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보수진영이 "깨끗한 보수가 되자"며 정치권, 재계, 종교계 등 보수세력 지도층에게 강도높은 '보수 자정운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행동본부 "정치거물-기업인-종교인 무리한 세습 말라"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은 10일 <조선일보> 등에 게재한 '보수 자정운동'을 촉구하는 광고를 통해 "머지 않아 친북좌파세력은 정리될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의 대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한 뒤, "이 시점에 보수세력은 자정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보수세력의 자기반성과 혁신이 없을 때는 또다시 반역세력에게 국가조종실을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부는 구체적 행동지침을 통해 "보수는 깨끗해야 한다"며 "반공이니까, 유능하니까, 돈을 많이 벌어다 주니까 다소 부패해도 좋다는 식의 생각으로써 대한민국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없다. 보수는 좌파보다도 더 깨끗하고 유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부는 이어 "특히 특권세력과 고위공직자들이 깨끗해야 한다"며 "청와대,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은 거의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을 누리고 있으므로 부패할 소지가 많다. 특권집단의 부패는 일반 국민들의 원한을 사고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반역의 초대장"이라고 경고했다.
본부는 또 '세습' 문제와 관련, "정치거물, 기업인, 종교인들의 무리한 세습은 민주국가의 원리에 반한다"며 "지도급 인사들이 아들에게 권한을 넘겨주기 위하여 원칙과 법률을 위반하면 정치, 기업, 종교 전체가 도매금으로 매도당한다. 북한정권의 독재세습을 우리가 따라갈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본부는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은 오로지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며 "어떤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것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혼동해선 안된다. 선거판의 한국은 지금 언론마저 줄서기에 동참하여 '죽은 기자의 사회'가 되고 있다. 사실은 신념보다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본보는 결론적으로 "보수는 무서운 존재가 돼야 한다"며 "그렇게 되려면 우리부터 정직, 겸손, 청렴해야 한다. 보수가 반성하고 자성하는 것만큼 우리의 조국은 전질할 수 있다"며 보수 자정운동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국민운동본부 등 보수진영이 정치권-종교계-재계-언론계 등 보수진영의 강도높은 자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동현 기자 조갑제 "깨끗하지 않으면 보수의 자격 없다"
보수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며칠 전에 만났다는 경제관료 출신의 한 전직 장관의 말을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깨끗한 보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직 장관은 "이번에 보수세력이 정권을 되찾아오더라도 사회 지도층과 고위 공직자의 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5년 뒤에는 좌파에 또 정권을 내주게 될 것"이라며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국세청 직원과 고위 공직자 부패를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지금은 부정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었던 시절이 아니다. 공무원 부패는 지금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정치인도 한번 부패문제로 사법처리되면 영구적으로 공직취임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 전대표는 전했다.
조 전대표는 이어 "오늘 국민행동본부가 '보수 자정운동'을 제창하고 나섰다. 정직, 겸손, 용감해져야 정권을 다시 빼앗기지 않는다는 주장"이라며 전폭적 공감을 표시한 뒤, "부자나라일수록 공직자는 청렴한데 우리나라는 거꾸로이다. 어느 나라이든 부패척결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깨끗한 보수가 아니면 보수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류국가를 여행해보니 하나의 법칙이 있었다. '싸울 줄 아는 장돌뱅이가 일류국가를 만든다'"라며 "자본가들부터 깨끗해져야 싸울 줄 알게 된다. 기업인과 종교지도자들은, 상속문제를 투명하게 해야 싸울 줄 알게 된다. 비자금 조성을 포기해야 싸울 줄 알게 된다. 지도층의 마음이 가난해야 나라는 부자가 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부자들이 싸워서 만들어낸 제도"라며 지도층의 청렴을 촉구했다.
진보진영이 대참패 공포에 공황적 상황을 보이고 있는 반면, 10년만에 권력을 되찾기 일보직전인 보수진영은 재계-종교계 등의 오랜 금기사항인 세습 문제까지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시대의 화두를 선점하려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2007년 대선 전야의 풍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