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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얻으면 당심도 얻는다"

[김행의 '여론 속으로']<20> 한나라의 한량한 경선 신경전

오늘, 한나라당에서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을 실시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왕의 경선제도인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로 말이다. 필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쪽에 배팅하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현재 박근혜 전 대표를 5∼10% 포인트 앞서는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현 제도는 사실상 당내여론 50%에 일반국민 여론 50%를 가미한 방식인데, 이 방식 역시 이른바 ‘오픈 프라이머리’라고 하는 개방형 예비선거와 마찬가지로 민심이 당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필자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뷰스앤뉴스>와 인터뷰(4월 24일자)에서 오세훈 후보가 막판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장 후보와 조직표가 결국 오 후보 쪽으로 몰려 그가 최종후보로 뽑힐 것이라고 주장했던 내용과 같은 취지다.

이 때 필자는 “서울시장 경선에서 대의원과 당원의 비율이 50%로 조직면에서 강한 맹형규, 홍준표 후보가 우세하다고들 보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며, 결국 각 지역 구청장 후보들도 자신들이 당선되기 위해 여론조사에서 월등히 앞서가는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년 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표시절 개최한 한나라당 시도지사 초청 간담회에 시도지사 자격으로 참석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연합뉴스


차기 대선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민심을 얻는 사람이 당심도 얻게 된다. 왜냐면 대위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선 경쟁력이 중요하다. 더구나 1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두 번이나 정권을 빼앗긴 한나라당 아닌가. 따라서 경선출마자는 민심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여론조사에서의 압도적 우위가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는 이 전시장이 단연코 앞서는 1위다.

결국 어떤 경선제도가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하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실 현 제도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증거도 없다. 박 전 대표도 지금의 여론조사 수치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본인에게 줄을 선 듯이 보이는 조직표도 사상누각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다시 요약해보자. 결국 제도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제도에서든 진리는 민심을 얻는 자만이 승자가 되고, 민심을 잃으면 패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한나라당 내의 미묘한 기싸움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전 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에서 일반국민의 참여폭을 크게 늘리는 절충형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의 제안은 일반국민에게 100% 투표권을 개방하자는 열린우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와 한나라당의 경선제도를 절충한 안으로 당원(약 50만 ∼70만명 추정)과 국민의 경선 참여 폭을 크게 확대해 선거인단 규모를 1백만 ∼ 2백만명 수준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그리고 공성진 의원과 원희룡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 열린우리당의 ‘바람몰이’에 대응하려면 한나라당도 일반 국민의 경선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제안이 묘한 기 싸움으로 보여지는 이유는 현재 한나라당에서 경선제 논란에 불을 지피는 이재오 최고위원이나 공성진 의원이 친 이명박 인사로, 원희룡 의원 역시 반박(反朴)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어떤 경선제도이건 민심이 곧 당심일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이다. 그런데 구태여 한나라당 내부에서 후보조차 낼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내놓은 열린우리당을 의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이 논란이 자칫 이 전 시장과 박 전대표 사이의 긴장관계를 조성키 위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질 않은가. 현재 한나라당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경선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고,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가 뽑히도록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하는 것과 의원들의 ‘특정후보 줄서기’를 경계하는 자정노력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논란과정에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한나라당이 마치 차기 대권을 자기들이 접수한 듯한 가정을 바닥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 차기 대선까지는 아직도 1년 반이 남아 있다. 선거는 막판 1달을 앞두고도 뒤집어 진다. 심지어 ‘선거는 막판 3일’이라는 말도 있다. 지난 2002년 선거에서도 그랬고, 1997년 선거에서도 그랬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좋아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현재의 열린우리당이 싫어서다. 그러나 이것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열린우리당 후보에 표를 던진다면 그 유권자의 표는 지금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보다는 열린우리당이 내놓을 차기 후보에 대한 미래가치에 투표하는 것이다. 과연 새롭게 등장할 열린우리당의 ‘예상 밖 후보’에게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가 지금처럼 경쟁력이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정권탈환을 여전히 미심쩍게 보는 것이다. 민심의 향배를 장담할 수 있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지금 한나라당은 경선제도 놓고 싸울 때가 아니다. 온 나라가 멍들었고 민심이 도탄에 빠져 있다. 추병직 건설부장관이나 몇몇 관련자들 문책하라고 소리높이는 것으로 한나라당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안과 정책을 제시해 차기 국정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차기 대권주자들도 몸조심만이 최선이 아니다. 마치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후보의 ‘부자 몸조심하기’를 보는 듯하다. 이 점에서 한나라당은 여전히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김행 여론조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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