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격노 "이재명 지지한 적 없다"
"내 이름 이런 식으로 사용말라"...김진향 "지지 사실이나 일부착오"
로저스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가 보낸 이메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편지를 작성하거나, 그 작성에 동의한 적 있느냐"고 묻자 "아니다. 그런 적 없다"(No, I did not)이라고 답신했다.
그러면서 "내 이름이 이런 식으로 사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완전한 사기'(complete fraud)라고 표현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나는 누구도 지지한 적이 없고,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I have not endorsed anyone there and do not know anything about such claims)고 답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민주당과 함께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로저스 회장이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편지를 송경호 평양과학기술대학 교수로부터 받았다며 편지를 대독했던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짐 로저스 회장의 이재명 후보 지지는 사실이다"라면서도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촉박한 일정으로 인하여, 저와 영국에 계신 송경호 교수님 사이에 짐 로저스 회장의 지지문을 주고받는 과정에 최종 발표된 지지문 문구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착오가 있었는지 SNS 내용 들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미국인 신분인 짐 로저스 회장의 사적 대화를 공개하는 것이 되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나면 송경호 교수와 협의하여, 지지문을 만든 과정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저스 회장은 <한경>에 보낸 두번째 이메일을 통해 "몇 년 전 잠시 만난 적 있는 폴 송(Paul Song)이라는 사람이 부정확한 이야기를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Someone named Paul Song who I met briefly several years ago spread this inaccurate story)며 "내 이름이 이런 식으로 부정확하게 사용되지 않았기를 바란다(I certainly wish my name had not been used inaccurately)"고 거듭 불쾌감을 나타냈다.
폴 송은 송 교수가 사용하는 영어 이름으로 추정된다.
로저스 회장은 "나는 한국의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나는 외국인이고, 투표를 할 수조차 없다(I have not endorsed anyone in Korea, I am a foreigner and cannot even vote)라고 재차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 국제협력단 공동단장인 이재강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저스 회장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로저스 회장이 편지 형태의 지지선언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저는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고 말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이재명 후보도 다음날 페이스북에 "짐 로저스의 지지 선언을 들었다"면서 "짐 로저스는 평화에 투자하자고, 미래에 투자하자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매일신문>이 1일 로저스 회장은 지지 선언문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완전히 사기(complete fraud)"라고 말했다고 보도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이 후보의 대선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이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기사를 썼던 <매일신문>의 최모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악의적으로 쓰려면 이걸 썼겠지. '이 후보가 만들어 낸 거겠지'란 섹시한 문장을 어떻게 놓쳤겠냐?"라며 "짐 로저스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니면 누가 중간에서 장난질 쳤을까? 난 그 진실에 그저 가까이 간 사람일뿐"이라며 로저스 회장에게서 받은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로저스 회장이 강력 부인하는 장문의 지지 서한을 발표했던 민주당은 현재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편지를 대독했던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은 송경호 교수로부터 받았다는 편지를 2일 공개하며 파문 진화에 부심했다.
다음은 지난달 29일 민주당 기자회견장에서 발표된 로저스 회장의 이재명 후보 지지문과 2일 송경호 교수 해명문 전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
":평화에 투자합시다. 미래에 투자합시다. 대한민국에 투자합시다.
그래서 지금은... 이재명입니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 투자해 온 저는 한반도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미개발 기회 중 하나라고 오랫동안 믿어 왔습니다. 한국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평화가 꿈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대한민국의 평화와 성장, 글로벌리더십의 새로운 장을 열 용기와 비전을 가진 지도자 이재명 후보를 강력히 지지합니다. 화해와 장기적 안정을 위한 그의 헌신은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기회를 열어가는 진정한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평화는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경제전략입니다. 한반도에서 적대 행위가 종식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질 것입니다. 평화는 새로운 시장, 투자자들의 신뢰 증가,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한국 주식시장의 급등으로 이어져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국민, 특히 젊은 세대는 과거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평화로운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의 무역, 금융, 혁신의 핵심 허브가 될 것입니다. 선택은 분명합니다. 평화와 발전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정체와 쇠퇴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저는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습니다. 저는 모든 한국인들이 이재명 후보의 대담한 비전을 지지해 주길 바랍니다.
평화에 투자합시다. 미래에 투자합시다. 대한민국에 투자합시다.
그래서 지금은... 이재명입니다."
김진향.
짐 로저스 회장의 이재명 후보 지지 관련
영국의 송경호 교수가 보내온 글을 전제합니다.
--- 아래 ---
예상 외의 상황 전개로 다소 당황스러워 이 글을 공유합니다.
저는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봉사했던 영국의 송경호 교수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짐 로저스 회장님과의 인연은 2012년 런던에서 처음 만난 중국투자 세미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후 한반도 평화정착 및 대북투자의 충심과 열의로 2015년 5월 싱가포르 자택 방문으로 본격화 되었습니다.
대북제재의 어려움으로 구체적인 투자프로젝트 실행은 없었으나 짐 로저스 회장님의 총론적 국제금융 감각과 식견에 저의 한반도 특수상황에 대한 각론적 지식이 조화되어 의미 있는 계기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특히, 2022년 평창평화포럼에서는 저의 기조발표에 뜻깊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짐 로저스 회장님이나 저는 대북투자의 막대한 잠재력을 늘 공유하며 경제적-상업적 접근에 매진해 왔으나 2018년 하노이 노딜 이후 소강국면을 지속하며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국에서 급박하게 치러지는 6.3 대선을 앞두고, 그간 연로해지며 북측과의 경제협력 기회가 고갈되어지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는 짐 로저스 회장님과 대북투자 재개 가능성을 위한 위챗 소통을 최근에 시작했고, 그 와중에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그나마 두 사람의 공동 목표인 대북 투자 기회나 경제적, 상업적 접근 가능성이 커질 것에 동의하였습니다.
짐 로저스 회장께서 평소와 같이 각론에 강한 저에게 이재명 후보 지지를 위한 초안 작성을 부탁하셔서 두어번의 수정을 통해 최종안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필요성과 이로 인한 경제-금융 측면, 경제성장율의 우상향 회귀 및 취업 기회 증가, 그리고 Korea Discount의 양대 요인 중의 하나인 한반도 전쟁 억제 및 평화 정착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 등의 기대효과를 기대하는 실용적인 접근방법을 강조하였습니다.
짐 로저스 회장의 지지문을 언론에 게재하려던 당초 계획이 대선 후보 지지선언 게재 불가라는 언론 상황에 봉착하여 급히 평화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개성공단 기업대표분들과 공동 지지선언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06/01 영국 시간 밤사이, 모 신문사에서 짐 로저스 회장님의 지지 선언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접촉했던 것 같습니다. 더우기 영어에서 '지지'를 의미하는 'support'가 아닌 경제적/법적 책임, 보장까지 포함하는 'endorse'의 개념을 사용하여 미국 국적인 짐 로저스 회장이 곤궁에 빠지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참고로 'endorse: 법률적 책임이 따르는 공식적 지지'와 'support: 일상적 범주의 지지'는 크게 다르며 보편적인 지지선언은 영어로 support에 해당합니다.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endorse라는 표현 자체가 짐 로저스 회장님에게는 여러모로 아주 민감한 단어입니다
관련하여 그간 짐 로저스 회장님과 소통한 SNS 내역을 (언론에)공개하여 그간의 과정상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참으로 유감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바랐던 짐 로저스 회장의 선의에 의한 충심을 endorse라는, 정치적/법률적 책임이 따르는 단어 사용으로, 혹여 개인에게는 신분적-경제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내몲으로써 기존 입장으로 부터 위축시켜버리는 현 상황이 참으로 슬프기 그지 없습니다.
모쪼록 짐 로저스 회장의 본심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선의가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6월 1일
송경호 드림
* 송경호 교수님과 저의 입장문을 담은 보도자료를 6월2일 배포할 예정입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