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5일 한나라당의 전향적 대북정책 전환을 "좌파 보수 성형" "비빔밥 정책"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두 신문의 '냉전 체질'이 또다시 실체를 드러낸 모양새로, 당안팎 극우인사들의 거센 반발에 이어 터져나온 보수 메이저신문들의 원색적 비난에 한나라당이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조선> "김정일이 좌파보수 성형 예쁘게 봐줄까"
<조선일보>는 이날 ‘좌파 보수로 성형 수술한 한나라당'이란 사설을 통해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을 거의 180도 바꿨다. 한나라당이 4일 발표한 ‘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나라당판 햇볕정책이라고 불러도 좋을 내용"이라며 "북핵 6자회담의 진전으로 한나라당만 외톨이가 될 것 같아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상당 부분 따라가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북한은 올해 들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 난다'는 식의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들이 북한의 이런 공갈에 넘어가 한나라당에 표를 주지 않을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외톨이가 될지 모른다는 ‘왕따 공포’에다 북한의 협박에 주눅 든 ‘북풍 공포’가 겹쳐져 정당의 기본 노선을 뒤집어 버린 것"이라며 "결국 북한의 협박에 두 손 모두 번쩍 든 셈"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설은 또 "한나라당은 대선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남북정상회담 쇼 한번에 국민 여론이 뒤집어질지도 모르니 '우리도 그때 찬성했었다'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두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유권자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사설은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 정권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대선 정략이라고 비판해 왔지만, 자신들도 대북정책을 대선 정략에 이용하려 골몰하고 있다"며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한나라당의 이런 ‘좌파 보수’식 성형 수술을 얼마나 예쁘게 보아 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냉소했다.
한나라당 대북정책 전환을 주도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조선><동아> 등 보수신문으로부터 '보수좌파'로 맹비난을 받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연합뉴스
<동아> "비빔밥 정책"
<동아일보>도 이날 '한나라당 대북 ‘비빔밥 정책’ 北 변화시킬 수 있나'라는 사설을 통해 <조선일보>와 동일한 논조로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한반도의 외교 안보 지형에 상당한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집권을 노리는 정당이라면 마땅히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옳다. 햇볕정책을 ‘대북 퍼 주기’로 간주해 온 경직된 자세로는 향후 예상되는 분단 해체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며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그럼에도 새 정책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실효성과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며 비판을 시작했다.
사설은 "모든 대북정책은 적어도 큰 틀에서 상호주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채찍’과 ‘당근’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우리가 북을 몸으로 상대하면서 체득한 교훈"이라며 "그러나 한나라당의 새 정책은 채찍은 뒤로 돌리고 당근만 앞세우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또 "햇볕정책이 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한 마당에 한발 더 나간 느낌마저 준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듣기 좋은 정책들만 모아 놓아 ‘비빔밥 정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예컨대 서울∼신의주의 신 경의고속도로 건설 지원, 북한 산업연수생 연 3만 명 수용 등은 훨씬 심한 대북 퍼 주기가 될 소지마저 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국민이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지지층이라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대선을 의식해 잠시 옷을 바꿔 입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며 "범여권의 북풍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공격’ 차원에서 나온 것일지 모르나 대북정책은 이를 뛰어넘어 당의 이념과 체질 속에서 체화된 정책이어야 한다. 기회주의적인 대북정책은 국민의 우려만 키울 뿐 진정한 남북관계의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