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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실한 시각장애인의 외로운 자살

평소 가난한 이웃들 무료 안마봉사, 절망끝 끝내 자살

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독점 위헌’ 판결이 끝내 한 성실한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안타까운 투신자살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4일 오전 6시 10분쯤 서울 금천구 시흥5동 A임대아파트 앞 화단에서 손모(4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화단 나뭇가지가 부러져있고 거실의 텔레비전이 켜져 있던 점으로 미뤄 혼자 살던 손씨가 밤새도록 고심을 하다가 집 앞 복도 창문을 통해 떨어져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새벽 손씨 사체를 화단에서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주민들은 그의 외로운 죽음에 안타까와하고 있다.

경찰은 손씨가 헌재 판결 이후 최근 주변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살고 싶지 않다"고 자주 말해왔다는 주변 증언에 미뤄 헌재 판결 이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손씨는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뒤 혼자 살며 정부의 생활보조금과 안마사 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오다, 이번 헌재 판결 이후 항의시위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생전에 자신의 방 두개짜리 임대 아파트에서 가난한 이웃 신경통환자 등을 상대로 안마업을 해왔으며, 일주일에 두차례씩 교회에서 가난한 이웃들을 상대로 무료 안마봉사를 하는 등 성실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 자살 소식을 접한 시각장애인들은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마포대교 일대에서 농성 중이던 시각장애인들은 그동안 함께 농성에 참여해온 손씨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흘리며 비통해하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는 4일 성명을 통해 “손씨는 헌재의 결정에 울분을 참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며 “그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온 국민의 힘을 모아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권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 자유가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보다 어떻게 우위에 있느냐”며 “내일(5일) 오전 국회에서 대정부 투쟁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들은 헌재 판결 이후 현재까지 11일간 서울 마포대교와 한강 둔치에서 항의 집회를 계속해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헌재 판결 이후 ‘조속한 대체 입법’ 입장을 밝히고 대한안마사협회와 '의료법 실무 개정협의회' 구성하는 등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당장 비시각장애인의 안마업 진출을 막을 뚜렷한 대안이 없어 당분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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