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씨의 남편일 가능성이 큰 납북자 김영남씨 등 지난 77~78년 납북된 고교생 5명이 현재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국가정보원에 의해 공식확인돼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에 생존 중인 납북 고교생 5명은 김영남(당시 16세), 이민교(당시 18세), 최승민(당시 16세), 이명우(당시 17세), 홍건표(당시 17세)씨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77~78년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과 신안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뒤 최근까지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왔다.

국정원 최초로 고교생 5명 납북 및 생존 확인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27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 요코타씨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정보위원들은 "당시 서해안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김씨 등 고교생 5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다고 국정원측이 보고했다"면서 "이들은 북한에서 `이남화 공작 교관'으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3명만이 그대로 교관직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2명은 홍보관 판매원과 영업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 문제에 대한 향후 정부 대응과 관련, "명분을 내세워 시끄럽게 함으로써 북한측을 자극하지 않고, 조용하게 (송환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정보위원들은 전했다.

정부 그동안 '실종' 처리, 가족들 "죽은 줄 알아"

이들 고교생 5명은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7~1978년에 집중적으로 납북됐다.

메구미씨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김영남씨가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된 1978년 8월. 같은 8월 충남 천안상·농고 3학년에 각각 재학 중이던 홍건표씨와 이명우씨도 전남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됐다.

또 이보다 1년 전인 1977년 8월에는 역시 홍도 해수욕장에서 경기도 평택의 태광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승민씨와 이민교씨가 납북됐다.

1년 간격으로 5명의 고교생이 서해안 해수욕장에서 모두 납북됐지만, 그동안 정부는 이들을 실종처리했으며 가족들은 이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아왔다. 이 과정에 가족들은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수년간 전국을 배회, 사업이 부도나는 등 막대한 심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어야 했다.

따라서 이들의 납북 및 생존이 확임됨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이들의 납북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해온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그동안 "납북은 일체 없다"던 북한정권의 신뢰성에도 또한차례 타격이 가하면서 앞으로 이들의 송환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