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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경제의 견인차 '인포시스'

[세계를 움직이는 뉴 월드파워]<5> '인도의 MS' 인포시스 테크놀로지

중국과 인도를 합친 친디아(Chindia)는 단연 세계경제의 최대화두다. 전 세계 인구의 40%가 집중돼 있고, 해마다 8~10%대의 초고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세계의 유일한 두 거대 국가이기 때문이다.

세계 1위자리 노리는 인도의 가공할 소프트웨어 파워

월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39년에 중국경제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도약할 것이며 비슷한 시기 인도경제가 일본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특히 인도를 주목했다. 10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구매력을 갖고 있으며, 영어 구사력이 뛰어나고 회계투명성이 높고 서구문화의 이식 수준이 높아 매력적인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방한했던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은 “매달 인도에서 팔리는 휴대전화만 5백만대가 넘을 정도이며,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이 본부를 속속 인도에 설치하고 해외 유수의 투자기관이 중국에 이어 인도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고 있을 정도로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T.커니의 '해외직접투자(FDI) 신뢰도지수 2005'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인도는 중국에 이어 FDI 유입이 가장 많은 국가였으며 제조업, 텔레콤, 유틸리티와 같은 분야에서는 오히려 인도가 중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그의 소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인도경제의 저력은 단순히 인구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저력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산업'이다. 인도 소프트웨어산업은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되고 있다. 성장속도도 워낙 빨라 수출액만 2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수출액을 30배나 넘는 엄청난 규모다. 그 결과 인도가 세계 소프트웨어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이미 30%를 넘어섰을 정도다. 또한 카네기 멜론 소프트웨어 연구소가 매기는 소프트웨어 개발능력 등급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회사 23개 가운데 15개를 인도 회사가 차지할 정도다.

그러다보니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향후 4년 동안 17억달러, 인텔과 시스코 역시 각각 5년 동안 10억달러와 11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세계 소프트웨어업계가 앞다퉈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IBM의 샘 팔미사노 회장은 "인도는 IBM의 세계적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인도의 마이크로소프트’ 인포시스테크놀로지

이같은 가공스런 인도 소프트웨어 파워의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 기업이 있다. ‘인도의 마이크로소프트’로 불리는 인포시스 테크놀로지가 그 회사다. 인포시스는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위프로와 함께 인도의 3대 IT기업으로 통한다. 그러나 국제경제계에선 인포시스를 그 중에서도 선두로 꼽는다. <USA투데이>의 경우 지난 7월 인포시스를 ‘인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글로벌 브랜드가치가 가장 높은 인도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인포시스는 젊은 직원들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기업이다. 직원교육에 힘쓴다고 강조한 인포시스의 교육관련 보고서 표지 ⓒ 인포시스


인포시스는 25년 전에 2백50달러의 자본금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제는 연간 20억 달러의 매출에 5억5천여만달러의 손이익을 올리며 전세계에 6만6천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초거대기업이 됐다. 외형 못지 않게 30%에 육박하는 순이익률은 가공스러울 정도다. 글로벌 5백대 기업 중 4백여 개 기업들의 인포시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펜실베이니어대학 와튼스쿨은 인포시스의 성공을 핵심 연구사례로 분석할 정도다. 인포시스는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1999년 나스닥에 상장됐으며 현재 주가는 상장가보다 3배 오른 70달러를 넘나들 정도로 수직상승 중이다.

인포시스는 현재는 ‘방갈로르 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 외곽의 일렉트로닉 시티에 1981년 7명의 젊은이들이 쌈지돈을 탁탁 털어 2백50달러로 모아 출발했다.

이렇게 초라하게 출발한 인포시스가 급성장하는 데에는 인도 정부의 '소프트웨어 강국' 의지가 큰 힘이 됐다. 인도정부는 1986년 IT 발전을 경제 5대 중점사업중 하나로 지정해 소프트웨어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수출에 대한 소득세를 100% 면제해주는 등 대대적 지원을 했다. 또 정부가 설립한 소프트웨어 기술단지(STP)에 입주한 기업들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고, 5년 동안 소득세 면제 조항 및 외국인의 100% 지분 소유도 허용했다.

특히 인포시스 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90년대말 새천년을 앞두고 세계적 화두로 대두됐던 Y2K 문제였다. 인포시스는 세계적 불안요인이었던 이 문제를 다루는 데 발군의 역량을 발휘,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 밸리’에서 인도 IT 소프트웨어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포시스의 회사 전경 ⓒ 위키피디아


철저한 수출위주 전략, 매출 98% 수출서 발생

전문가들은 인포시스의 성공 비결로&nbsp;철저한 '수출 위주의 전략'을 꼽는다. 인포시스는 창립 초기부터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외국의 대형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지금은 매출의 98%를 수출에서 발생하는 인도 최대 소프트웨어 수출기업이 됐다.

인포시스는 또한 무작정 고객을 늘리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고객사들이 너무 많은 경우 그만큼 우수한 서비스의 제공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6만6천여명의 직원과 전 세계 지사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고객의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즈>는 인포시스가 경쟁사에 비해 빛나는 이유로 "다른 기업들과 달리 수익마진이 높으며 그동안 마진과 순익 성장률을 점점 개선해왔으며, 특히 유지비가 저렴한 국가로 업무를 일부 아웃소싱하며 지출을 최소화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던 점"을 꼽고 있다. 인포시스는 또 경쟁사에 비해 고객 숫자는 적지만 계약 규모가 1백만 달러 넘는 '대형 고객'의 수는 비슷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포시스의 장점을 인정한 세계와 인도의 주식 투자자들은 인도에 있는 수만개의 IT 기업 중에서도 인포시스를 특히 선호하고 있다.

인포시스의 눈은 이제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인포시스는 중국 자회사인 인포시스에 그동안 5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향후 5년간 6천5백만 달러를 추가 투자키로 하는 등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인포시스는 상하이와 항저우에 직원 6천명 규모의 새 개발센터를 설립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포시스의 중국진출 목표는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공략 ▲중국을 한국, 일본, 대만 등 주변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할 아웃소싱 허브로 만들기 ▲서비스와 솔루션 수요가 높은 중국 국내시장 장악 등 3단계 접근법을 통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공략이다.

인포시스 성장의 원동력 '청년의 목소리'

인포시스는 지난 4월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입 기업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 10위 기업에 올랐다. <비즈니스 위크>는 당시 인포시스 선정 이유를 “인포시스가 기업혁신에 주력해왔으며, 특히 혁신과정에서 경영진이 직접 이를 주창하며 선두에 서서 직원들을 이끌었다”며 “나라야나 머시 회장은 인포시스의 독특한 ‘청년의 목소리’ 프로그램을 창안해 7년전부터 회사경영에 젊은 직원들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사고를 접목시켜왔다”고 밝혔다.

'청년의 목소리'란 프로그램은 머시 회장의 독창품이다.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려온 머시 회장은 지난 98년부터 30대 이하이나 높은 실적을 올린 젊은 직원 9명을 선발해 1년에 8차례 열리는 최고경영자회의에 참가시켜 인포시스의 핵심 경영자들과 이들의 생각을 듣고 토론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정착시켜 호평을 받았다.

이렇듯 인포시스는 무엇보다 인력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타임즈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포시스는 작년에 18만3천장의 이력서를 받아 그 가운데 3천명을 뽑은 데 이어 지난 회계 2.4분기(7~9월)에는 1만7백95명을 신규채용했다. 인포시스는 이날 "인포시스는 2.4분기에 회사 사상 최대 인원을 채용했다"며 "이에 따라 회사 총 인원이 전분기 5만8백409명에서 6만6천1백50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인력 가운데 6만1천9백66명이 소프트웨어 전문직(정규직 5만3천8백73명, 수습 6천2백64명)이며, 나머지 4천1백84명은 금융부문과 판매ㆍ경영지원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세계 최고 IT기업을 꿈꾸는 인포시스는 올해부터는 미국과 영국에 캠퍼스 리크루팅을 다니면서 첫 대규모 해외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코노믹타임즈>는 인포시스가 미국에서 3백명, 영국에서 25명을 각각 뽑을 계획으로 이를 통해 회사 인력의 다양화, 글로벌화를 도모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올 회계연도 말까지 25개국에서 인력을 채용해 외국인 직원 비중을 3.02%로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인력 중시는 머시 회장의 “이 사업은 결국 사람 장사다. 우리는 최고 수준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만큼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발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며 인포시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자인 나라야나 머시(60) 회장 ⓒ 인포시스


이렇듯 탁월한 경영관을 갖춘 머시 회장은 지난 2001년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25명의 기업인’에 선정된 이래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하며 인도의 경제성장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머시 회장은 작년에는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글로벌 지도자 15명’ 중 8위에 올랐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뽑은 ‘가장 존경받는 세계의 기업경영자’에서 28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와튼스쿨, 노넬대학, 싱가포르경영대학, 스탠포드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등의 이사회 이사나 자문위원으로 초빙받아 경영교육 등 왕성한 국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나친 미국 의존과 열악한 인도 인프라 등 개선과제 산적

물론 인포시스에게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인도 IT산업의 수출 가운데 60% 이상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과 굵직한 일부 기업을 제외한 작은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 이외에는 내세울 점이 없다는 점은 자칫 세계경제의 침체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여겨지고 있다.&nbsp;

인도 하드웨어기업협회 비니 메타 회장은 이와 관련, “자생력 없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구조적 변화를 수반한 IT산업만이 인도 경제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력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고학력 기술자들의 몸값이 급등, 과거 인도기업의 ‘저임금 노동력’이라는 장점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단점이다. 이에 인도 기업들은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중국과 같은 국가로 회사를 옮기면서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술을 취하고 있다. 인포시스가 중국에 투자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열악한 인프라도 문제다. 실제 인도 전기 발전량의 3분의1 가량은 중간 단계에서 도난당하거나 손실되며 수요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요에 대한 공급이 11% 부족하다. 따라서 일부 공장들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등 전근대적 상황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물류비가 많이 들고 있고, 국제공항이 제대로 갖춰진 도시가 많지 않은 점도 약점이다.

그러나 인포시스의 사령탑들은 충분히 극복가능한 장애들이라고 자신한다. 머시 회장은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우리는 인도출신의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인도 어디를 가건, 어느 기업이나 경영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든 인도사람들은 누구나 ‘인포시스와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며 앞으로도 모든 인도기업의 모범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인포시시의 난단 닐레카니 최고경영자(CEO) 역시 "연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하는 데 23년이 걸렸지만 20억달러를 기록하는 데는 그로부터 23개월밖에 안 걸렸다"며 앞으로도 초고속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도는 지난해 경제규모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인포시스가 그 앞에서 질주하고 있다. 인포시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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