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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영, '포스트 박태환'을 준비하라

장기간의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필요한 지원시스템 강화 절실

한국수영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금메달로 따낸 박태환의 이번 성과는 한국의 수영역사를 새로 썼다는 의미 외에도 국내 스포츠계에서 그 동안 끊임없이 지적되어 오던 육상, 수영 등 기초종목에 대한 투자와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 동안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형 국제종합스포츠 경쟁무대에서 한국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투기종목과 양궁 등 일부 기록종목에서 대부분의 메달을 획득, 정작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는 육상, 수영 등 기초종목에서는 세계수준은 고사하고 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일본에 현격한 수준차를 드러내며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고액 쪽집게 과외선생'은 근본적인 해결책 될 수 없어

스포츠에 있어 기초종목에 대한 투자는 먼 미래를 기약해야하는 투자다. 현재의 얼마간의 투자가 가까운 장래에 뚜렷한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 거스 히딩크라는 '쪽집게 과외선생'을 모셔와 단기간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세계 4강을 일궈낸 한국축구의 경우처럼 단기간의 집중투자로는 결코 기초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에 세계를 제패한 박태환이 비록 18살의 어린 선수이기는 하나 그가 세계를 제패하기까지는 그의 타고난 신체조건과 수영선수로서의 자질이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가 수영에 입문한 5살부터 현재까지 1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그를 수영선수로서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수 많은 사람들의 물심양면의 지원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 세계대회를 앞두고 박태환은 수영용품전문 브랜드 '스피도'와 후원계약을 체결했고, 곧바로 '박태환 전담팀'이 구성되어 박태환이 최적의 환경에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박석기 전 대한수영연맹 감독이 코치로 합류했고, 장거리 전문선수인 강용환(강원도청)은 박태환의 훈련파트너의 역할을 맡았다. 또한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6kg이상 체중이 감소하며 함께 떨어진 박태환의 근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전담 웨이트트레이너와 강도높은 훈련으로 인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전담 물리치료사까지 고용됐다.

이렇듯 체계적이고 철저한 지원시스템을 바탕으로 괌에서의 2주간의 훈련을 통해 박태환은 근력과 지구력을 정상으로 끌어올리면서 라이벌인 그랜트 해켓의 영법을 벤치마킹해 자신의 영법으로 체득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는 곧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라는 열매로 돌아왔다.

결국 이번 박태환의 세계제패는 선수의 능력과 노력,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 그리고 체계적인 훈련과 선수관리가 조화를 이룬 하나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포스트 박태환'의 전제조건은 결국 투자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벌인 '박태환 금메달 프로젝트'는 물론 단기간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 이전까지의 과정에서 박태환은 일정수준의 이상의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장기간의 투자를 이미 받아온 셈이고,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를 위한 지원은 그 과정의 일부로 봐야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대다수 수영선수들에게 박태환의 경우와 같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지는데는 무리가 있으며, 이러한 한국수영의 현실은 과거처럼 조오련, 최윤희 등 걸출한 스타들의 현역은퇴 이후 한동안 국제대회 입상을 기대할 수 없는 침체기를 겪어야 했던 상황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수영계는 박태환의 세계제패로 표현하기 어려운 큰 기쁨을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부터 미리 '포스트 박태환'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게됐다. 물론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라는 전제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적어도 현재 한국에서 철저한 비인기종목인 수영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말처럼 쉽사리 풀어낼 수 있을만한 문제는 결코 아니다.

한국수영계가 박태환의 사상 첫 세계제패라는 크나큰 경사앞에서 마냥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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