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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외피 쓴 국가적 야만”

<현장> 국방부 앞 항의집회, 국방부 계란세례 받아

천주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18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1백여명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국방부의 평택 미군기지이전 터 강제 행정대집행 강행에 격렬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흥분한 시위대가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국방부 앞 바리케이트를 넘어가려다 이를 막는 경찰측과 30여분 가까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계란세례로 얼룩진 국방부 ⓒ김동현 기자


“평택 현장에서 깨지고 뭉개진 동지들...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드디어 오늘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며 “수백 명의 용역 깡패들과 수천 명의 경찰이 투입되고, 심지어 군인이 민간인을 강제로 제압해 플라스틱 수갑까지 채워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야만적인 일까지 벌어졌다”고 분노했다. 그는 “지금 평택 현장에서 공권력의 방패에, 군의 군화발에 깨지고 뭉개지는 동지들의 얼굴이 선하다”며 “정말 함께 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부는 합법적인 법 절차라고 한다. 평택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는 그 야만을 지금 합법이라고 한다”면서 “그러나 주민들의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는 그 야만이 어떻게 합법이라고 용인되겠냐”고 개탄했다.

이 사무처장은 “법의 외피를 썼다고 모든 것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명백한 국가 폭력”이라며 거듭 국방부를 비난했다. 그는 “우리가 수십년간 투쟁해서 민주화 시키고 싶었던 나라가 고작 지금 이 야만스런 국가냐”며 “전쟁국가, 요새국가, 미군국가는 우리가 진정으로 바랐던 국가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기자


“제발 평택에서 나가주세요. 평화를 지켜주세요”

한편 이 날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국방부 앞 항의집회는 집회시작 30여분이 흐른 11시 30분부터 시위대 곳곳에서 “국방부 장관을 만나자. 얘기나 들어보자”는 구호가 터져나오며 윤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에 1백여명의 시위대는 국방부 앞에 놓여있던 바리케이트를 일제히 뛰어넘어려 했고, 경찰측도 긴급히 배치돼 이들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양측간 격렬한 몸싸움이 30여분간 계속됐다.

경찰과 몸싸움 도중 한 시민사회단체 여성 회원은 경찰의 방패를 부여잡고 “제발 평택에서 나가주세요. 평화를 지켜주세요”라며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김동현 기자


“어째 니네들은 30년전이나 변한게 없니”’

한편 대치상황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에서 나온 한 백발의 어머니는 “지금 니네들이 하는 짓이 무슨 짓인지는 알고 하는 것”이냐며 “어째 니네들은 30년전, 40년전 그 서슬퍼런 독재정권과 하는 짓이 똑같냐”고 울분을 토해냈다.

또다른 민가협 소속의 한 어머니도 “왜 여기까지 나오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죽은 아들이 생각나서 왔다”고 답했다. 그는 “군대가 동원됐다는 말을 듣고 옛날 우리 아들들이 군사독재정권에서 당했던 일들이 생각나 섬짓했다”며 “너무 걱정스럽고 안타까워 여기라도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0여분간의 격렬 대치상황 후 시위대는 대오를 정리하고 집회를 마무리지었다.이 때 시위대 일부가 미리 준비한 계란 5~6개를 꺼내 국방부 명칭이 새겨진 정문 기둥에 던졌다.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 서울대책회의측은 이 날 국방부 집회를 끝내고 평택기지이전 반대를 요구하는 1백여개 시민사회단체들과 긴급대책회의를 수립해 대정부투쟁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우선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이 날 오후 1시부터 청와대 앞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며, 저녁 7시부터는 서울 중구 태평로 동아일보 사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어 대국민 선전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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