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후 극심한 정파갈등으로 창당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민주노동당이 12일 격론 끝에 ‘심상정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민노당, '심상정 비대위' 표결로 통과
민노당은 이날 서울 관악구민회관에서 열린 9차 중앙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에 최고위 권한, 비대위 구성 권한, 전략공천권을 위임하는 비대위 구성과 역할건을 찬반 논란 끝에 전체 재석 의원 2백71명 중 1백61명이 찬성표를 던져 통과됐다.
심상정 의원에 대한 비대위원장 인선 투표도 총 2백55명의 유효투표 중 찬성 1백78표, 반대 74표로 가결됐다.
민노당은 이에 따라 14일부터 총선 체제로 전환하며 이날 비대위원장으로 인준된 심상정 의원은 비대위 구성을 시작으로 공식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심상정 비대위는 조속한 시일안에 당 최고 의결기구인 전당대회를 소집하고 비대위 구성안건을 추인받을 예정이다.
민주노동당이 12일 논란 끝에 심상정 비대위를 출범시켰다.ⓒ진보정치 전략공천권 위임 놓고 찬반 토론 격돌
한편 이날 중앙위에서도 비대위의 전략공천 권한 위임을 놓고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때문에 지도부와 확대간부회의에서 기대했던 만장일치 처리는 비대위의 전략공천권 위임안을 삭제한 자주파의 수정동의안 제출로 일찌감치 무산됐다. 자주파의 수정동의안은 단 77명의 찬성에 그쳐 자동 폐기됐다.
찬반 토론에서는 지난 해 12월 29일 일부 정파의 퇴장 소동을 겪으며 합의안 의결이 무산됐던 8차 중앙위와 마찬가지로 전략공천권의 당헌.당규 위반 여부를 놓고 격돌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김미희 중앙위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전략공천권은 중앙위원, 대의원들의 권한을 모두 비대위원장에게 주라는 것”이라며 “권한을 자꾸 위임받으려고 하지 말고 좋은 안을 만들어서 중앙위원과 대의원들에게 의결을 거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또 “억지로 권한을 달라는 안을 포기하라”며 “만약 그런 파격적 권한을 위임받고자했다면 왜 중앙위원, 대의원들을 설득 않고 언론에 대고 당 비난했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심상정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위원이 찬반토론에서 심상정 의원을 비판하자 장내에서는 특정개인을 모욕한다며 고성이 오갔고 한 중앙위원은 발언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찬성토론에 나선 장애부문 김병태 위원은 “이 시점에 비대위에 권한을 줘야하는 이유는 현재 처한 당의 현실이 우리가 갖고 있는 이 권한을 주지 않으면 사망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며 “비대위 전략공천은 1.2기 지도부 선거 당시 정파적 담합을 인정하고 각 계급과 계층 그리고 우리 진보정당이 포괄해야 할 세력들을 다시 한번 규합하자는 마지막 수순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말 이번 안이 반대되면 대안이 있나”라고 반문한 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비례후보만큼은 정파 담합을 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4월 총선 이후에 엄중한 우리 내부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심상정 비대위, 강경 평등파 설득이 갈등 해소 관건
민노당은 이날 비대위를 출범시킴에 따라 대선 이후 불거졌던 당내 혼란 수습을 위한 첫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정파 갈등을 부추길 요소는 잠복해있다.
우선, 심상정 비대위는 집단 탈당을 경고하며 진보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강경 평등파를 설득할만한 17대 대선 평가 결과를 내놓아야한다.
벌써부터 평등파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17대 대선 평가를 통해 종북주의 문제를 분명히 명시하고 당원 정보를 북한측에 넘긴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의 출당이 혁신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7대 대선 평가에 종북주의 논란이 포함되고 최 전 부총장의 출당 문제가 거론될 경우, 정파간 합의를 통해 어렵게 이끌어낸 비대위 체제에서도 정파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심상정 비대위는 대선 평가와 관련해 당 외부 명망가 위주로 독립적인 평가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어서 당내 논란에서 자유로운 평가위원들의 가감 없는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평가 결과를 놓고도 특정 정파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상정 “패권주의, 종북주의, 주관주의 격렬한 논쟁 거칠 것”
심상정 의원은 이날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에서 수많은 논란 일으켰던 많은 쟁점들, 패권주의, 종북주의, 주관주의 등 모든 쟁점을 선언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대화와 격렬한 논쟁을 거쳐가며 제2창당의 소중한 밑거름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