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지분형 주택'에 대해 19일 보수-진보 모든 언론이 한 목소리로 집값 폭등을 전제로 한 설익은 한건주의 정책이라고 질타를 가했다. 비판에는 이명박 당선인을 적극 지지해온 <동아일보>까지 가세, 인수위를 당혹케 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곳, <중앙일보>만은 예외였다.
<동아일보> "설익은 한건주의 정책, 집값 폭등 빌미될 수도"
이명박 당선인은 그동안 "한국집값은 너무 비싸다"며 집값을 낮추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인수위가 지난 17일 발표한 '지분형 주택'은 해마다 집값이 최소한 금리보다 높계 계속 오를 때만 실현가능하다는 상반된 전제를 깔고 있다. 모든 언론들은 이 '모순'을 지적했다. 여기에는 가장 '친이명박 신문'으로 꼽히는 <동아일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아일보>는 이날자 '집값이 계속 올라야 할 성공할 지분형 주택'이란 사설을 통해 "이 제도는 집값이 은행금리 이상으로 계속 올라야만 성공할 수 있는 제도"라며 "서민주택의 가격을 안정시켜야 할 정부가 주택에 대한 투자를 부추겨야 하는 모순에 직면한다. 요즘 은행금리가 연 7%가량이므로 집값이 8∼9%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돼야만 펀드가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지분형 주택제의 모순을 꼬집었다.
사설은 또한 "공공택지를 싸게 공급하고 분양가 상한제로 주변 집값의 70% 선에 분양하는 경우 수익을 기대한 펀드가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나 공공택지 공급이 어려운 지역이나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수도 있다"며 "사업성이 있는 주택도 수도권에서도 위치가 좋은 지역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설은 "‘반값 아파트’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설익은 정책을 한건주의 식으로 섣불리 추진하다가 시장에 집값 폭등의 빌미를 줄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인수위가 내놓은 지분형 주택제가 전 언론으로부터 "설익은 한건주의"라고 융단폭격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부동산투기 부추기지 않고는..."
<조선일보>도 이날 '이명박식(式) 반값 아파트, 현실적 추진방안 찾아야'라는 사설을 통해 "문제는 이 사업에 돈을 댈 투자자가 있겠느냐는 것"이라며 "투자자는 마음대로 집을 되팔지도 못하고 아무 이익 보장도 없이 돈을 10년 이상 묻어둬야 한다.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따라서 투자자가 요구하는 기대 수익도 높을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年) 7~8%인 것을 감안하면 지분형 주택 값은 연 10%쯤씩 계속 올라야 한다"며 "부동산 투기라도 부추기지 않고는 이렇게 집값이 계속 오르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경향><한국><한겨레><서울> "선심성 잔꾀"
<경향신문>도 '주택투기 부추길 지분형 분양제'란 사설을 통해 "일개 건설회사도 아니고 국민의 주거안정을 추구해야 할 정부가 주택을 투기대상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주택은 실수요자 위주로 공급해야 하며, 투기수단화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인식과 주택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사설은 "집값 안정은 택지비·건축비의 거품 제거 등 정공법으로 해야 한다"며 "집값은 그대로 둔 채 투기수요와 비용을 반 부담하게 하면서 ‘반값 아파트’ 운운하는 것은 선심성 잔꾀나 다름없다"고 꾸짖었다.
<한국일보>도 사설 '지분형 주택, 의욕이 너무 앞선다'를 통해 "펀드 등 투자자에게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재 주택담보 대출의 금리가 7% 안팎임을 감안할 때 그 이상의 수익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관심을 끌기 힘든다. 집값이 매년 10% 정도 오른다는 것을 전제해야 사업이 진행되는 셈"이라며 "좋은 입지를 택해 기대수익률을 높이면 투자자들이 몰리는 대신 집값이 불안해지고, 입지가 나쁘면 실거주자나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실제로 영국 등에서 지분형 주택에 민간 투자자본을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해 공적기관이 지분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칫하면 재정으로 서민층의 집값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얘기"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겨레>도 사설 '설익은 부동산 정책 남발을 우려한다'를 통해 "지분형 분양주택은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10년 가량의 전매제한 기간을 두겠다고 한다. 투자자금을 중간에 유동화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애초 자금은 묶이게 된다. 이런 제약 요건 때문에 연간 수익률이 은행 금리를 훨씬 웃돌아야 투자자를 찾을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부 방침과 어긋날 뿐 아니라 거꾸로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공공기금이나 민간 투자펀드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사설 '지분형 분양제 취지는 좋지만'을 통해 "이 제도는 미비점이 보완되더라도 서울이나 수도권 신도시 주변 등 인기지역에만 적용될 수밖에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개탄했지만 집값이 과도하게 비싼 것은 분양가 ‘거품’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이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뻥튀기한 결과다. 그렇다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과도하게 부풀려진 분양가의 거품부터 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 한곳 <중앙일보> "긍정적 제도"
그러나 단 한곳, <중앙일보>만은 "긍정적 제도"라고 호의적 평가를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지분형 주택, 소유 형태 다양화에 기여'를 통해 " 제도는 우선 저소득층 주거 해결을 위해 민간자금을 활용하는 동시에 주택 문제를 자금시장의 작동을 통해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또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주택 가격이 비싼 우리나라에서 주택 지분의 공동 소유를 통해 주거 안정과 함께 내 집 마련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사설은 이어 "지분형 주택분양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교한 정책 디자인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어떤 종류의 자금을 활용할 것인지, 주택 거주자와 투자자에게 어떻게 세금을 분담시킬 것인지, 투자자금이 몰리는 곳에 적정한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 지분형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 요건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 마련이 제도의 성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또 투기성 자금이 몰려들거나 반대로 자산 부실이 생겨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설은 " 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지분형 주택은 공공임대 주택, 민간임대 주택, 자가 주택의 중간 지점에서 주거 소유 형태의 다양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긍정적 평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