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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한국구기, "성적은 인기순이 아니쟎아요"

국내 인기종목은 줄줄이 탈락, 비인기 종목은 금메달 행진

"성적은 인기순이 아니쟎아요"

무슨 영화제목 같지만 이번 제15회 도하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구기종목의 결과를 대변해 줄만한 문구다.

이번 제15회 도하아시안게임은 야구, 축구, 농구 등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스포츠 종목들의 국제무대에서의 현주소를 나름대로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 핸드볼, 하키 등 국내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언제나처럼 불꽃같은 투혼을 불살라 이번 대회에서도 값진 열매를 맺어 대조를 이뤘다.

잿밥에만 관심가진 야구, 예고된 망신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도하에 입성한 야구대표팀은 대표팀 구성당시부터 우승보다는 병역혜택에 주안점을 둔 팀구성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대회에 들어서는 대만과 일본에게 허무하게 패배하며 '치욕스런'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게 역전패한 것은 한국야구사에 두고두고 '도하의 굴욕'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으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는 달리 도하에서의 한국야구대표팀은 근성도 프로정신도 찾아볼 수 없는 '패잔병' 그 자체였다.

20년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던 축구대표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K-리그 구단들과 대한축구협회사이에 선수차출의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현지적응을 이유로 K-리그의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나치게 일찍부터 선수들을 원정합숙훈련을 시킴으로써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는 물론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전략상의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번 대회 준결승전과 3-4위전에서 이라크와 이란을 상대로 그 수많았던 골기회를 번번이 날려버린 부정확한 골결정력 문제는 핌 베어벡 감독의 지도력부재만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기도 했다. 이들 2경기에서 베어벡 감독이 구상했던 공격전술은 이라크와 이란의 수비진을 여러번 무너뜨렸지만 결국 최종 마무리를 지어야하는 선수가 골을 성공시키지 못함으로써 이길 수 없는 경기를 반복했다.

남자농구, 4년전의 역전투혼 사라져 디펜딩챔프에서 8강탈락 수모

남자농구의 경우는 가장 한심했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최강 중국에게 기적같은 승리를 거두며 자랑스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강인한 근성의 한국농구는 이번 대회에서는 실종되고 말았다.

세대교체를 통해 주전 '베스트5'의 평균신장이 2m를 돌파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 했지만 이들 대표선수 중 정상적인 몸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프로에서 몸에 밴 느슨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한국농구대표팀에서 가장 근성있는 존재는 감독뿐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은 중국은 커녕 중동국가들에게도 번번이 발목을 잡힐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도하대회가 사상 유례가 없는 편파판정 시비로 얼룩졌지만 농구대표팀의 허무한 패배는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훨씬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자핸드볼-남자하키, 비인기 설움딛고 금메달. 인기 프로선수들 '머쓱'

국내 3대 인기 프로스포츠인 야구, 농구, 축구가 이렇게 각자의 이유들로 인해 국내 팬들을 실망시킨 반면 배구만큼은 김호철 감독의 강인한 리더십이 바탕이 되어 탄탄한 전력을 구축한 결과 월등한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으로서의 설움을 날려버리며 프로의 자존심을 지켜낸 점은 높이 살만하다는 평가다. 반면 한수 아래라 여겨지던 태국에게도 완패하며 탈락한 여자배구는 프로화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아마종목인 여자핸드볼과 남자하키는 비인기종목의 설움속에 어려운 여건에서 훈련해가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낸 결과 한국의 아시안게임 3회연속 종합 2위 목표달성에 귀중한 기여를 하는 값진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배부르고 등따뜻한' 프로선수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비록 남자핸드볼은 아시안게임 6연패에 실패했지만 그들의 기량은 이미 아시아 수준을 넘어선 수준이며, 이번 대회에서의 부진은 최악의 편파판정의 산물이란 점을 국내 팬들은 잘 알고 있다. 또한 여자하키도 현격한 기량차이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아시아 여자하키 수준이 평준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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