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국 경제모델 망가져. 日 전철 밟을 수도"
"가장 급격한 기어 변환 목격하고 있다"
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의 40년 호황이 끝났다'는 제하의 해설기사에서 "중국을 빈곤에서 벗어나 대국으로 이끈 경제적 모델이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위험 신호가 온천지에 널렸다"고 단언했다.
기반시설·부동산 개발에 정부가 대규모로 자본을 쏟아부었지만 갈수록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져 심각한 비효율과 부채 문제가 불거졌고 이런 어려움은 이제 통제불능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WSJ은 "중국 일부 지역은 사용률이 낮은 교량과 공항을 떠안았으며, 수백만채의 아파트가 미분양됐다. 투자 수익률은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문을 연 1978년 이후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눈부신 발전을 구가해 왔다.
한때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중국이 급기야 세계 2위 경제국이 돼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모습에 일부 학자들은 '21세기는 중국의 세기'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기간 중국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4%가량을 국내 기반시설과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전 세계 평균(2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고속도로와 공항, 발전소 등 부족했던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경기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과잉건설의 증거가 명확해졌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과잉·중복 투자가 이뤄지면서 경제효과는 마땅찮은데 막대한 부채만 쌓이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출산 현상에 따른 인구절벽과 미·중 갈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 감소 전망까지 고려하면 앞으로는 중국의 성장 속도가 훨씬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소속 역사학자인 애덤 투즈 교수는 "우리는 세계경제 역사에서 가장 급격한 궤도를 그리는 기어 변환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최소 6%대를 기록했던 중국의 GDP 성장률이 앞으로 수년간 4% 미만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2030년에는 연 2% 내외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은 중진국을 '졸업'하지 못한 채 주저앉게 되며,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한다는 목표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고 WSJ은 짚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는 중국 경제가 1990년대 이후 만성적인 침체를 겪는 일본과 동일한 경로를 걸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거품경제가 붕괴하기 직전 일본에서도 대규모 건설 붐이 일었다면서 "중요한 점은 이들이 뭔가를 건설하는 데서 얻는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1인당 GDP를 1달러만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투자 규모가 1990년대에는 1인당 3달러, 10년 전에는 5달러 미만이었지만 이제는 9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라고 추산했다.
그런 와중에도 중국 지방정부들은 기반시설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중앙정부가 '위드 코로나'로 기조를 전환한 상황인데도 윈난성 원산시가 대규모 코로나19 격리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도 국가 주도 경제에서 벗어나 내수와 서비스 산업을 진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7월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국내외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 반도체와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개입을 오히려 더욱 늘리는 모습도 보였다.
WSJ은 "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 영역을 선도할 수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으나, 이것만으로는 전체 경제를 부양하거나 수백만명의 대졸자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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