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이미 3천억달러 붕괴?
외환딜러 "정부, 추석이후 150~200억달러 풀어"
<서울신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8월 말 기준으로 3천122억 달러였으나 외환 당국은 추석연휴 직후인 14일부터 23일까지 8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20억 달러를 시중에 공급했다. 특히 환율 1200원 선 돌파를 목전에 뒀던 지난 23일에는 서울외환시장 마감을 불과 3분 남겨놓고 50억 달러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통해 환율을 28원이나 끌어내렸다.
한 외환딜러는 “23일 1천196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외환 당국이 이날 거래량(104억 달러)의 절반가량인 50억달러를 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14일부터 150억~200억 달러가 시중에 풀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익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하지 않고 달러 공급만 감안하면 3122억 달러인 외환 보유고가 2천922억~2천972억달러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3천억달러 돌파 5개월 만에 다시 2천억 달러대로 내려앉는 셈이다.
여기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달러 확보를 위해 1조8천억원가량을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했다. 각국과 금융기관들의 달러 확보 전쟁이 가중돼 외국인들의 주식 및 채권 매도 러시가 일어날 경우 외환 보유고가 마냥 버팀목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금의 20%를 회수할 경우까지 대비하려면 3848억 달러까지 외환 보유고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876억~926억 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에도 당국이 개입하다가 안 돼 결국 손을 놨는데 지금 개입 역시 외환 보유고만 축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외환 당국의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완화하겠지만 벌써부터 무리해 1200원 선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말해 감내할 수 있는 환율이 적어도 1300원 선임을 내비쳤다.
<서울신문> 보도는 한국은행 공식발표가 아니라 추정치이나 환율 폭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구두경고 외에 실제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게 외환시장의 정설이어서, MB정부가 2008년말 환율 폭등을 막기 위해 연일 달러를 풀다가 외환보유고가 텅 빌 위기에 직면하면서 미국과의 300억달러 통화 스왑 체결후 간신히 2차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었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8월 무역흑자가 4억8천만달러로 급감하는 등 무역흑자가 급감하면서 자칫 9월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계속되면서 정부 조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변웅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축내다 보니, 이미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3000억 달러 선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서울신문> 보도를 거론한 뒤, "증시가 흔들린다고 연기금을 동원해 무리하게 증시를 떠받치는 것은 무모하다. 환율과 마찬가지로 증시도,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땜방식 대응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최근 연달아 터지고 있는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과 저축은행 사태는 더욱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 대한민국을 또다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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