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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자, <연합뉴스> 사칭해 취재 파문

진보학생단체 접근, <조선> "취재에 응하지 않아서..."

<조선일보>가 진보학생단체를 취재하면서 <연합뉴스> 기자를 사칭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9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대학생 반전·반자본주의 단체인 '다함께'의 산하모임 '외국어대 다함께'에서 활동하는 조명훈씨는 지난 8일 오후 4시쯤 <연합뉴스>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L모 기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조씨에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일 대학생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이 헌법과 국제규약에서 보호하는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각 대학에 시정을 권고한 사실을 언급한 뒤 학내 정치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고 싶다며 '다함께'의 활동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는 '다함께' 활동에 대한 공식 인터뷰는 자신보다는 대언론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활동가가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L기자에게 서범진씨를 소개해줬다. 이날 저녁 L기자와 인터뷰를 하긴 했는데 왠지 찜찜하고 기분이 나쁘다는 서씨 전화가 왔다. 서씨는 "연합뉴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L씨가 전화를 걸어 '학생운동 단체들의 진보적 활동에 대해 학교 당국이 탄압하는 것에 대해 취재하고 싶다'고 해서 인터뷰에 응했다"며 "하지만 막상 인터뷰 내용은 학생운동 단체의 내부 상황들, 예를 들어 회원 숫자라든가 어느 대학에 단체들이 있는지, 대선 관련 활동은 구체적으로 뭘 하고 있는지 등 기사를 쓰겠다고 밝힌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었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에 <연합뉴스>에 근무하는 선배 A기자에게 연락해 "회사에 L모 기자라는 사람이 있느냐"고 확인했지만 답은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다"였다. A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조씨가 알려준 L기자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L기자는 받지 않았다. 잠시 뒤 '<조선일보> 사회부 B모 기자'에게서 A기자로 전화가 걸려왔다. B기자는 L기자의 회사 선배라며 "L기자가 수습인데, 실수를 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A기자로부터 정황을 전해들은 조씨는 소속사를 사칭해 취재한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 L기자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튿날인 9일 오전까지 연락이 없었다. 결국 조씨는 L기자의 선배인 B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L기자의 사과를 요구하고, 기사가 나갈 경우 중재위 신청과 경찰 고소를 하겠다고 했다. 그제서야 L기자로부터 사과 전화가 왔다. L기자는 " '다함께 대학생들은 <조선일보>의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다른 곳에서 듣고 <연합뉴스>라고 얘기했다"며 "소속사를 속인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타언론사 사칭은 언론 윤리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여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며, <조선일보>의 대응이 주목된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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