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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 암살 배후, 탈레반-알카에다?

탈레반사령관 두달전 '부토 암살테러' 경고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54)의 암살 배후로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이 부상하고 있다.

28일 로이터.AP.AFP통신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암살 배후세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초 부토 전 총리의 8년만의 귀국을 앞두고 탈레반 사령관인 바이툴라 메수드는 "친미 부토를 자살폭탄으로 환영하겠다"고 경고했고, 부토 전 총리의 귀국 당시 폭탄테러가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메수드는 당시 인터뷰에서 "무샤라프와 부토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가 포용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우리 테러리스트가 부토의 귀국을 환영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국제사회는 이같은 탈레반 사령관의 경고와 탈레반의 최근 각종 테러공격이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범행이 탈레반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은 미국 9.11테러를 일으켰던 알 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탈레반의 은신지로 잘 알려져있다.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최근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와 해제,권력이양과 총선등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에서 남동쪽으로까지 세력을 넓혔다.

반면 미국 정부는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이번 암살사건의 가장 유력한 배후세력으로 보고 수사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 군사조직을 재건한 알 카에다가 과거 부토 전 총리에 대한 암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그를 미국의 앞잡이라고 비난해 왔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테러용의단체로 꼽히고 있다.

사건 발생 후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부토 암살의 주모자를 특정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면서도 "파키스탄에 범행을 저지를만한 상당수의 극단주의 그룹이 있지만 알 카에다가 그 명단의 제일 웃자리를 차지하는 조직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관리들은 이밖에 그간 부토 전 총리의 살해를 공언해온 아프간의 탈레반 반군도 알 카에다에 못지 않는 유력 용의자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의 정치세력들은 부토의 사망으로 이득을 얻는다는 점에서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 여러 분파로 분열된 정치 세력들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부토가 1월8일 총선 및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경우 설 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더구나 일부 야당 세력들은 부토가 무샤랴프 정권과 ‘결탁’을 도모한 점을 들어 그의 진의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면서 반 부토 입장을 취해왔었다.

일부에서는 부토 전 총리의 최근 반정부 행보에 부담을 느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일부 부토 지지자들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분석가들은 파키스탄 보안 부문 내 알 카에다 추종자들이 이번 암살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일면 수긍하면서도,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된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토 전 총리는 지난 10월 귀국 이후 무사랴프와의 권력 분점에 합의하고 알 카에다와 탈레반 등 테러단체에 반대입장을 취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친미 성향의 미 제국주의 동조자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무샤라프와 막후 대화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무샤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토 전 총리가 암살됐을 경우, 자신의 흔들리는 정치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정국 안정을 기하기 위해 그동안 무샤라프-부토 간 협의에서 제기돼온 두 사람 간 권력공유 가능성을 무산시키고, 도리어 정국혼란이 가열됨으로써 통치 기반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암살이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미성향'의 부토 전 총리가 암살을 당함에 따라 파키스탄 내에서 각종 반정부시위의 발생과 극단적인 내전 가능성은 물론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파키스탄 정책에 대한 비판론도 급부상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 10월 부토 전 총리의 귀국 당시 카라치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1백30여명이 사망하자 <뉴욕타임스>는 "알카에다와 탈레반,핵문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파키스탄에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물론 미 국무부도 사건 직후 강력한 비난성명을 발표하는등 부토 암살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중인 미국 입장에서는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없애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의 정국 안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사랴프와 부토의 정치적 화해를 막후에서 추진해 왔던 만큼 부토 암살에 따른 충격이 크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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