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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권력은 칼이다"

자서전 통해 비정한 권력세계 묘사

박근혜 후보가 13일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를 통해 자신의 살아온, 55년의 간단치 않은 인생역정을 회고하며 대권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청와대를 나온 뒤 경험한 부나비같은 권력추종자들의 행태를 비판,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퍼스트레이디 대행으로 있는 동안 나는 나라 전체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권력의 상층부에 있었지만, 아버지 사후에는 밑바닥까지 경험을 했다”며 “수많은 매도 속에 몇 년의 시간을 버티며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을 통해 사람의 욕망과 권력에 대한 집착을 똑똑히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쓰디쓴 경험이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값진 교훈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청와대를 나온 이후 정권 차원에서 아버지에 대한 매도가 계속되었다. 우리 삼남매는 부모님의 기일을 포함한 어떤 공식적인 행사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결국 6년 동안 아버지의 추도식을 공개적으로 치를 수 없어 집에서 조용히 동생들과 제사를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5공 신군부의 전횡을 비판했다.

그는 “당시 아버지의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가는 현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며 “온갖 비화가 봇물 터지듯 신문과 잡지를 장식했다. 비화를 증언한다면서 L씨, K씨, P씨 등의 익명을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더구나 내가 곁에서 지켜본 것도 과장되게 부풀려지고 비틀어져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떠돌아다녔다”며 “하지만 나에겐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일언반구 말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8년간 한 나라를 이끌어온 대통령으로서 사후에 정치적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권력에 줄을 서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거짓과 추측, 비난 일색으로 매도되고 왜곡된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아버지가 이루셨던 일을 폄하하고 무참히 깎아내리는 것도 모자라 무덤 속에 계신 아버지에 대한 인신공격은 그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고 거듭 배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사람들은 뚜렷한 신념 없이도 권력을 쫓아 이쪽과 저쪽을 쉽게 오갔다. 서로에 대한 신의는 없고 얄팍한 계산만이 난무했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한결같은 정치철학으로 일관된 정책을 펴나가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번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은 그 권력을 잃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며,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 험난한 길보다는 지름길을 통해 하루빨리 스타가 되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권력의 소중함은 국민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 권력이 국민을 위해 쓰이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었을 때 그 결과는 추악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나름의 '권력관'을 기록한 지난 90년 9월 자신이 쓴 일기의 한 대목을 공개하기도 했다.

“권력은 칼이다. 권력이 클수록 그 칼은 더욱 예리하다. 조금의 움직임으로도 사람을 크게 해칠 수 있다. 그러므로 큰 권력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정작 그 큰 권세를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것을 소유한 당사자이다. 깊은 철학을 지니고 수양을 많이 한 사람, 하늘의 가호를 받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자기의 큰 권세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 그 칼을 마구 휘둘러서 쌓이는 원망, 분노, 복수심 등은 되돌아와 그의 목을 조른다.”

그는 결론적으로 “지금도 나는 내가 걸어온 18년이라는 세월이 은둔과 칩거로 치부될 때 쓴 웃음이 나온다”며 “그때도 나는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 살고 있었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라는 공간에서 15년을 사는 동안 나는 애국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아버지에 대한 비방과 소문이 무성할 때 어떤 이는 내게 한국을 떠나 사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나라, 내 땅이었다. 어디에 가서 산들 이 나라에서 사는 것만큼 당당하고 행복할까 싶었다. 괴롭고 힘들더라도 내 나라에 나의 인생과 뼈를 묻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책 말미에 "나의 인생에 또 다른 운명의 길이 펼쳐지고 있다. 나는 그것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바로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일'"이라는 말로 대선경선 출마의 변을 대신했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당 지도부와 캠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며, 박근혜 진영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정몽준 의원 등 인사들도 초청돼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13일 자신의 55년 인생을 담은 자서전을 발간했다. ⓒ박근혜 캠프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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