 한 것이 아니었나...그걸 생각한다면 어떻게 명단공개를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물론 대학교 등록금 인상에서는 무력진압까지 하겠다고 위협하던 경찰이 이 사태에 대해선 아무 반응이 없던 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분노하고, 또한 일부 몇몇은 극단적으로 공권력으로 해결할수 없는 것을 본인들이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이것 또한 인권침해이고 자력구제"라고 거듭 명단 공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또 한가지, 이런 식으로 후폭풍까지 밀려오게 되면 중국내에 있는 수많은 한국유학생들에게까지 엄청난 파장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물론 우리나라 검찰 경찰 모두 신뢰가 잃은지 오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거듭 경찰을 질타하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태는 자력으로 일을 해결해서는 안된다"며 거듭 중국인 명단 공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의 지적에 다수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다른 네티즌들도 중국인 명단 유통에 반대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어, 한국 네티즌의 높은 지성을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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