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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신사업' 망치는 5가지 착각

LG경제硏, "선입관 아전인수 오류 벗어나야 성공 가능"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추진하는 신사업은 초기 장밋빛 환상에 빠져들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사업에 수반되는 높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선입관과 강한 추진 의지에 사로 잡혀 다양한 위험 요인을 고려하지 못하고 그릇된 사업 분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21일 <신사업, 낙관주의를 경계하라>는 보고서에서 “방향이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신사업에 대한 사업성 분석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고 차가운 이성이 요구된다”며 “중립적인 시각으로, 많은 자료와 사례를 찾아보고, 정치한 분석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업의 신년사에는 대부분 ‘미래의 성장 동력을 발굴해…’, ‘새로운 출발의 원년으로 삼아..’, ‘블루오션을 찾아내고…’ 등이 자주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신사업은 실패로 끝나곤 했다”며 “성장 동력과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전략 과제이지만 대부분 불확실성을 걷어내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실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가빈(David A. Garvin)교수에 의하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행해진 미국 기업들의 신사업 시도 중 60%가 실행 6년 안에 실패를 겪었고, 쌍용, 진로, 새한 등 많은 국내 중견 기업들은 잘못된 신사업 정책으로 그룹이 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높은 실패 확률과 투자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신사업은 기업들로 하여금 처음부터 사업성 분석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한다”며 “잘못된 분석은 신사업의 사업성에 착시 현상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사업 성공에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기업이 자주 범하는 다섯 가지 오류를 지적했다.

오류 1. 목표 시장은 항상 성장 시장

목표 시장의 잠재적 규모 추정은 고객을 세분화(Segmentation)한 뒤 세분 고객의 성향, 소득 등의 미시적 요인, 인구 통계학적 변화 등의 거시적 요인을 예측하는 과정이다.

연구원은 기업들이 현재의 속도 이상으로 고객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로 미래 시장의 성장률을 과대 평가하는 낙관주의적 시각과 함께 분석 초기에 추정한 시장 성장률을 추가적인 정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이 불충분한 두 가지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부분 신사업 추진팀들이 초기의 추정값들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지 않고 기존 시장을 근간으로 성장률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성장을 예측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93년 초 신기술인 박슬래브 미니밀로 열연강판 시장에 진출한 한보철강은 5년도 되지 않아 부도를 맞았다. 취약한 재무 구조도 큰 문제였지만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미니밀이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장 가능할 것이라고 오판한 것이 화근이었다. 산업연구원, 포스코, 현대 그룹의 연구 보고서가 한결같이 미니밀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보철강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새한의 경우는 현재의 시장 성장률을 맹신했다가 실패한 사례다. 90년대 후반 새한은 고수익 업종이었던 필름 사업 확장에만 1조 원 넘게 쏟아 부었지만, 이후 필름 가격이 떨어지고 코오롱, 효성 등 경쟁 업체가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사업 자체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결국 자금 압박에 시달린 새한은 결국 필름 사업을 일본 기업 도레이에 넘길 수밖에 없었고 총 손실은 1조 원에 육박했고 새한 그룹은 해체되고 말았다.

오류 2. 손 안에서 움직이는 경쟁자

자사가 목표로 하는 시장에 경쟁자가 쉽게 진입하지 못할 것이고, 진입한다 할지라도 그 시기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아전인수식의 예측도 실패를 불러온다.

시티폰은 당시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무선 호출기와 보완관계로 인식되면서 시장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발신 중심의 서비스와 이동성 제한이라는 큰 약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는 제품이 시장에 쉽게 출시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규모 투자의 근거였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뒤집어졌고 휴대전화 업체들이 시장을 순식간에 석권해 버렸다. 결국 시티폰은 2000년에 시장에서 퇴출됐다.

버드와이저 맥주로 유명한 앤호이저 부쉬(Anheuser-Busch)사는 1979년 다양한 업체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던 스낵 사업에 뛰어들었다. 앤호이저 부쉬사는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경쟁 기업들은 소극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보고 맥주 사업에서 쌓은 유통 역량을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소매 시장에 진출하자 예상과 달리 프리토레이를 필두로 경쟁 기업들은 무자비한 협공을 가했다. 전방위적인 가격 할인 공세가 이루어졌고, 경쟁업체의 협공을 견디지 못한 앤호이저 부쉬사는 결국 스낵 사업을 P&G에 매각하고 말았다.

오류 3. 내부 역량의 확보는 언제나 가능

자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활용하면 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턱없는 자신감도 문제다. 부가적인 역량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업의 본질적 역량일 수도 있고, 핵심 역량으로 생각했던 것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CT 촬영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EMI는 시장 경험이 전무한 의료 기기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러나 승부는 원천 기술이 아니라 EMI가 부가적이고 축적 가능한 역량으로 생각한 유통과 글로벌 생산 역량에서 판가름났다. 70년 이상의 시장 경험과 유통 및 생산 역량을 가지고 있었던 GE와 지멘스가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급속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고 EMI는 막대한 손실을 입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진로는 핵심 역량의 착시 현상으로 사업에 실패한 경우다. 1992년 진로가 세계적 맥주 회사인 쿠어스와 합작했을 때 주류 업계는 크게 긴장했다. 소주 업계 부동의 1위인 진로가 소주와 맥주를 동시에 팔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맥주와 소주의 소비 계층이 엄연히 달랐고, 영업 사원들의 필요 역량과 도·소매상 간의 관계 역시 소주 시장과 맥주 시장에서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로가 믿었던 핵심 역량이 발휘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진로는 1천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맥주 사업을 매각하고 말았다.

오류 4. 아무도 안 하는 지금이 적기

시장의 진입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주 보이는 분석의 오류는, 남들이 안 하는 지금이 최적의 시점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남들보다 앞서서 기술을 개발한 경우나, 외국의 성공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들여오는 경우에 흔히들 내세우는 논리다. 기술적인 우위, 외국의 성공 경험만으로 시장 확산을 예상하는 것은 불충분한 분석의 전형으로 자주 실패를 불러오곤 한다.

2001년 개발된 세그웨이는 이동의 혁신성, 우수한 품질을 기반으로 시장성 분석 당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월 4만대의 판매를 예상했다. 세그웨이에 관심있는 고객군을 설정하고, 그들의 인구 통계학적 크기와 구매력을 비교하고 유사 제품군인 스쿠터, 자전거 등의 침투율 등을 고려해서 추정한 수치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5개월 동안 고작 6천대가 팔렸다. 세그웨이의 인도 운행을 허용하는 법규가 필요했고, 안전 운행이 가능하도록 인도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었지만 여건이 뒤따르지 않았던 상황을 시장 분석팀이 간과했던 것이다.

2001년부터 한국 시장을 조사하고 2005년에 매장을 오픈한 영국계 B&Q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B&Q는 DIY(Do It Yourself)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건자재 대형 유통 사업을 한국에 최초로 선보였다. 미국의 홈데포, Lowe’s와 유사한 이 사업 모델은 서구 선진국, 중국, 대만 등에서 크게 성공한 사업모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사업은 4년 간의 시장 분석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B&Q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소싱력, 다양한 제품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단독 주택이 아닌 아파트 중심의 주택 환경, DIY에 익숙하지 않은 주택 개량 문화를 과소 평가했기 때문이다.

오류 5. 무조건 가능한 비용 절감

비용 추정은 사업의 수익성 평가와 직결된다. 제공하는 가치에 비해 가격이 더 낮아야 하고 그 가격에 비해 비용 발생이 더 적어야 사업의 수익성이 보장되지만 기업들은 신사업 분석시 비용 추정에 매우 관대한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계획을 세울 때 최적의 상황을 가정하고 접근하는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건축물이나 토목 공사를 보면 처음 계획대로 공사를 마친 경우가 거의 없다. 호주의 대표적 건축물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역시 당초 개관 예정일보다 10년이 지나서 완공되었고, 공사비는 계획보다 14배나 늘어났다.

기업의 플랜트 건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랜드 연구소는 포춘 5백대 기업이 수행한 44개의 화학처리공장 건설을 분석한 결과 평균 최초 추정치의 2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었음을 발견했다. 또한 생산 개시 1년 후 표본 공장의 50% 정도가 최초 생산 계획량의 75%를 밑도는 생산 수준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차가운 이성으로 준비는 신중하게, 뜨거운 열정으로 실행은 과감하게”

LG경제연구원은 “신사업의 불확실성,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대한 자신감, 계획 오류의 성향 등은 시장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게끔 하고 쉽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게 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안개를 걷어내는 참고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보다 객관적으로 경쟁 상황을 분석하는 툴로서 게임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유사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해당 산업뿐만 아니라 인접 산업과 연관 산업의 과거 사례를 발굴하고 분석함으로써 예측치의 범위를 사실에 근거해서 제시, 추정의 과소 평가와 과대 평가를 미리 막아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잘못된 전략을 계속 사용할 경우 게임에 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떤 전략이 좋고 어떤 전략이 잘못된 것인지를 분석하고 경쟁자들이 취하는 대응 전략을 추론할 수 있는 게임이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또 “최초 방향이 잘못 설정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신사업에 대한 사업성 분석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고 차가운 이성이 요구된다”며 “중립적인 시각으로, 많은 자료와 사례를 찾아보고, 정치한 분석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 “그러나 이러한 신중한 접근이 신사업 전체를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라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일단 사업성 분석을 통해 사업에 대한 의사 결정이 완료되면 실행은 명확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며, 최고경영자는 차가운 이성으로 준비는 신중하게, 뜨거운 열정으로 실행은 과감하게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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