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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라프, 고위 법관들 '무더기 해임' 파문

충성서약 거부한 법관 27명 해임에 야당.법조계 반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자신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 수용 및 충성서약을 거부한 27명의 고위 법관들을 무더기 해임, 법조인들과 시민의 항의시위가 잇따르는 등 정국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6일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법조인들은 5일(현지시간) 수도 이슬라마바드 거리로 몰려나가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법부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이와 유사한 항의시위가 파키스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파키스탄 법조인들은 이날 이슬라마바드에서 대통령이 헌법을 복원하고, 무샤라프 대통령 재선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면직시킨 법관들을 재임용할 때까지 반나절만 근무하면서 법원의 일상 업무를 무기한 거부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파키스탄 법무부는 4일 고등법원 판사 24명과 대법관 3명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판사들의 해임 이유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 수용을 거부하고 무샤라프 대통령이 요구한 충성서약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며, 해임된 법관 중에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의 한 사람이었던 이프티카르 무하마드 초드리 전 대법원장도 포함돼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오는 16일 비상사태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베나지르 부토와 나와즈 샤리프 두 전직 파키스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야당 세력이 총선 보이콧을 내걸며 무샤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법조인과 시민들의 시위 확산 등으로 정국 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부토와 샤리프 전 총리는 지난 3일 이슬라마바드에서 회의를 갖고 6일께 야당의 요구를 담은 요구헌장을 발표하기로 했으며, 요구 조건에 대한 정부의 이행 시한을 정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기한 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다음해 1월8일 열릴 총선에 보이콧하기로 뜻을 모았었다.

부토와 샤리프 전 총리를 주축으로 하는 야당측은 무샤라프 정부가 지난달 총선 감시를 위해 설치한 과도정부가 친(親)무샤라프 성향의 여당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Q)의 의원들로 다수 이뤄져 있어 중립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독립적인 선거 감시기구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법조인 무더기 파면사태와 총선 등을 놓고 공동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두 전 총리의 정국에 대한 입장은 서로 달라 무샤라프 정부와 맞서기 위한 상호 합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부토 전 총리는 현재 무샤라프의 독주를 막기 위해 총선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세우고 지난 주말 성명을 통해 총선 진출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유세에 나선 상태로, 선거 결과에 불복하거나 항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샤리프 전 총리는 무샤라프가 지난달 3일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교체한 대법원의 판사들을 복직시키지 않는 한 보이콧을 선언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시위가 진행중인 대법원 판사들의 복귀 문제를 놓고 이를 총선 참여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샤리프와 달리 부토는 이 사안을 새 의회에 넘길 것을 주장하고 있고, 무샤라프 대통령도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사태 해결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방국들과 야당의 요구대로 군 참모총장직을 사퇴하고 민간 대통령으로 취임한 무샤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포 이후 심화되고 있는 국내 정치의 혼란 수습을 위해 오는 16일 비상사태를 해제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총선과 법조인 무더기 파면사태 등 현안을 놓고 입장 조율에 나선 야당측과 무샤라프 대통령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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