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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우익 준동은 일본내 국가관 약화 때문"

日석학 고야스 교수, 일본 우경화 맹점 조목조목 비판

“일본의 내셔널리즘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지지하고 이 일본수상에 의해 반복되는 반(反)역사적 행위가 일본이나 중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부르고, 나아가 상호 내셔널리즘을 자극하여 동아시아에 있어서 불행한 긴장을 낳고 있다.”

오사카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일본의 양심적 석학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73) 교수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야스쿠니 참배에 존재하는 것은 한 나라 총리의 논리일뿐 거기에 대외적 배려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초청으로 방한 한 고야스 교수는 15~18일 나흘간 ‘근대 너머에서 본 일본과 동아시아’라는 주제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한중연 대강당(15일,16일,18일)과 성균관대학교 6백주년 기념관(17일)에서 강연한다.

"고이즈미의 신사참배 강행은 일종의 '정치 공약'"

고야스 교수는 18일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라는 소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적극 문제삼을 예정이다.

그는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동아시아의 연대와 공생의 길을 생각할 때, ‘역사교과서 문제’나 ‘영토문제’(한일간 독도분쟁, 중일간 댜오위다오 분쟁)와 더불어 ‘야스쿠니 문제’가 동아시아 공생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후 일본 수상에 의해 강행된 신사참배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고이즈미 총리에 의한 야스쿠니 참배는 “확실한 정치적 의사에 기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이즈미 수상의 신사 참배는 국가의 대표인 총리으로서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공식참배’란 점에서 이전 총리들의 신사 참배와는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지난 1985년 8월 15일, 당시 나카소네 일본 총리는 ‘공식참배’를 선언했다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격렬한 비판으로 일회성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고야스 교수의 한중연 대강당에서 진행된 첫 날 강연에는 국내 일본사상가 연구자들을 비롯해 청소년들도 대거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표시했다 ⓒ김동현 기자


고야스 교수는 고이즈미의 ‘공식참배’는 그가 추진하고 있는 우정민영화 정책(우체국 사업을 민영화하는 정책으로 고이즈미의 총선 공약)과 마찬가지로 ‘고이즈미식 개혁’을 표방한 일종의 정치공약이라고 지적했다. 고야스 교수는 “고이즈미식 개혁이 종래의 자민당적 체질을 뜯어고치는 것이었듯 야스쿠니 참배란 그에게 있어서 ‘종래의 애매함’을 떨쳐버리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말하는 ‘종래의 애매함’이란 전후 일본의 국가운영 방식으로 대외적 정책과 대내적 정책을 혼재해서 사용해왔던 정책을 일컫는다. 고이즈미 총리는 바로 이러한 ‘더블 스탠드’를 하나의 입장으로 통일시키려 한다는 것이 고야스 교수가 바라보는 신사참배의 의미다.

따라서 고야스 교수는 그러한 고이즈미의 신사참배 강행은 일국 수상의 논리뿐으로 거기에 한국을 비롯한 중국 등 동아시아 주변국가들에 대한 대외적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고야스 교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는, 대동아공영권을 수립하고자 했던 아시아 전쟁에 대한 기억을 일본이 일국화(一國化)하려는 시도로 반(反)역사적임은 물론 동아시아 내부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시아의 전쟁이라는 역사도 기억도 일국화되어서는 안 되는, 일국화할 수도 없는, 아시아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존재해야한다”고 일갈했다.

"'일본 민족' 개념은 메이지 시대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이에 앞서 고야스 교수는 15일 오후 2시 한중연 대강당에서 진행된 ‘일본내셔널리즘의 비판적 독해’라는 소제목의 첫 날 강연을 통해 일본 우익의 위기감이 제국주의 시대에 형성된 ‘민족’ 개념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사참배나 독도문제 등 외부로 표출되는 사건보다 일본 내 우경화에 있어 더 심각한 문제가 바로 일본내 우익세력이 부활시키려 하는 ‘내셔널리즘’, 즉 민족 개념을 강조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야스 교수는 이러한 ‘일본 민족’ 개념은 태고적부터 내려온 민족 개념이 아닌, 길어야 불과 1백년 전에 지나지 않는 메이지 유신 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고야스 교수는 ‘일본 민족’, ‘일본 정신’이라는 것은 이를 논의하기 시작한 메이지 시대에 비로소 등장한 것으로, 일본 민족이라는 개념이 언설로 등장하고 난 이후부터 일본인들은 태고적부터 마치 일본 민족이라는 개념이 실체했었다고 믿게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 증거로 메이지 8년(1875년) 편찬을 시작한 일본 국어사전 격인 ‘언해(言海)’에는 아직 민족이나 민종(民種)과 같은 어휘를 찾아 볼 수 없음을 들었다. 대신 ‘언해’ 사전에서 민(民)자를 가진 어휘를 찾아보면, '민권(民權), 민선(民選), 민사(民事)'와 같이 근대 정치.법률적 용어만 등장할 뿐 민족이라는 어휘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고야스 교수는 당시만 해도 후진국이었던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거쳐 민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 내고, 그 이후부터 일본인들은 태초부터 '일본 민족'이 존재해 온 것처럼 기억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초청으로 방한 한 고야스 노부쿠니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일본 내 우경화 바람은 동아시아 공동체에 심각한 위기인 동시에 기회임을 역설했다 ⓒ김동현 기자


뒤늦게 출발한 '일본 민족’ 개념은 만주사변(1931년)에서 중일전쟁(1937년), 태평양전쟁(1941년)으로 이어지는 소위 ‘15년 전쟁’ 기간 동안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고야스 교수는 이 시기 일본의 민족 개념은, 아시아의 지도적 국가, 일본의 우월적 차별화로서의 ‘민족’ 개념으로 진화했고 그 결정판이 바로 '쇼와 시대'(히로히토 일왕이 왕위에 올라 대동아공영권 전쟁을 벌인 시대, 1926~1945년)에 등장한 ‘천손민족’(天孫民族) 개념이라는 것이다. '천손민족' 개념은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같이 자국의 민족 신화를 유달리 강조하는 것으로, 하늘의 신과 신화적 계보로 이어지는 천황(쇼와시대 일왕을 통칭하던 일본식 표현)의 민족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천손민족 개념으로 아시아에서의 전쟁 수행(대동아공영권 전쟁)을 정당화하고 민족적 우월성을 자국민들에게 전파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일본 내 ‘민족’ 의식의 강조가 최근 진행되는 우경화에서 뚜렷히 표출된다고 고야스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결국 이러한 민족 개념의 강조는 일본내 우경화라는 정치적 사상과 불가분의 관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 우익들의 최근 ‘민족’ 개념에 대한 강조는 사카모토 타카오가 지난 2001년 펴낸 <권(勸)국가학>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본서는 국가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마음속에 실재한다는 데서 출발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야스 교수는 “출생 때부터 국민의 마음속에 국가라는 것이 존재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국가관, 민족관을 강조하는 것도 없다”고 일본 내 우익세력의 민족 개념 강조화 작업을 빗댔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인 사카모토는 역사왜곡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핵심 멤버 중의 하나로 얼마 전 사망했다.

“일본의 우경화는 일본내 국가관이 얕아지고 있기 때문”

고야스 교수는 “일본 내 우경화는 동아시아의 연대와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이지만 비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우익세력이 역사왜곡교과서를 만들고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새삼 민족 개념을 강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면서 “그것은 바로 일본내 민족 개념이 흐트려져 있고 민족의식이 얕아지고 있다는 우익내 위기감의 표출”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일본 내 우익세력이 ‘애국심’이라는 개념을 헌법이나 교육기본법에 넣자고 무리한 주장을 펴는 것은 일본 내 신세대들의 마음속에서 점점 일본이라는 국가가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고야스 교수는 “이럴 때 일수록 일본 내 우경화를 비판적 시선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동시에 일본 내부의 옅어진 국가관을 동아시아 연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아시아인들의 연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나의 일본 민족주의 비판, 일본 우익 비판은 그러한 아시아 공동체 구성과 연대 노력의 차원이지, 단순히 일본만을 비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난과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은 우리 내부에서 파생되는 또다른 '일본판 민족개념'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에 대한 비판은 어디까지나 동아시아 평화와 연대라는 건설적 목표 아래서 진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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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차리기

    https://youtu.be/xMrz078PG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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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ㅁㅁㅁ

    빨리 나라 회복이 됐으면..
    https://youtu.be/63ls2gXPO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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