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6월 워싱턴 DC, 시내의 한복판 아메리칸 대학 캠퍼스에는 당시 좀체로 보기 드문 최대 규모의 학생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청년대통령 존 F. 케네디(JFK)가 세계 시민들을 향해 평화의 연설을 하는 집회였다. 빠르게 변화되는 새로운 세계에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미 국민에게 변화와 희망의 영감을 전달하는 싱싱한 젊은 대통령의 인기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되기 꼭 5개월 전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꼭 45년후인 지난 1월28일 같은 장소인 아메리카 대학에 대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바락 오바마의 선거유세였다. 단상에는 오바마 후보와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 그리고 케네디 의원의 아들인 로드아일랜드의 연방하원의원인 패트릭 케네디, 그리고 케네디 대통령의 큰딸인 캐롤라인 케네디가 나왔다.
먼저, 케네디 대통령의 큰딸인 캐롤라인 케네디가 나와서 “ 나의 아버지 케네디대통령과 같은... 우리에게 희망의 영감을 전해주는 미국의 대통령후보를 소개한다, 그는 바로 바락 오바마 의원이다 ” 라고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이어 케네디가의 좌장격인 테드 케네디(케네디대통령의 막내동생) 상원의원이 나와 “ 오바마 의원에게서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을 본다 ”라고 연설했다. 케네디가의 지지선언을 이끌어 낸 오바마 후보는 일찌감치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의원의 지지를 받았었고 게다가 디벌 패트릭 매사츄세츠 주지사도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주지사와 두 명의 상원의원은 그 주의 정치를 100% 대표하는 격의 위상을 갖고 있다. 오바마가 그야말로 매사츄세츠주를 점령한 셈이다.
케네디 대통령 이후 민주당을 이끌어 온 매샤츄세츠주는 6백50만의 인구 중에 유권자가 3백70만이다. 민주당 대의원(Delegate)수가 1백27명인 대형주다. 2004년 예비선거에서 존 케리 후보가 72%를 획득하여 거의 싹쓸이를 할 정도였다.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선거 전문가들의 시선은 은근히 매샤추세츠주에 쏠리게 되었다. 당 조직은 힐러리 클린턴이 장악했는데, 당원들의 구심점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47년 미국 의회의 최장수 상원의원인 테드 케네디 의원이 막판에 오바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매사츄세츠주 대도시의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치열하게 광고전을 벌렸다. 힐러리는 정통민주당을 계승할 후보는 자신이라고 정치경력과 경험을 강조하고, 오바마 후보는 케네디의 대를 이을 것이며 보스턴이 자신을 정치권에 데뷔를 시켰다고 열을 올렸다. 슈퍼화요일을 맞아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몰려 나왔다. 투표율을 짐작해서 미디어에서는 '슈퍼 화요일' 대신에 '쓰나미 화요일'이란 표현을 쓸 정도였다. 민주당쪽으로만 몰린 유권자가 1백50만명을 넘었다. 2004년 예비선거에선 50만명이 조금 넘었다. <뉴욕타임스>에선 '거대한 몰림(Huge Turnout)'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오바마 캠프에선 투표가 끝나기 전부터 이변을 기대했다. 그동안 투표율에 비례해서 오바마가 떠올랐던 투표 양상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슈퍼 화요일 결과는 힐러리가 앞섰지만 결론은 오바마의 승리였다. 오바마가 13개주, 힐러리가 8개주를 차지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바람이 힐러리 강세지역을 거세게 몰아쳤지만 매사츄세츠 주에선 살랑살랑 봄바람만도 못했다. 매사츄세츠주의 표심을 리드하는 절대다수 백인 여성들이 케네디가에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오바마 바람에서 구체적인 변화와 희망을 읽기가 어렵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여성대통령을 기대한다는 것을 투표로 보여 주었다. 오바마가 이길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 거꾸로 15% 이상의 격차를 내면서 힐러리가 이긴 것이다. 결과는 힐러리 55%, 오바마 44%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매사츄세츠 민주당원과 무당적 유권자들이 주지사와 거물급 두 명의 상원의원 ‘존 케리’와 ‘테드 케네디’에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출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반란을 주도한 여성유권자들은 힐러리의 능력과 경륜이 미국의 경제를 살릴 것이라 답했다고 했다.
거세게 몰아치는 오바마의 바람과 그로 인한 지지율의 상승세에 주눅이 들었던 힐러리에게 매사츄세츠주의 승리는 그야말로 백만원군이 됐다. 매사츄세츠주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힐러리는 오바마에게 후보끼리 직접 이슈에 대한 토론과 논쟁으로 진검승부를 낼 것을 제안했다. 매사츄세츠주가 과연 오바마의 맹추격으로 위기에 몰린 힐러리를 살릴 수 있을 지 남은 게임들이 미국민들과 세계를 흥미로운 대선의 전쟁터 한 복판에 밀어넣고 있다.
여성대통령을 기대하는 백인 여성들의 반란으로 매사츄세츠주에서 승리한 힐러리의 향후 대선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힐러리의 대선 유세 모습. ⓒ 마이스페이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