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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경선 출마선언

'강금실 대항마'인가, '경선 분위기 띄우기'인가

한나라당의 서울시장후보 다크호스로 꾸준히 거론돼 온 오세훈 전 의원이 9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의원은 9일 오전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이 자리에 서기로 마음먹었을 때, 저는 '역사의 진보는 그것이 요구하는 희생의 크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말을 되새겼다"며 "오늘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 전 의원은 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지금 국민의 삶은 고달픔의 연속임에도 또 다시 화려한 포장을 통해 국민의 아픔을 애써 무시하는 정치가 계속될 수 있게 된 현실이 두렵다"며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단 한 번의 선거로 면죄부를 받게 될까 두렵다"고 밝혀, 열린우리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출마표를 던졌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나라당의 당원으로서 언제까지나 뒤로 물러서 있을 수만은 없다는 책임감 때문에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동안 국민여러분과 한나라당 당원 여러분이 저에게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대해 분골쇄신 갚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오 전 의원은 서울시장으로서의 포부에 대해 "경쟁력 있는 서울이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서울은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재미있고 매력이 넘치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맹형규-홍준표 등 기존 한나라당 주자들에 대해 "기존 주자들은 모두 경륜과 품성에서 훨씬 앞서 계신 분들"이라며 "다만 경선이 너무 일찍 시작돼 과열되면서 국민 시선으로부터 멀어진 점이 있지않나 생각돼 한나라당 경선이 좀 더 국민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다는 차원에서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경선에서 다른 후보자가 당선되고, 또 그 분이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요청한다면 백의종군이든 어떤 형태로든 선거를 최선을 다해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경선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의원이 9일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영섭 기자


출마를 선언하게 된 배경은?

오 전 의원이 후보경선을 불과 2주 앞두고 전격출마를 선언하게 된 배경은 몇 가지로 추론해볼 수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카드'에 대항할 만한 강력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당 안팎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강금실 전 장관과의 가상대결에서 오세훈 전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 중인 맹형규-홍준표 후보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오 전의원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뉴 페이스'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다.

이와 함께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50%씩 반영토록 한 당내 경선제도도 오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맹-홍 후보가 강력한 조직표는 소장파 및 초선의원의 지지를 중심으로 한 세(勢) 확산을 통해 맞서면서, 일반 국민들 사이에 높은 지지율로 막판 역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박형준 의원 등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은 오래 전부터 오 전의원의 출마를 강력 종용해왔다. 강금실 전 장관의 '개혁'과 '참신' 이미지에 대적할 만한 카드는 역시 '개혁'과 '소신'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오세훈 전 의원이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오세훈 경선출마 선언은 한나라당 경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당 수뇌부 차원의 결단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경선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며칠 전에 출마를 선언한 강금실 전 장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의 관심이 시들했다. 이럴 때 오 전 의원이 경선에 참여한다면 오 전 의원의 당선여부에 관계없이 국민적 관심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

오 전 의원도 이와 관련, "현재 경선에 참여 중인 선배 의원들 모두 다 경륜과 품성에서 저보다 앞선 분들"이라며 "다만 경선이 너무 일찍 시작돼 국민시선으로부터 멀어진 감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경선이 좀 더 국민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출마요청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오 전 의원이 경선에서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다른 자리를 예약해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하고 있다. 오 전 의원도 이에 대해 "경선에서 다른 후보자가 당선이 된다면 또 그 분이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요청을 하면 어떤 형태로든 선거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후 당선된 후보의 선대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아 활동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말이다. 이와 함께 오는 7월로 예정된 전대에서 최고위원직 등의 자리까지 예약된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경선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이 같은 분석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는 이유는 오 전 의원의 경선 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 때문이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일은 오는 23일로 2주밖에 안 남았다. 또한 이미 단단한 조직표를 갖고 있는 맹-홍 후보에 비해 오 전 의원은 2년 이상 정치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소장파들이 그를 지원한다 할지라도 당 조직기반이 극히 취약하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맹형규 후보는 오 전 의원의 출마선언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오 전의원의 경선출마 선언이 있은 9일 당에 나온 맹 후보는 "오 전 의원의 경선 참여 여부는 그동안 침체됐던 당내 경선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적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윤활유가 되리라 기대한다"며 "강금실 전 장관과 비슷한 이미지 정치 스타일인 오 전 의원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본선 경쟁력 강화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 역시 "며칠전, 연예인식 관심끌기를 통해 여당 후보가 요란하게 등장하면서부터 일시적으로 여론이 요동치고 있고, 뒤늦게 발동한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여당측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오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 참여로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일으키게 된 것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오 전의원의 뒤늦은 경선 활동을 위해 경선일자를 며칠 늦추는 것도 공정경선을 위한 한 방법일 것"이라고까지 했다.

오 전 의원이 경선에 참여하게 되면서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경선 후보군은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박진, 박계동 의원,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 등 6명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이들 후보 가운데 일부가 유력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뒤 사퇴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한나라당 경선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불을 뿜을 양상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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