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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장관들, 서민 상처 준 표현 써 걱정"

"통치자는 100미터 달리기 선수 아니다"

정진석 추기경이 6일 한승수 국무총리를 만나 최근 내각 인선 논란과 관련, "장관들 인선과정을 봤을 때 가난한 사람과 서민들이 듣기에 상처를 받을 수 있는 표현이 간혹 나와 염려가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오후 명동성당에서 한 총리의 예방을 받고 "총리가 시험을 잘 통과했지만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라고 해도 가난한 사람,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도 있기 때문에 국무위원 모두가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말로라도 상처를 안 입는 표현을 해서 국민 마음을 다독거릴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추기경의 지적은 인사 파동 과정에 일부 후보들이 "땅을 사랑해선 산 것" "교수 생활 25년에 30억원이 무슨 큰 돈이냐" 는 등 국민들을 자극한 황당한 해명이 잇따른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추기경은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가 크고, 기대가 큰 만큼 국민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라며 "듣기 좋은 말은 기억을 잘 하지 않고, 듣기 거북한 말은 오래 기억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표현에 신경을 써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대선 전에 만났는데 대선 후에는 만날 수가 없었다. 취임식날은 주교회의가 있어 모든 주교들이 아마 (대통령을) 못 본 것 같다"며 "통치자는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다.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임해달라"고 우회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성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한 총리는 "각별히 유념하고 조심하겠다.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정을 운영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직자의 표상이 청백리인 만큼 깨끗한 내각이 되겠다. 그동안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지만 내각에 들어왔으니 깨끗하게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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