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광화문만 중요하고 씨름판은 죽든말든?
<기자의 눈> 전시행정 치중에서 벗어나야
2006년 3월 현재 한국씨름연맹 홈페이지에 프로팀으로 등록되어 있는 프로씨름단은 현대 삼호중공업 코끼리씨름단이 유일하다.
지난 2005년 11월 김재기 회장이 정식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신생 프로씨름단 창단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김 회장이 60여개 기업에
씨름단 창단을 요청했으나 모두가 외면한 까닭이다.
다만 기존의 프로팀이 해체되면서 방출된 선수들 3-4명으로 미니팀을 출범시킨 기장철마씨름단과 구미시체육회 씨름단이 신생 씨름단 창단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고 있은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기, 이준희, 강호동, 이봉걸 등 온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스타들이 즐비했던 과거의 영화를 돌이켜보면 실로 초라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전통스포츠라는 이유로 대회가 열릴 때면 공영방송인 KBS가 공중파를 통해 전경기를 생중계하는 어드밴티지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기업들이 프로팀 창단 등 투자를 외면하는 현실, 그리고 소속팀이 없어진 상황에서 인기 있는 일본의 이종격투기 무대로 속속 진출하는 씨름유망주들의 모습을 그저 두 손 놓고 바라만 봐야하는 작금의 상황은 우리 민속씨름이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작년 6월 한국씨름연맹은 KBS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다. KBS가 경영혁신 차원에서 1983년부터 한국씨름연맹과 공동으로 주최해오던 민속씨름대회사업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 이는 곧 한국씨름연맹의 연간 30억안팎의예산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던 KBS의 민속씨름 중계방송권료를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을 의미하는 발표이기도 했다.
KBS 사정도 이해는 갔다. 당시 수백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던 KBS는 한나라당의 집요한 정연주 KBS사장 퇴진 압력에 시달려야 했고, 그러다보니 적자 축소가 초미의 과제였다. 이 와중에 비인기 종목인 씨름이 유탄을 맞은 것이다.
"중계방송은 하되 중계권료를 줄 수 없다"는 KBS와 중계권료를 계속해서 요구하던 연맹의 주장이 오가는 사이 작년 8월로 예정되어 있던 2005 기장장사 씨름대회는 결국 KBS의 중계방송계획 취소로 인해 대회 자체가 무산되었다. 그후 공익성을 도외시한다는 비난여론에 밀려 수개월 뒤 우여곡절 끝에 민속씨름대회는 개최되었고 경기실황은 다시 KBS를 통해 전파를 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는 우리의 전통스포츠인 민속씨름과 민속씨름대회를 관장하는 연맹운영의 취약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젊은층이 외면하는 '올드 스포츠'
씨름이 고사 위기를 맞은 데에는 씨름계 자체의 책임도 크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지루한 경기진행방식, 빈약한 부대 이벤트와 팬서비스 등 은 여전히 문제점이다. 여기에 씨름이 실제로는 수려한 외모와 특색있는 개성을 지닌 많은 젊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펼치는 경기 또한 어느 스포츠 못지않게 박진감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든 어른들이나 좋아하는 경기라는 '올드 스포츠'의 이미지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민속씨름이 스포츠라는 '상품'의 주요 구매계층인 젊은이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음으로써 씨름을 통한 스포츠마케팅을 검토하는 기업에게 결코 긍정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스모가 일본 중장년층 뿐 아니라 일본의 청소년층에서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점이 TV중계권료를 지급해야하는 KBS에게도 중계권료를 책정하는데 있어 마이너스
요소로밖에 작용될 수 없는 것이다.
정부, 광화문 재건만 중요한가
정부는 거액의 세금을 들여 광화문 복원 등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을 찾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반면에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스포츠임에도 씨름은 국가가 계승발전시켜야하는 중요한 전통문화로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씨름이 우리나라의 전통스포츠로서 보존가치가 있고, 저변을 더욱 더 넓혀나가야할 필요가 있는 문화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씨름단의 창단과 운영을 세계화된 다른 프로스포츠 분야처럼 그저 기업스폰서에만 의존하게 만든다는 것은 국가문화정책적인 차원에서 분명 문제다.
한국씨름연맹 민병권 국장은 "1997년 IMF외환위기 직후 8개에 달하던 프로씨름단들이 줄줄이 해체되어 3개팀만이 남았던 상황에서, 정부에 민족전통문화 계승차원에서 공기업 씨름단 창단과 민속씨름선수들의 병역문제 해결을 위해 상무팀 또는 경찰청팀의 창단을 요청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전통민속경기 지원금 10억원 가량을 요청했으나 이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맹 1년 예산 중 상당부분을 KBS의 방송중계권료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정부차원의 예산지원이 있을 경우 KBS가 독점하고 있는 TV중계를 다른 방송국들과도 공유할 수 있음으로써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근거에서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한 씨름계 관계자는 "이명박 시장이 서울시청앞 광장을 만들고 청계천을 복원해 인기를 끌자 정부는 광화문 재건을 추진하는 등 여야 모두가 당장 눈에 보이는 전시행정에만 집착하는 분위기"라며 "씨름과 같은 무형문화재가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에 보다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들 지도층이 언제나 이해할지 암담하다"고 개탄했다.
씨름계 부활의 1차 책임자는 분명 씨름인들이다. 그러나 이젠 정부도 '모래판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씨름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일본 이종격투기장에 올라서는 상황을 언제까지 구경만 할 것인가.
지난 2005년 11월 김재기 회장이 정식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신생 프로씨름단 창단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김 회장이 60여개 기업에
씨름단 창단을 요청했으나 모두가 외면한 까닭이다.
다만 기존의 프로팀이 해체되면서 방출된 선수들 3-4명으로 미니팀을 출범시킨 기장철마씨름단과 구미시체육회 씨름단이 신생 씨름단 창단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고 있은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기, 이준희, 강호동, 이봉걸 등 온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스타들이 즐비했던 과거의 영화를 돌이켜보면 실로 초라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전통스포츠라는 이유로 대회가 열릴 때면 공영방송인 KBS가 공중파를 통해 전경기를 생중계하는 어드밴티지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기업들이 프로팀 창단 등 투자를 외면하는 현실, 그리고 소속팀이 없어진 상황에서 인기 있는 일본의 이종격투기 무대로 속속 진출하는 씨름유망주들의 모습을 그저 두 손 놓고 바라만 봐야하는 작금의 상황은 우리 민속씨름이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작년 6월 한국씨름연맹은 KBS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다. KBS가 경영혁신 차원에서 1983년부터 한국씨름연맹과 공동으로 주최해오던 민속씨름대회사업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 이는 곧 한국씨름연맹의 연간 30억안팎의예산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던 KBS의 민속씨름 중계방송권료를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을 의미하는 발표이기도 했다.
KBS 사정도 이해는 갔다. 당시 수백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던 KBS는 한나라당의 집요한 정연주 KBS사장 퇴진 압력에 시달려야 했고, 그러다보니 적자 축소가 초미의 과제였다. 이 와중에 비인기 종목인 씨름이 유탄을 맞은 것이다.
"중계방송은 하되 중계권료를 줄 수 없다"는 KBS와 중계권료를 계속해서 요구하던 연맹의 주장이 오가는 사이 작년 8월로 예정되어 있던 2005 기장장사 씨름대회는 결국 KBS의 중계방송계획 취소로 인해 대회 자체가 무산되었다. 그후 공익성을 도외시한다는 비난여론에 밀려 수개월 뒤 우여곡절 끝에 민속씨름대회는 개최되었고 경기실황은 다시 KBS를 통해 전파를 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는 우리의 전통스포츠인 민속씨름과 민속씨름대회를 관장하는 연맹운영의 취약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젊은층이 외면하는 '올드 스포츠'
씨름이 고사 위기를 맞은 데에는 씨름계 자체의 책임도 크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지루한 경기진행방식, 빈약한 부대 이벤트와 팬서비스 등 은 여전히 문제점이다. 여기에 씨름이 실제로는 수려한 외모와 특색있는 개성을 지닌 많은 젊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펼치는 경기 또한 어느 스포츠 못지않게 박진감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든 어른들이나 좋아하는 경기라는 '올드 스포츠'의 이미지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민속씨름이 스포츠라는 '상품'의 주요 구매계층인 젊은이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음으로써 씨름을 통한 스포츠마케팅을 검토하는 기업에게 결코 긍정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스모가 일본 중장년층 뿐 아니라 일본의 청소년층에서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점이 TV중계권료를 지급해야하는 KBS에게도 중계권료를 책정하는데 있어 마이너스
요소로밖에 작용될 수 없는 것이다.
정부, 광화문 재건만 중요한가
정부는 거액의 세금을 들여 광화문 복원 등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을 찾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반면에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스포츠임에도 씨름은 국가가 계승발전시켜야하는 중요한 전통문화로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씨름이 우리나라의 전통스포츠로서 보존가치가 있고, 저변을 더욱 더 넓혀나가야할 필요가 있는 문화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씨름단의 창단과 운영을 세계화된 다른 프로스포츠 분야처럼 그저 기업스폰서에만 의존하게 만든다는 것은 국가문화정책적인 차원에서 분명 문제다.
한국씨름연맹 민병권 국장은 "1997년 IMF외환위기 직후 8개에 달하던 프로씨름단들이 줄줄이 해체되어 3개팀만이 남았던 상황에서, 정부에 민족전통문화 계승차원에서 공기업 씨름단 창단과 민속씨름선수들의 병역문제 해결을 위해 상무팀 또는 경찰청팀의 창단을 요청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전통민속경기 지원금 10억원 가량을 요청했으나 이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맹 1년 예산 중 상당부분을 KBS의 방송중계권료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정부차원의 예산지원이 있을 경우 KBS가 독점하고 있는 TV중계를 다른 방송국들과도 공유할 수 있음으로써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근거에서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한 씨름계 관계자는 "이명박 시장이 서울시청앞 광장을 만들고 청계천을 복원해 인기를 끌자 정부는 광화문 재건을 추진하는 등 여야 모두가 당장 눈에 보이는 전시행정에만 집착하는 분위기"라며 "씨름과 같은 무형문화재가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에 보다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들 지도층이 언제나 이해할지 암담하다"고 개탄했다.
씨름계 부활의 1차 책임자는 분명 씨름인들이다. 그러나 이젠 정부도 '모래판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씨름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일본 이종격투기장에 올라서는 상황을 언제까지 구경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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