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시민단체 “평택미군기지 이전, 재협상 가능”

[토론회] “추가 이전비용, 환경파괴 등 사정변경 때문”

평택에서의 격렬한 민군 충돌을 불러왔던 용산 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재검토는 가능할까. 정부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에 따른 양국간 신뢰도 추락을 이유로 재협상 불가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대답은 한결같이 ‘재협상은 가능할 뿐 아니라 불가피하다’이다.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이라 불리는 주한미군의 역할변화,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미군기지 환경정화 비용 분담, 평택 미군기지 이전의 타당성 등 미군기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의 대정부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3월에 제출하기로 했던 시설종합계획(MP)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상대적으로 군부대까지 동원해 무리한 토지 강제수용에 나서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도 늦추는 기지이전, 왜 정부가 서두르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주한미군 기지이전 협정에 대한 재협상의 필요성과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주한미군기지 이전 협상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미군기지 이전 재협상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요 논거는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 2004년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UA)' 등 한미 양국간 체결된 조약들이 현재에 이르러 심각한 사정변경 사유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송상교 변호사는 “미국과의 협정에 대한 우리측 해석이나 국제법상 재협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오히려 아직 미국 측의 시설종합계획(MP)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추진은 새로운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시설종합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전액 부담하기로 한 시설비용의 정확한 규모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고 해당주민들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은 결국 한미 협정에서 사정변경에 따른 재협상, 평택 이외 다른 곳으로의 기지이전, 계약 파기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에는 ‘양 당사국간 이전 시행과정에서 시설과 구역의 소요에 현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에는 상호협의하고 이전계획에 필요한 조정을 가할 수 있다(제2조제5항)’고 명시되어있다.

또한 협정 제6항은 개정을 위한 건의는 양당사국의 동의에 의해 언제든지 제출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정변경의 구체적인 이유는 명시되어있지만 않지만 양국간 논의에 따라 개정을 위한 재협상의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송상교 변호사.ⓒ최병성


이와 관련 송 변호사는 특히 ‘시설과 구역의 소요에 현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을 강조하며 ▲2004년 이후 새롭게 합의된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 추가감축 계획의 현실화 등의 대외적 변화가 이 같은 사정변경의 이유에 해당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발생하는 이전비용, 가늠조차 힘들어”

그는 “특히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한 미군의 추가감축 사유’는 전적으로 미국측의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재협상 및 협정 개정을 주장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내적으로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및 시설공사를 위한 대규모 성토작업과 환경파괴로 인한 추가 소요비용이 협정 당시 반영되지 않은 점도 사정변경의 이유로 지적됐다.

송 변호사는 “미국은 팽성지역 부지의 지대가 낮아 홍수의 우려가 있다며 연병장 2.6미터, 건물부지 3.3미터 높이로 성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약 5~6천억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작업으로 협정 당시 정부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68만평 팽성 부지의 성토작업을 한국 정부가 수행할 경우 총 3천9백만톤의 점질토가 필요하고 규모는 50미터 높이 야산 180개를 깍아야 할 정도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처럼 평택 이전에 따른 대규모 성토작업이 예상됨에 따라 시민사회 진영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미군기지의 타지역 이전 가능성도 또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서울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사.연합사 및 주한미군사의 부대는 평택지역으로 이전되며, 필요한 경우에는 양당사국의 상호합의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이전된다’고 명시한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 2조2호에 따라 평택이 아닌 타지역으로의 이전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민사회진영을 중심으로 미군기지 이전 협상의 전면 재검토 주장이 거세지면서 지난 2004년 12월에 정부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킨 국회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제 국회가 예산감시 통해 재협상 압박해야”

국회는 협정 비준 당시 이전사업의 구체적인 소용비용 및 향후 반발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절차를 밟지 않아 “미국에 백지수표를 발행해 줬다”는 격렬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국회 본회의 최종 투표 결과는 191명 투표에 반대는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를 합쳐 27표에 불과했다.

송 변호사는 “협정의 이행은 위해서는 양국간 국내법에 따라 승인되고 배정된 자금의 가용여부에 따른다고 명시되어있다”며 “예산확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협정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94년 미국과 북한 간 체결된 제네바협의 이후 공화당 중심 의회가 예산지원을불승인해 합의자체가 유명무실한 사례를 거론하며 “기지이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는 예산통제를 통해 재협상 국면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주한미군 기지이전 협정에 대한 재협상의 필요성과 가능성' 토론회.ⓒ최병성


이와 관련 토론자로 참석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회 내부에서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주요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국회 청문회,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다각도로 재검토를 위한 원내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평택미군기지 이전은 미국에 눈치보고 자국민을 외면하는 한국 외교정책의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주한미군의 한반도 내 역할, 양국간 비공개 협상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정부는 부정하지만 미군기지 이전 및 재배치는 결국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비공개로 추진된 기지 이전 협정 이후 새롭게 추가된 상황(전략적 유연성)이므로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지난 3월 20일 “주한민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사항이므로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이라며 “국회 비준 없이 대통령과 정부가 이를 합의한 것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