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덕수에 기회 줘야", 민주당 당황
인준 부결시 지방선거에 역풍 우려. 20일 본회의 표결 주목
민주당 기류는 '부결' 쪽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한동훈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 장관 임명직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의 인사 막장드라마"라며 대통령이란 호칭까지 빼고 원색비난했을 정도로 격양된 분위기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생각은 다른듯 하다.
이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덕수) 총리나 장관 후보자 문제의 경우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고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정부 출범 초기이니 (대통령 입장을) 존중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국 지방선거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선거판세를 크게 우려하는 눈치다. 그는 이날도 전북도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지방선거 전망에 대해 비관론이 압도적이지만 우리들이 하기에 따라 승리의 길은 얼마든지 열 수 있다"고 했다. '압도적 비관론'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특히 '성비위 사건' 발생후 심상치 않은 민심 기류 변화에 초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이 위원장의 정치생명도 걸려 있다. 현재 그는 심각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있다. '법카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정조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잇따르고 있고, 한동훈 법무장관 취임에 따라 '대장동 의혹' 등도 검찰 또는 상설특검의 도마위에 오를 게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지방선거마저 대패한다면 그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이겨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장악은커녕 심각한 정치적 위기, 사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개연성이 높다.
주목할 대목은 이 위원장의 '한덕수 인준 용인' 발언에 앞서 이재명계 핵심 '7인회'의 수장인 정상호 의원, 조응천 의원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까지 이재명계 주축인사들이 며칠 전부터 조심스레 '한덕수 인준 찬성'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과 사전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가운데, 이번에 이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한덕수 인준 용인' 발언을 하면서 정가의 관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과반이 '흠결이 있으나 인준은 해줘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바뀐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은 '어디 한번, 총리 인준 부결해봐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라며 내심 자신만만해 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발목잡기가 지방선거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과연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인준 용인'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강성 일변도이던 민주당 기류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20일 본회의 표결이 '당론 투표' 대신 '자유 투표'로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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