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최장집 교수의 '2007 대선과 한국정치의 위기' 발제문 전문]

"언론의, 언론에 의한, 언론을 위한 선거" 규정

진보학계의 거목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23일 오후 서울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 다사리마당에서 열리는 토론회 '2007년 대선과 정당정치의 위기'에서 발표할 발제문을 통해 이명박-정동영-문국현-이회창-권영길 등 5명의 대선후보를 한명씩 지목하며 신랄한 비판을 가하며 이번 대선을 함량 미달의 후보 난립에 따른 '최악의 대선'으로 규정했다. 다음은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발제문 전문. <편집자 주>

민주주의의 중심기제로서 대선- 2007년 대선과 절차적 민주주의

열쇠말: 민주적 제도로서의 선거/ 민주주의 하에서 선거의 의미/ 절차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본 선거/ 대표와 책임의 기제로서의 선거

1. 2007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의 중심 제도로서 기능하고 있는가?

1) 이와 같은 질문을 제기하는 목적은 2007년의 대통령 선거과정을 지난 민주화 20년을 통해 축적된 민주적 제도와 실천, 특히 정당(체제)와 국가의 관점에서 분석. 평가한 후 향후 (절차적)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한 정치적,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는데 있음.

2) 선거는 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대표가 시민-유권자에게 책임지도록 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제도. 민주주의 하에서 선거는 권위주의체제의 산출중심의 정당성에 비해, 인민의 “참여적 투입”을 통해 민주주의의 핵심요소인 대표-책임을 구현하여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핵심적 기제.

3) 선거과정에서 “유권자가 바로서면 나라가 바로 선다”, “유권자의식개혁운동”과 같은 극도의 권위주의적 언어가 난무 (박상훈, <프레시안> 11/13 참조). 이는 민주주의정당이론의 고전들이 말하는 내용과 반대. 정당체제가 제공하는 선택의 구조가 유권자선호를 결정. 선거를 시장메타포로 설명하는 것은 의미있으나, 제한적으로 사용필요. 경제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는 제공된 상품과는 독립적. 선거시장에서의 투표자의 선호는 사전에 형성되기 어려워. 유권자의 수요가 사전에 존재하는 것에 앞서 공급측면에서의 정당대안의 구도가 중요. 또한 선거를 규율하는 선거제도의 중요성.

-즉 사회적 균열에 기초한 유권자의 선호의 형성/ 선택의 구조로서의 정당체제/ 선거제도는 선거과정과 결과를 분석하는 3대 요소.

4) 2007년의 선거과정: 민주주의의 중심 기제로서 작동하는 측면과 그렇지 못한 측면 공존
- 작동하는 측면: 현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실천과 정책에 대한 평가 → 전반적인 책임 추궁의 측면

- 그렇지 못한 측면:
① 책임: 책임성을 추궁하는 기준과 내용
② 절차적 민주주의의 요건: a) 참여의 평등과 효과적인 참여, b) 의제의 통제, c) 계몽된 이해대표
③ 민주주의의 조직적 도구로서 정당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이익과 열정, 갈등을 표출, 조직, 조율하는 기능

2. 현재의 선거과정의 특징적 양상과 그에 대한 지배적 이해

1) 주요 정치세력의 지배적 전략:
① 범여권- 소위 민주/반민주, 개혁/반개혁, 냉전/평화, 부패/ 반부패, 미래세력/ 과거세력, 서부 지역/ 동부지역의 대결구도를 만들고자 노력 → 그 일환으로 평화, 개혁, 미래, 반부패, 서부지역을 명분으로 대통합을 추진. 이를 위해 “민주주의의 역전 가능성”이라는 두려움을 동원

② 한나라당- 여당이 내세우는 대립축을 흐리거나 무화하고 “경제실정”을 강조하면서, 무능한 진보세력/ 유능한 보수세력, 정부규제/ 시장자율, 빈곤의 재분배/ 성장을 통한 복지의 대립구도를 강조

2) 언론매체와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선거에 대한 지배적 이해
① 유권자의 비합리성과 그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오류

② 정책대안의 구체성, 실행가능성, 차별성에만 주목하는 오류

③ 언론매체를 통해 발표되고 여론조사와 후보 이미지

④ 호남, 수도권, 젊은 층의 민주.개혁.진보 성향 유권자 대(對) 영남, 중장년, 저소득층의 보수.안정.성장 지향의 유권자(선거시장의 수요측면에 대한 헤게모니적 인식틀, <경향신문> 2007/11/19 참조)

⑤ 후보경선과정에서부터 지속된 선거과정에서의 “RIP”(폭로-조사-기소)가 중심이 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

⑥ 대통령으로 체현되는 국가목표, 일반의지의 신화 만들기(강력한 대통령제의 문제)

3) 지배적 이해의 문제점들
① 선택의 구조에 대한 잘못된 이해- 선택의 구조는 정당체제에 의해 제시돼.

② 사전에 지배적인 관점으로 수용되고, 자리잡은 틀 안에서 사전에 선정된 이슈의 메뉴들- 전문가주의, 보수적 언론에 의한 아젠다 설정.

③ 언론의, 언론에 의한, 언론을 위한 선거

④ 다른 대안적 경쟁축, 다른 정당체제에 의한 선택의 공급적 측면에 대한 고려, 비젼부재. 선택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정당체제를 통해 제시.

⑤ 사회경제적 핵심적 이슈가 선거경쟁의 중심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의 필연적 결과. 정치의 쇠퇴와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이해의 필연적 결과

⑥ 절차적 민주주의의 경시에 대한 파라독스- 민주정부의 실적, 업적, 리더십수행능력을 중심으로한 실체적 업적에 대한 중시가 빚어내는 역설적 결과.

3. “정당없는 민주주의”의 조건에서 진행되는 선거과정의 부정적 양상들

1) 2007년 대선과정의 특징은, 투표자들이 누구에 투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지난하고 고통스러워. 이점에서 최악의 대선. 현재 보통 투표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

① 한나라당의 이아무개- 현임정부와 대통령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수행할, 확실한 선두주자로서 캠페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경제를 살릴 능력을 갖는 것으로 기대돼. 드러난 부정비리의혹만으로도 그의 도덕성은 거의 치명적 흠결을 드러냄. 사법조사와 판결을 요구하는 그의 부정비리의혹들은 민주주의 하에서의 법의지배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음.

② 통합신당의 정아무개- 이번 대선이 노정부에 대한 평가가 중심요소라고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택해야 할 강력한 대안적 정책과 비젼, 그리고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 기대될 수 있음. 그러나 그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치 못해. 그와는 반대로 그의 정책과 비젼은 실체적 대안이나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레토릭의 수준을 넘지 못해.

③ 문아무개- 여권의 해체가 가져온 아웃사이더. 그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만족스럽게 해답을 주지 못해. 급조된 그의 정당은 누구를 대표하는가?에 답하기가 어려워.

④ 보수진영의 이아무개- 보수진영에서 이아무개보다 더 보수적 분파를 대변. 그의 냉전반공주의가 얼마나 시대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냐 하는 이념적 문제를 떠나, 과거 그의 “차떼기정당”, “국세청으로부터의 선거자금동원”을 주도한 정당의 책임자로서, 그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나.

⑤ 민노당의 권아무개- 정당명과는 달리, 당 후보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중심에 놓고 노동자, 저소득 소외계층을 대표하기보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이라는 말로 상징되듯,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고 중산층적 관심사인 민족통일문제, 즉 NL적 이슈를 대표하는 후보로서 나타나. 민족통일문제가 문제의 중심이라면 통합신당으로도 충분한데 왜 민노당인가?라는 문제제기돼.

- 위와 같은 선택상황은, 이번 대선이 한국민주주의의 중심기제로서 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위기감을 갖게해.


2) 여론조사로 표현되는 상황은, 현임 노정부에 대한 심판을 통한 정권교체의 무드가 지배적. 결과적으로 보수적 후보 간의 경쟁으로 나타나. 보수야당진영 후보의 랜드슬라이드 내지는 안정적 승리를 예측토록 해. 선거결과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은 투표자의 다수획득을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함으로써, 유권자에 어필하기 위해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후보의 리더십/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가능케 하는 좋은 경쟁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가질 것. 그러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은 것만큼, 좋은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없고, 엄밀한 후보검증은 허용되지 않을 것임. 불확실성의 요소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은 정당-후보간 정책의 차이와 지지표 동향의 한계변화의 가능성때문이 아니라, 후보자개인의 부정비리의혹의 사법적 처리결과여부.

3) 현임정부를 심판코자하는 정권교체에 대한 강력한 일종의 “묻지마투표”의 무드는, 민주주의의 가치보다, 강력한 지도자를 열망하게 돼. 정권획득만이 목표요 가치가됨으로써 선거는 무규범적 게임의 논리로 전환됨. 이는 실현가능하지 않거나, 사회에 유용하지 않은 정책공약을 남발하고 그 정책결과에 책임지지않는 데마고그적 또는 포퓰리즘적 정치를 허용하게 될 수 있음. 반대와 비판여론에 대한 반응성을 낮추게 될것. 정치의 타락과 무규범성은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가속화시킬 것. 인물중심 선거로 만들어, 차기정부에 대한 대표-책임의 연계를 어렵게함으로써, 현재 노정부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 높여. 매스메디아와 여론의 영향력이 정당과 정치를 압도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순간의 열정을 제어할 정치의 제도화와 안정성을 갖기 어렵게 할 가능성 커.

4) 국가중심적 발전주의, 성장제일주의, 개발주의와 같은 경제정책의 기조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정치의 가장 중심적 문제로서 성장뿐만아니라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상황에서의 삶의 문제를 다루는 분배, 노동, 복지문제가 중심적 이슈로 제기되고, 개선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음. 거대 프로젝트중심 선거공약 (사례: 대운하건설계획). 주요정치이슈에 대한 사려깊은 논의나 여론의 신중한 수렴없는 임기응변적 정책기획과 공약 남발.

4. 민주화 20년의 정당체제와 선거과정의 변형

&#9658; 질문: 유권자 지지패턴의 탈정렬이 발생했나? 또는 민주/반민주, 진보/보수구도는 해체됐나?

1) 한국의 민주화는 강력한 운동의 결과: 이 강력한 체제변화의 힘은 중산층을 대표하는 학생운동과 기층민중을 대표하는 노동운동에 기반하였음.
- 민주화 직후의 정당간 경쟁과 유권자 정렬: 아래로부터 표출된 운동과 풀뿌리 유권자들의 정치적, 사회경제적 요구는 비록 체제내의 보수정당이라 하더라도 민주화의 기대와 유권자 다수의 선호에 응답할 수밖에 없는 기존 야당을 통해 표출된 바 있음(1987~89년 당시 야당의 주요 정책, 구호, 대노동 전략, 지역주의에 가려진 유권자 정렬의 사회경제적 패턴)

① 정당간 경쟁의 변형 I: 1989~91년의 공안정국과 노동탄압 이후의 정당간 경쟁은, i) 국가권력과의 연합(3당 합당의 변형주의적 정당 재편), ii) 왜곡된 중위수 투표자 모델에 기반한 중산층 지향의 전략(New DJ plan), iii) 지역대표간 연대와 분할 경쟁의 전략(지역등권론, DJP 연대)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음.

② 정당간 경쟁의 변형 II: 이 과정에서 폭넓은 대안의 구조를 갖지 못한 유권자들은 초기 민주화 운동을 통해 표출된 지역 대표성의 틀에 머무르거나, 김대중-노무현정부로 이어지는 대북평화정책, 정치개혁의 “폭좁은” 이슈를 통해 자신의 선호를 표출(1997년, 특히 2002년 이후 세대간 균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이러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음)

③ 정당간 경쟁의 변형 III: 노동운동이 계속되는 탄압과 쇠퇴에 직면했던 반면, 시민운동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통해 표출된 사회의 다양한 사안들을 쟁점화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중심적 정치행위자로 부상.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이들 시민운동세력이 언론, 기업계와 함께, 보통사람들의 정치참여를 제약하는 “반정치적 정치개혁”의 중심적인 추동자로 나타나.

2) 민주정부 하에서의 국가와 정당: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취약한 정당조직의 기반 위에서 (혹은 그러한 기반에도 불구하고) 집권에 성공. 위에서 서술한 정당간 경쟁 구도의 변형과 그에 따른 취약한 (혹은 사회적 기반 없는) 정당조직을 감안할 때, 집권세력이 안정적 통치를 위해 강력하고도 방대한 국가의 인적, 물적, 정보적 자원에 의존하는 통치 방식과 행태는 자연스런 귀결로 보임(제2건국위원회, 청와대 산하 위원회, 관료의존의 내각구성과 정책결정 등). 그러나 그러한 통치과정의 결과는 “취약한 정당-강력한 국가-강력한 대통령”, “청와대-관료-전문가-재벌의 폐쇄적 연계”, “기술관료적 정책결정과정과 상층편향적 정책결과”, “국가권력 내지 관료의 자의성과 그에 따른 부패의 증가”

3) 오늘의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나는 정당 부재, 노동 부재, 삼성공화국, 현 정부의 실정과 부패에 대한 책임 추궁, 보수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 그리고 무엇보다 선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전반적 부재는 위에서 서술한 정당간 경쟁의 변형과 강력한 국가에의 의존의 결과

5. 결론

1) 선거의 의미: 선거는 민주주의의 중심 제도이고, 중심제도여야함. 정권교체는 민주주의의 퇴행이 아니라 그것이 작동하는 징표로 이해될 수 있어야함.

2) 정당과 리더십의 중요성: “정당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중심제도의 정상적 작동을 위협. 정당의 공고화없는 민주주의의 공고화의 한계를 보여줘. 정당이 바로 서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이익과 열정, 갈등을 조직, 대표할 수 있는 정당체제의 건설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돼. 대안적 이념과 프로그램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당조직 없이는 사회적 효과를 가질 수 없음. 여기에서 강조될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은 정책의 산출측면이 아니라 참여적 인풋 (버바, 쉬로즈만, 블라디, 『요구의 소리와 평등』). 새로운 정당건설에 있어 리더십의 역할은 중요해.

3) 제도적 보완책:
① 최대제도개혁: 강력한 대통령제와 단순다수제 선거제도가 결합하면서 만들어내는 양당제로의 압력과 사회적 요구와 이익의 다양성에 따른 다당제로의 추동력이 가져오는 정당체제의 불균형, 불안정.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제도개혁의 중심적 관심사로 고려되어야할 필요. 결선투표제를 갖는 준대통령제가 고려될 수 있을 것임.

② 최소제도개혁: ①의 제도개혁이 헌법개혁이라는 보다 큰 제도개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면, 대통령선거제도에 대한 변화는 필요. 2007년의 대선이 누구에 투표할 것인가의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면, 그리하여 그러한 사태가 투표율을 크게 떨어트리는 효과를 갖는다고 한다면, 현재의 단순다수제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체제를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이 있음.

현재의 제도에서 투표율이 50%이하로 떨어진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당선자는 전체유권자의 최대 25%를 획득하고 대통령제가 보장하는 승자독식의 권력독점을 향유하게 됨. 이러한 대표성이 정당성을 갖기는 어려워. 따라서 투표율 50%이하인 경우, 경쟁구도를 재편하여 재선거가 가능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제도개혁이 고려될 수 있음. 이를 위해서는 각 정당의 경선과정, 선거과정을 규율하는 정당법, 선거법등에 대한 전체적인 개정이 필요할 것임.
김동현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0 0
    봄향기

    https://youtu.be/qaqvPsGXO2k
    지금 이순간!!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