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말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극적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지인들에게 한 말이 있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돼 다행이다. 노 후보가 떨어졌으면 내가 아들들 관리를 잘못해서 그렇게 됐다고 원망들 하지 않았겠나."

김 대통령이 이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당시 그의 둘째 아들 홍업씨와, 세째 홍걸씨가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홍업씨는 각종 이권청탁 관련, 47억의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알선수재 혐의로, 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 에 연루돼 이권 청탁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홍업씨는 그후 징역 2년에 벌금 4억, 추징금 2억6천원으로 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가 2005년 형기를 5개월여 남겨두고 특사로 풀려낳고, 홍걸씨도 형을 산 뒤 지금 미국으로 건너가 살고 있다.

동교동 가신들의 '김홍업 국회의원 만들기'

문제는 2002 대선이 끝난 지 불과 4년여밖에 안지난 시점에 '김홍업 출마설'이 나돌고 있으며, 권노갑-한화갑 등 동교동계 가신들이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홍업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지역구는 한화갑 전 민주당대표가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한 전남 무안-신안. 민주당 안팎에서는 최근 대통령 특사로 풀려난 권노갑씨가 김홍업 출마의 당위성을 적극 주장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으며, 한화갑 전대표의 경우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김홍업 출마 지지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한 전 대표는 2일 KBS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김홍업씨는 동교동의 일원이지만 동교동에 누를 끼친다든지, 신세를 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주변에서 김씨가 무소속으로 나간다고 그런 것 같다"고 김홍업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뒤, "김씨는 동교동 내에서 가장 친한 후배로 김씨의 일을 나의 일처럼 생각한다"고 김씨 출마에 적극 힘을 실어주었다.

그는 민주당이 김홍업 출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민주당을 키워오면서 김 전 대통령을 팔았는데 김씨를 거부하면 유권자들이 `지금까지 우리와 민주당과의 관계는 뭐냐'고 말할 것"이라고 비난한 뒤, "동교동에 누가 안되고, 정치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민주당이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고 우회적으로 민주당에 후보를 내지 말 것을 압박했다.

"김홍업 출마하면 범여권, 호남서 역풍 맞을 것"

한화갑 등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을 '김대중 사당(私黨)'으로 여기는 행위이자, 김 전대통령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라는 비판이 민주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 전대표는 대표시절 여러 차례 김전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당을 사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며 "그러다가 의원직을 상실하며 정계에서 도태될 위기에 처하자 김홍업씨를 내세워 정계 복귀를 도모하려는 게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가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한 열린우리당 탈당의원은 "김 전대통령이 연말대선에서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마당에 김홍업씨가 재보선에 출마한다면 즉각 보수진영으로부터 'DJ가 노욕을 부린다'는 대반격에 직면할 것"이라며 "동교동 가신들이 김 전대통령을 진정으로 아낀다면 김홍업씨 출마를 도시락을 싸들고서라도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가신들의 행태를 질타했다.

그는 "또한 동교동 가신들의 행태는 호남인들을 맹목적 'DJ 추종자'쯤으로 여기는 호남비하행위이기도 하다"며 "이럴 경우 김씨가 재보선에서 의원 뱃지를 달지는 몰라도 호남 등 전역에서 연말대선때 대역풍이 불면서 이명박 지지율이 더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직까지 김씨는 출마 결심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씨는 자신의 출마 여부가 아버지 DJ의 도덕성 바로미터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동교동가신들의 바람잡이에 휘둘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