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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차두리 탈락 대비해 '동반중계' 옵션

각별한 아들사랑 화제. 방송사상 초유의 동반해설

독일 분데스리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차붐' 차범근 감독(수원삼성)의 각별한 아들사랑이 화제다.

지난 10일 인터뷰서 아들과 동반해설 가능성 언급

지난 10일 K-리그 전북과의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차 감독은 "월드컵에서 아들의 경기를 보고 싶은 것이 아빠의 심정이다"는 말로 아들 차두리(프랑크푸르트)의 발탁을 바라는 아버지의 심정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차두리의 발탁을 희망하는 언급 후 차 감독은 묘한 발언을 덧붙여 그 자리에 모인 기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바로 차두리가 월드컵 대표팀 엔트리에서 탈락하면 월드컵 축구중계방송에서 함께 해설을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었다.

차 감독은 "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초조하거나 긴장되지 않는다. 아들과 마이크를 함께 잡고 해설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두리가 그동안 독일에서 활약했으므로 자신의 경험을 중계방송을 통해 소개하는 것이 나름대로 월드컵에 기여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차두리의 엔트리 탈락을 대표팀 코칭스텝으로부터 미리 전달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발언이었다.

방송사상 초유의 '부자축구해설팀' 탄생

실제로 기자회견이 있던 같은 날 MBC는 차 감독을 2006 독일월드컵 축구해설자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계약에는 옵션이 있었다. 바로 차두리가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할 경우 부자가 함께 해설을 하기로 한 내용이었다. 결국 차두리가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탈락함으로써 부자가 함께 월드컵축구중계방송의 해설자로 나서게 되었다.

부자간에 월드컵축구대회에서 감독과 선수로 활약한 사례는 있었다. 가까운 예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 출신의 아버지 세사레 말디니 감독은 파라과이 대표팀의 감독으로, 아들인 파올로 말디니는 고국 이탈리아의 주장으로 동반참가해 부자가 함게 16강에 진출하는 진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부자가 함께 월드컵축구중계방송의 해설자로 나서는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의 방송역사를 찾아봐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해외토픽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다.

차두리 탈락 대비해 '동반중계' 옵션

분데스리거 차두리의 입장에서 이번 독일월드컵은 안방에서 치러지는 대회다. 그런 대회에서 선수로서 뛸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괴로운 일일 것이다. 특히 우리의 첫 상대인 토고와의 경기는 차두리의 소속팀인 프랑크푸르트의 홈구장에서 펼쳐진다. 차 감독은 아들의 이런 심정을 꿰뚫고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괴로움을 겪는 모습을 차 감독도 보고싶지 않았던 성 싶다.

결국 차 감독은 MBC와의 축구중계해설자 계약에 아들과의 동반해설조항을 옵션으로 둠으로써 아들의 대표팀 엔트리 탈락상황을 미리 대비해 놓은 셈이다. 축구중계해설자로 활약함으로써 또 다른 방식으로 월드컵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은 것이다. 차두리도 차 감독과 MBC간 계약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 감독의 뜨거운 부정으로 탄생한 '차붐부자 해설팀'이 독일월드컵을 TV로 시청하는 우리나라의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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