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생활고 때문에 자살사건이 잇따라 서민들이 얼마나 혹독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
14일 오후 8시45분께 서울 강동구 암사동 윤모(40.여)씨의 한복집에서 유씨가 장롱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딸 최모(19)양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윤씨의 한복집에서는 "힘이 들고 날아가고 싶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 생활이 어렵다"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윤씨 남편이 카드 빚을 지고 있었다는 유족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윤씨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오후 9시께 강동구 암사동 이모(43.여)씨 집에서도 이씨가 장롱에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친구 나모(48.여)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발견했다.나씨는 "어제 통화에서 이씨가 `생활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고 말한 뒤 전화를 받지 않아 걱정이 돼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0년 전 이혼한 뒤 다방 여종업원 등을 하며 혼자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고 지난해 한 차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같은 날 낮 12시30분께 택시기사 박모씨(62)가 서울 상도동 자신의 집 안방에서 창문고리에 목을 매 숨진 것을 딸 김모씨(26)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숨진 박씨가 노름빚을 지고 있던 와중에 9일 음주교통사고로 면허가 취소된 뒤 생계가 막막해졌다며 괴로워했다는 유족들의 진술에 따라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모씨는 안방 서랍장안에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또 같은 날 오후 7시45분께 강동구 하일동 김모(57)씨의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김씨가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이웃 주민 김모(47)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김씨는 지체장애자로, 지난해 아내가 가출하고 지난해말 아들마저 심장질환으로 숨진 뒤 한 차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경영난을 겪다 1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창원 모 제조업체 사장 A(48)씨가 남긴 유서. "눈덩이 처럼 커지는 부채 현실..", "지속적 경영악화로 인해 중압감에 이 길을 택합니다" 등 안타까운 내용이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딸 등록금 마련못해 분신자살도...
전날인 13일에도 자살이 잇따랐다.
오후 1시 20분쯤 경남 창녕군 고암면 감리 한 도로에서 서모씨(44)가 자신의 승용차 뒷자석에서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숨져 있는 것을 정모씨(46)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서씨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딸이 대학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고민해왔다는 가족들의 말에 따라 경제난에 따른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13일 새벽 1시 30분에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 한 다가구 주택 지하에서 A(43)씨가 의식을 잃고 신음하고 있는 것을 부인이 신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2시 8분쯤 숨졌다. 경찰은 A씨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일거리 없어 쉬고 있던 중 부인 B씨와 말다툼을 벌인 뒤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3일 오전 11시께 제주시 애월읍 제주영송학교 인근 야초지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이모씨(59·경남 창녕)와 이씨 부인 배모씨(48·여)가 농약을 마시고 숨져 있는 것을 이곳을 지나던 영송학교 관리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날씨도 추운데 경찰에 미안하다’, ‘조용히 가게 부검하지 말아 달라’, ‘형제들에게 연락하지 말고 조용히 가게 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유서와 농약 2통을 발견, 신병비관에 따른 동반자살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