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통합신당? 열린당, 집토끼부터 만들라”

[논문] 고원 서울대 연구원, ‘2007 대선과 진보개혁진영의 대응’

고원(42)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07년 대선과 진보개혁진영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외연확장이 아니라 국정 실패에 따른 철저한 자기 반성과 그로 통한 집토끼 만들기(지지세력 복원)”라고 강조했다.

고 연구원은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주최로 8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한ㆍ미 FTA 및 북핵정세와 한국사회의 진로’ 세미나에서 해당 논문을 발표했다.

“노무현 정권, 좌-우 넘나들며 ‘헛 스윙’”

그는 우선 현재의 한국정치의 흐름을 변화시킨 중요한 분기점으로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를 제시했다. 그는 “‘87년 체제’는 87년 이전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간 대결구도의 연장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양대 세력 간의 불균형한 힘 관계가 균형적인 관계로 전화된 것을 특징으로 한다”고 정의했다.

반면 그는 “‘97년 체제’는 ‘87년 체제’ 속에서 성장해 오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요소가 1997년 IMF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등장하게 되었다”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사회는 ‘지구화된 경제체제’로의 편입이 완성되었으며, 내부적으로도 신자유주의 경제모델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같은 ‘97년 체제’가 정치지형에 끼친 중요한 세 가지 변화로 ▲중도화 ▲이념적 분화 ▲생활정치ㆍ공공성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실질적으로 ‘97년 체제’가 한국 정치사에 끼친 흐름을 386으로 대변되는 ‘개혁-진보진영’은 간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개혁세력의 중심축인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형용모순적 조어를 내걸고 좌→우, 우→좌로 스윙을 반복해 왔다”며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그 같은 참여정부의 잘못된 리더십에 안주한 채 무기력하게 끌려 다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민주개혁세력의 또 다른 한축인 민주노동당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에 매몰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 좌파노선에 집착하여 시대 흐름에 뒤쳐져 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 내재된 모순적 공간을 통해 민주주의와 진보를 새롭게 확장ㆍ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풍부하게 존재한다”며 “신자유주의는 시장 확대를 통해 자율, 경쟁, 선택, 책임을 증진시킨다는 이데올로기적 목표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재화의 규모에 의해 사회적 지위와 경쟁의 결과가 결정되는 과점체제로서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적으로 “시장의 과잉 속에서 부동산 가격폭등과 교육양극화가 빚어내는 현대판 신분제도의 부활은 신자유주의가 자신의 모태인 시장과 자본주의를 심각하게 착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그는 “이런 흐름을 적어도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잘 활용한 쪽은 한나라당이었다”며 “공동체 자유주의에 입각한 ‘선진화’ 담론(박세일 전 의원)의 제시나 진보진영의 가치에 가까웠던 ‘생태’, ‘공영(공공성)’ 담론을 역이용한 청계천복원ㆍ교통관리체계개편, 최근 ‘아파트 반값 정책’의 당론채택 등 일련의 현상들은 한나라당이 더 이상 수구세력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도’와 ‘공공성’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이 설령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일정하게 파괴할지라도 새롭게 형성되는 유권자시장의 정치적 편익에 대한 정치적 기업가(political entrepreneur)들의 충동을 제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반(反)수구-반(反)한나라당 전선’은 역사적 수명 다해

그는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와 진보개혁세력이 맞고 있는 전례 없는 위기의 핵심은 ‘전선(front) 부재’라고 말할 수 있다”며 “어떤 문제 혹은 어떤 세력에 대한 대결과 극복을 통해서 표현되는 진보세력의 존재 의미가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과거 진보세력을 하나로 묶어줬던 ‘반(反)수구-반(反)한나라당전선’은 역사적 가치와 수명을 다하고 사라져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진보개혁세력은 이 문제의 해결을 완전히 방치하고 있다”며 “현재 열리우리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를 둘러싼 움직임들은 거의 열린우리당의 이념과 노선 그리고 정책에 대한 검토 없이 정치공학적 셈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열린우리당이 여전히 절반을 넘는 반(反)한나라당 혹은 비(非)한나라당 유권자들을 묶어내면 정권재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판단은 자신들이 처한 위기의 실체를 아직도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못함을 입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여권 내 통합신당파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의 위기는 이념과 노선의 불투명, 정책의 비일관성, 지도력 구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민주당과의 분당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당과의 분당이 미친 영향을 들라면 본질적인 문제의 5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그는 “바로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민주당, 고건세력과의 통합을 통해 지지율을 높여보겠다는 발상은 기존의 위기를 더욱 부추겨 혼란, 분열, 자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원칙과 명분을 잃어버린 채 아무 세력이나 끌어 모으는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사례가 선명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칙과 명분이 분명하다면 덧셈의 정치보다 뺄셈의 정치가 훨씬 위력적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는 이쪽저쪽을 불문하고 철저하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기득권을 버리는 자세로 임하지 않는 한 결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연확장? 집토끼부터 만들라”

무엇보다 그는 “역대 세 번에 걸친 민주 정부들을 모두 실패로 몰아넣은 구체제를 극복할 대안 없이는 어떤 신당 논의도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YS-DJ-노무현 정권’ 등 역대 3차례의 민주 정권의 실패원인을 ▲대중의 정치적 동원과 열망의 투입에 의한 집권 과정 ▲집권 이후 관료가 지배하는 국정운영 과정 ▲개혁의 파행과 레임덕으로 꼽았다.

따라서 그는 “이같은 구체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대안 없이 또 다시 당을 깨고 신당을 만들어 정권을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민을 또 다시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계개편 논의는 국정 파탄을 막지 못한 열린우리당의 이념과 노선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반성이 따른 후라야 한다”고 열린우리당을 비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반성 지점으로 “참여정부 노동정책의 파탄을 가져온 요인은 무엇인가? 부동산가격폭등에 대처하지 못한 정책노선의 한계는 무엇인가? 사회양극화의 심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와 재벌에 끌려 다닌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의 리더십에 도대체 어떤 근본적 문제점이 있었는가? 바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과 대안적 해결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재의 청와대와 여권의 행태를 보면 “이같은 자기 반성에 대한 기대는 하기 힘들다”고 단정했다.

그는 “지금 여권의 현실은 ‘이쪽이나 저쪽이나’(여권 내 친노-반노) 모두 자기반성을 멀리하고 실책의 사유를 외부세력이나 구조적 여건에 돌리는 것에 급급해 있다”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그 직계그룹의 상황인식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지난 12월 3일자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국정실패에 대한 자기반성이나 책임은 일언반구도 찾아볼 수가 없고, 오로지 야당의 발목잡기와 여당지도부의 차별화 시도를 질타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는 “열린우리당 역시 자칭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한다는 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데에서는 참여정부 못지 않았다”며 “열린우리당은 이런 과거의 잘못된 정책노선과 행태를 반성하기는커녕 세력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진보개혁세력을 대변하는 정치권 정당들의 문제점을 그들 스스로 바로잡기는 난망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이미 열린우리당은 정계개편이든 정책노선개편이든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거의 상실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을 주도하게 되면 역효과가 발생하게 되어 있는 측면도 있다”며 “따라서 정계개편과 정책노선 전환을 위해 진보적 시민사회와 지식인그룹들이 적극 개입하고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앞에서 말한 구체제의 전철, 즉 최장집 교수가 말하는 ‘열망과 실망의 사이클’을 끊기 위한 ‘정치 혁신운동’의 고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이념과 정책노선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요구하며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나아가서는 민주노동당을 총체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개혁적 정치권 정당들의 현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진보개혁세력 전체의 위기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반(反)수구-반(反)한나라당 전선을 대체할 '대중노선' 만들어야...”

그는 “낡은 반(反)수구-반(反)한나라당전선을 대체하는 새로운 전선=새로운 대중노선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이념과 정책노선에 대한 성찰적 반성으로부터 부동산, 교육, 일자리 등 생활정치이슈에 대한 선명하면서도 실현가능한 정책적 태도를 창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한나라당 및 보수세력의 가치와 진보개혁세력의 가치 사이의 대립이 무엇인지를 대중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집토끼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지금 열린우리당의 핵심지지기반은 완벽할 정도로 소실되어 있다. 민주노동당 또한 뚜렷한 지지기반이 없다. 외연확장형 통합보다는 집토끼를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외연확장은 집토끼를 만들어 중심을 잡고 난 연후라야 한다. 이념적ㆍ정치적ㆍ조직적 구심이 확고하다면 그 때에는 일시적인 선거연합이든 정책연합이든 정부연합이든 유연하게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고 집토끼론을 재차 강조했다.

“사회양극화에 찌들린 대중, 아직도 ‘대중 지향적 진보 가치’는 유효”

그는 여당의 나아갈 방향으로 ‘신 대중노선, 대중지향적 진보적 노선’을 촉구했다.

그는 “진보적 가치에 대한 대중의 지향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시민사회 속에서 움트고 있는 잠재적이지만 역동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최근의 여론조사 지표들은 정치권의 보수적 변화와는 달리 시민사회 속에서 ‘성장’과 ‘경쟁력’ 담론의 반대편에 고용, 주택, 교육 등의 사회영역들에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시민적 담론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보수가 지향하는 차별과 배제의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대한 집단적 기억 효과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게다가 우리 사회의 민주ㆍ진보ㆍ개혁세력의 기반은 민주주의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단지 구심을 잃고 분산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바로 이런 조건들에서 진보개혁세력들이 고용, 주택, 교육 등 일상영역에서 질 높은 생활을 향유하는 ‘합리적 공공성의 정치’ 속에서 승부를 걸고, 사회정책의 혁신을 통해 다양한 민주세력 전체를 진보적으로 결합시키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향후 10년 이내에 언제든지 집권 가능한 강력한 역사적 블록을 형성하는 ‘신진보세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원(42)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고 연구원은 현재 홍익대와 서울산업대에서 강의하고 있고, 상지대 연구교수로도 재직중이다. ⓒ고원
김동현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3 4
    아직도

    입은 살았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실천력이다. 그 잘나빠진 비젼이니, 로드맵이니, 이 따위로 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세상을 원하는 것이다.
    말로 흥한자 말로서 망한다. 제발 뭘 제대로 알아서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작자들이 나와라.
    허개비는 가라.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