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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김용갑 당에 놔두면 국민이 믿겠나"

[옛날 정치 지금 정치] <4> 한나라당 인적쇄신운동의 안팎

주말인 5월 13일 서울 송파구민회관 모임에 참석한 몇 사람의 대화가 색달랐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화환도 보낸 친 한나라당 모임이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에 찍을 후보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한나라당이지." 그런 말 뒤에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강금실을 찍어야지. 그게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일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질문에 그는 나름대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유가 많았다. 대체 어째서 정당들의 후보추천을 뒤집어서 보는 색다른 정치풀이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한나라당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6월이 되면 박근혜 대표가 물러난다.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설 예비후보는 대통령선거 1년 6개월 전에 모든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당헌에 따른 것이다. 이 당헌은 당수와 대통령 분리론이 출발점이다. 당수와 대통령을 분리하는 당헌은 다른 나라엔 없다. 내각제 나라에선 당수는 수상이고 수상 후보다. 분리론은 한국에만 있는 정당규칙이다.

열린우리당은 분리론을 지킨다면서 노 대통령을 평당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여당은 누가 뭐라 해도 대통령이 당을 대표하는 1인자다. 야당인 한나라당만 분리론을 지키는 셈이다.

정당의 당수는 당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국민은 그 얼굴을 보고 당을 평가하고 투표한다. 그런데 집권에 실패한 한나라당이 집권을 위해 내세울 당의 얼굴들에게 물러나라고 한다. 집권의지가 의심스런 대목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나라당의 소장파들이 이런 당헌을 만들었다.

새 대표를 뽑는 대회에도 대선 예비후보들은 경쟁에 나설 수 없다. 당의 1인자 그룹이 못 나오는 대회가 소장파가 당권에 진입할 틈새다. 서울시장 후보 운동 팀이 당권진입을 준비하는 소장파의 중심부라는 얘기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본부장이 원희룡 의원이다. 선거대책위원장 윤여준씨도 어찌 보면 '프로 소장파'다. 국회의원 선거 때 떠났다가 이번에 복귀했다.

소장파들은 지난해 윤씨의 당 복귀를 제안했다. 윤씨도 당을 쇄신하자는 말로 화답했다.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를 그대로 두고 화장만 조금 바꾸는 식의 개혁은 안 통한다. 정형근 김용갑 같은 얼굴을 그대로 두고 당이 바뀌었다고 하면 국민이 믿겠느냐.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인물이라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소장파의 인적쇄신운동에 대한 응원이고 독려다.

'제3 세력론'의 주창자로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여준 전의원이 소장파 남경필 의원과 모종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중요 정치쟁점의 하나가 대한민국 주류교체다. 주류교체는 인적청산이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좌파 시민단체도 앞장섰다. 한나라당 소장파도 인적청산운동에 동참했다. 한나라당의 인적쇄신운동과 대한민국 주류교체운동은 어떤 관계인가. 이런 문제제기가 한나라당의 불씨다.

"한나라당의 인적쇄신운동은 한나라당 주류교체운동이다. 주류교체라는 성격에서 대한민국 주류교체운동과 같은 맥락이다. 두 운동 사이에 연결이 있건 없건 상호 보완 협조관계가 성립된다." 한나라당 주류에서 나오고 있는 풀이다.

시울시장 선거의 특이한 점도 지적한다. 강금실의 열린우리당 입성은 잘 꾸민 연출이 따랐다. 후보지명은 정반대였다. 우선 날짜를 임시국회 마지막날로 잡았다. 사학법 문제로 대립해 한나라당과 충돌하면서 법안을 날치기 처리한 날이다. 이건 돌발사태가 아니다. 예정돼 있던 일이다. 왜 하필 이날을 지명대회 날로 잡았을까. 선거인 자격을 가진 당원 출석률도 4.8%다. 한마디로 이건 지명대회도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연출능력이 뛰어난 정당이다. 그런 연출전문 정당이 서울시장 후보지명대회는 연출을 안 했다. 연출을 안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김을 뺏다. 왜 그랬을까. 이상하지 않은가."

이게 한나라당 안에서 나오는 얘기다. 대한민국 주류교체운동과 한나라당 주류교체운동을 연결시키는 의혹은 이래서 더 깊어지고 있다. 대체 주류교체란 무엇인가.

사실 주류교체는 정치의 중심쟁점이지만 제대로 토론한 일이 없다. 대한민국 주류가 누구인지. 왜 교체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어느 자리에서 밀어내고 그 자리에 누가 들어서는 것인지, 교체해서 얻는 것,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이런 문제를 놓고 토론한 일도 설명한 일도 없다. 대한민국 주류교체운동의 종착역이 어딘지도 알 수 없다. 한나라당판 인적쇄신운동도 비슷하다.

지금 주류교체운동을 추진하는 중심기구의 하나는 과거사조사위원회다. 대한민국의 부당한 권력행사를 들춰 진상을 밝히고 보상하고 바로잡는다는 것이 이 위원회의 일이다. 이 일은 김대중 정권에서 출범한 의문사조사위원회를 승계하고 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주류교체라는 정치운동은 김대중 정권이 출발점이라고 해야할지 모른다.

한미동맹, 남북관계, 양극화라는 쟁점도 주류교체운동과 연결돼 있다. 주류교체운동은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당연히 미리 계획되고 여럿이 합동해 추진하는 일이다.

흔히 정치공작이라고 하면 음모 야합 모략 등 단어와 연결되는 어두운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러나 공작이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 일을 꾸미는 것이다. 쉬지 않고 일을 꾸미는 것이 정치다. 정치는 공작이다.

정치공작은 과거에도 있었다. 오늘이라고 사라졌을 리 없다. 과거의 정치공작에서도 당내투쟁 성격의 공작도 있었고 여야 정당 정파들이 합동한 공작도 있었다.

60년대 한일회담파동 때 야당에 강.온파가 있었다. 야당의 주도권을 온건파가 잡도록 여당이 공작한다는 이른바 여야 묵계설이 떠돌았다.

제1야당 윤보선 총재는 유진산을 여당과 묵계한 온건파의 수괴로 몰아 제명했다. 두 달의 결투 끝에 해낸 제명이다. 그러나 이 파쟁으로 힘을 소진한 나머지 통합야당의 당권경쟁에서 윤 총재는 패배해 결과적으로 야당의 당권을 온건파에 넘겼다.

묵계는 없었다. 묵계가 있었다고 소문낸 것이 공작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의 풀이다.

박 대통령의 3기 때 여야 정파가 합동한 내각제 개헌공작이 있었다. 이 공작은 박 대통령에 의해 초기단계서 박살났다. 공화당 주류 4인체제가 무너진 세칭 10.2항명파동이다.

목적을 국민 앞에 밝힐 수 있고 당당하게 추진하는 일이라면 정파들이 합동한 공작도 정상적인 정치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주류교체는 다가오는 대선의 물밑 쟁점이다. 인적쇄신 역시 한나라당의 쟁점이다. 교체든 쇄신이든 그 목적을 밝히고 당당하게 추진하는 것이 어두운 공작이 아님을 밝히는 길이다.
이영석 교수신문 고문/언론인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0 1
    올쏘

    당근이지 근데
    정형근 김용갑 등 보수 꼴똥들 관두고 지지받으면 사상누각일건데. 아직도 정신 못차린다고 하던데.그래서 지방선거서 이기고 대선서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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